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째 노숙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가족대책위는 3일 오후 2시 청운동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께서 5월 19일 대국민담화 이후 106일째 만에 세월호에 대해서 언급했다고 들었다”면서 “벌써 13일차 비 맞으며 노상에서 대통령께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유가족에 대한 말씀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번(세월호 참사)에도 빨리 갑판 위에 올라가라는 말 한마디만 했으면 많은 인명이 구조될 수 있었는데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아 희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을 맡은 사람, 선장이면 선장이, 자기 책임을 다하고 인명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빨리 갑판 위로 올라가라는 이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은 것이 엄청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족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행 삼보일배를 시작하자마자 100미터도 채 가지 못하고 10여분 만에 이순신동상 앞에서 경찰병력에 막혔다. 지난 7월 15일 국회에 제출한 350만여 명을 제외하고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 135만 명분도 이순신동상 앞에서 막혔다.
가족대책위는 “대통령께서도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지 않았나. 진정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위로하려면 가족들의 면담 요구를 받아들여주기 바란다”며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은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결단하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를 ‘선장책임’만 강조하면서 특별법을 외면하는 것 같아 의심스럽다”며 “세월호 참사가 선장만의 잘못이었습니까. 선령완화는 누가 한 것이며, 구조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 의사를 거부한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감공감혁신위원장은 2일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제(1일) 오후에 (정의화) 국회의장과 통화를 했다. 국회의장께서 중재에 나서겠다고 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야와 유가족 사이에 많은 대화가 있었는데,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의장이 독자적인 안을 내면 분란만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중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새누리당에 대해 “소통을 거부하는 불통의 정치이고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야당도 일제히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3일 “유가족을 모욕하고, 유가족 내부를 분열시키고,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의 국회정상화 노력마저 폄훼하는 오만함을 보여주는 김재원 수석부대표는 국회 위에 있냐”며 “무엇을 믿고 그런 오만함을 부리는 것이냐”고 따졌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도 이날 “국회파행의 진짜 주범이 드러났다”며 “회의장의 세월호 특별법 중재제안까지도 ‘내부분란’ 운운하며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말의 협상과 타협이 없다. 무조건 대통령 지키기다”고 비난했다.(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