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하고 경찰, 우리가 우리 땅 지키려고 하는데 왜 느그가 뺐습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차광막 치려하는 게 무슨 죕니까. 그럴 수가 있나요. 경찰이 한전 꼬주봉이인가요. 한전도 싫고 경찰도 싫다. 오지마라. 땅 파먹고 사는 할매들 세금도 꼬박꼬박 냅니다. 우리한테 이러는 거 아닙니다. 아이고 분해라”(이억조, 삼평리 주민)
21일 한전의 기습적인 송전탑 공사 진행에 항의하며 노상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평리 주민들이 더위 탓에 차광막을 설치하려하자 경찰이 "법령 위반"이라며 제지하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인권단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항의했고, 국가인권위도 "차광막 설치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라며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판했다.
삼평리 주민 등 5명은 25일 오전 11시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 차광막을 치려했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70~80세로 연로해, 항의 농성 간 햇볕에 장기간 노출될 시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은 21일 새벽 공사가 시작하고부터 한전 및 경찰 측과의 충돌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은 위법하다며 차광막 설치를 가로막았다.
차광막 설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권고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는 23일 공사 현장을 방문해 한전 관계자에게 차광막 설치를 권고했고, 당일 한전 측은 당일 공사 현장에 둘러진 펜스 위로 폭이 1.5m 가량 되는 차광막을 설치했다. 하지만 설치한 차광막은 지면과 수직으로 세워져, 주민들이 연좌농성을 벌이는 곳까지 그늘이 닿지 않는다.
이에 25일 오후 4시, 인권운동연대 등 7개 대구경북지역 인권단체는 삼평1리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양막 설치를 막은 청도경찰서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청도경찰서 경찰들은 물리력을 동원하여 햇빛가리개 설치를 막아섰다. 경찰의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도덕적 폭력이자 반인권 반인륜적 범죄다”며 “경찰은 한전의 사병이 된 또다른 폭력 집단이 됐다”고 밝혔다.
아요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월요일부터 길바닥에서 땡볕에 노출된 할머니들이 많이 지쳐있다. 경찰은 한 시간마다 교대하면서 얼음물을 공수하는데 차광막을 치려니 경찰이 위험하다면서 막았다”며 “차광막이 뭐가 그렇게 위험한가. 경찰과 한전만 없으면 된다. 오히려 한전과 경찰이 이곳을 침입했다”고 말했다.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소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차광막 설치는 청도경찰서에서 판단하는 것이라 몇 차례 설치를 권유했다. 지금 한전에서 설치한 차광막은 펜스를 보강하는 형태로 펜스 안쪽을 위한 차양막이다”며 “도로 위쪽으로 차광막이 쳐져야 하는데 경찰이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혁장 소장은 “차광막 설치는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다. 할머니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고 탈진이나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장에서 대구인권사무소 직원이 모니터링 중인데 이외에도 과잉진압 등의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면 검찰 고발이나 지휘관 징계 권고 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도경찰서는 차광막 설치는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도로에 차양막을 설치하는 것은)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다. 도로에 설치된 천막을 용인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