이우환 작가가 미술관 관련 논란에 해명하고 나섰으나 오히려 논란의 골이 깊어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1일 대구광역시청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특히 작품구입비가 새롭게 논란이 됐다. 애초 대구시는 작품 기부와 100억 원의 ‘제작 지원비’로 작품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당일 이우환 작가는 화랑을 통해 작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으며 작품 구매비가 수백억 원에 달하겠지만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 것.
터무니없이 많은 세금을 작품구매비로 사용하려는 계획을 접하자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채정균 이인성아트센터 수석학예사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에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이우환 작가가 조심스레 밝힌 영입 예정 작가들이 삼성 등 대기업 친화적 인사이며, 대기업 소속 미술관이 화랑을 통해 작품을 들여오며 많은 인센티브를 받거나 미술관에서 이미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대기업의 이해에 따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스민>은 채정균 수석학예사와 12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우환 작가의 설명회에서 작품구매비가 논란이 됐다.
처음에는 작품 기부형태나 제작비 지원으로 접근했다가 그림을 사야 한다고 말을 바꾼 것은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 미술관의 본질이 기업과 화랑의 영리 목적이게 된다. 실제 작품은 90%이상이 화랑을 통해서 들어오고 작품을 구매하게 되면 화랑에 많은 인센티브가 갈 수밖에 없다. 이우환 미술관도 처음 MOU 당시에는 작품을 기부받거나 재료비만 지원한다고 하다가 갑작스레 구매해야한다고 말을 바꿨다.
시에서 처음부터 어떤 사람을 유치할 것인지, 대략 얼마 정도가 들 것인지 당연히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야하는데 현실적인 추진이 안 됐다. 또 시는 전문가가 아니라 외국 화랑과 직접 거래를 할 수도 없다. 시가 직접 하지 않고 대기업 소속 미술관이나 국내 화랑이 외국 화랑과 그림을 거래해 공급할 것이다. 국내 화랑의 경우 소개비가 높다. 예산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계약의 모든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 이유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향후 운영까지 일부 대기업이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각 시마다 문화예술기금이 많이 삭감되고 있다. 보통 미술품은 운송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드는데 지금 이우환 미술관에 유치하려는 작가들은 영상․설치미술 등 현대미술가 들이다. 이런 작품들은 운반이 편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 편이다. 11일 이우환 작가가 거론한 유치 예상 작가들은 아니시 커푸어(ANISH KAPOOR),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황용핑(Huang Yong Ping)이고 안도 타다오(Tadao Ando)가 미술관을 디자인하는데 이들 모두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 작가다.
이우환 작가를 포함해서 이들 모두 대구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 이번에 밝혀진 이들만 해도 대개 삼성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이우환 작가도 삼성의 후원을 받고 이병철 때부터 이병철을 따라다니던 사람이다. 안도 타다오도 삼성과 작업을 했다. 아니시 커푸어도 삼성에서 전시했다. 삼성 후원을 받는 작가가 주체가 돼서 자기 친구들의 그림을 산다며 벌어진 상황이다. 이우환 작가가 이들 작품이 수십, 수백 억이 될 거라는데, 대구시는 예산의 가능한 범위가 있을 것이고 지금 작품 구매 계획대로 간다면 가능한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산이 모자라는 부분은 기업이 후원하는 식으로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이 시나 이우환 미술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기부형식이라곤 하지만 작품 공급을 기업 소유 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작품을 로테이션하는 방법이나 화랑에서 작품 소개비를 받는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챙길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비참해 울고 싶은 심정이다.
이우환 미술관은 어떻게 추진돼야 하는가?
미술관은 운영 돼야 한다. 하지만 운영 방식이나 미술관 설계도면까지 모조리 재검토 돼야 한다. 현대미술은 현장성이 중요하고 미술관이라는 정형화된 틀 속에 몇 십 년 가둬놓는 것은 오히려 그 미술 작품들을 죽이는 길이다. 그리고 대구 아닌가. 이 작가들이 대구랑 무슨 상관이 있나. 지역성도 없고 역사성도 없다.
또, 이런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대구 시민과 어떠한 공론을 통하지도,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않았다. 미술관 컨셉을 대구의 근현대사를 담을 수 있도록 근현대 미술관으로 바꿔야 한다. 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엮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원도에 박수근 미술관에서도 진품은 별로 없더라. 이미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대구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가진 작품들을 잃지 않도록 이 미술관에서 보유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