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10년 동안 매년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재계약을 맺은 영남대 청소노동자들이 올해는 3개월짜리 단기계약을 통보받고 다시금 고용불안에 빠졌다. 그런데 용역업체는 3개월 단기계약이 오히려 청소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학은 지난해 노조와 청소노동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합의했지만, 고용계약은 용역업체의 고유권한이라며 합의안 이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작년, 경산지역 5개 대학 청소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 합의
올해, 영남대 제외한 4개 대학은 합의사항 이행
올해 8월 1일부터 영남대 제2권역(본관~공대) 청소용역업체로 선정된 ㈜KT텔레캅은 7월초 청소노동자 62명에게 3개월 단기계약을 통보했다. ㈜KT텔레캅은 오는 17일 청소노동자 신규채용 설명회를 열고 이력서와 신체검사를 거쳐 청소노동자와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개월 단기계약에 동의하는 청소노동자에 한해서만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고,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와는 재계약을 맺지 않는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노조는 대학이 합의사항을 어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6월 27일 대학은 노조와 연차수당, 식대 7만원, 만67세 정년보장과 더불어 업체 변경 시에도 고용을 승계한다는 내용을 올해 8월 1일부터 적용한다며 합의했다. 이는 영남대를 포함해 경산지역 5개 대학이 공동으로 합의한 내용이다. 현재 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는 이같은 합의 내용이 지켜지고 있다.
영남대만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자 민주노총 대구일반노조 소속 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시설지회는 16일 오전 영남대 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고용승계와 처우개선 등 합의사항 이행”을 대학에 촉구했다.
노조는 “이제 겨우 작년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만들어내고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올해 적용하려는 시점에서 또다시 영남대학교와 용역업체는 합의사항은 무시한 채 단기계약 3개월 운운하며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케 만들고 있다”며 “대학본부는 책임성 있는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경순 영남대시설지회장은 “우리는 길게는 1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이다. 우리가 3개월짜리 단기계약 수습과정을 또 거쳐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른 4개 대학은 고용승계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있는데 영남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백기수 영남대 시설관리팀장은 “업체선정 과정에서 100% 고용승계 등의 내용을 공지했다. 노조와의 약속을 어긴 게 없다”며 “3개월 인턴과정을 거치는 게 업체의 인사원칙이라면 그 부분과 관련해 대학이 강요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또, 내일 직원 채용설명회가 열리고 난 다음에 문제가 있으면 업체에 권고 등의 행동을 하면 되는 문제”라고 노조의 주장에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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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노조와 대학은 청소노동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 | |
업체 “3개월 단기계약은 근로자 위한 것”
노조 “3개월 만료 후 고용권 가지고 노조탄압 한 전례 있어”
10년 가까이 일한 청소노동자가 ‘신규채용’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습과정인 3개월 단기계약 체결이 고용승계의 단서조항이라는 점은 청소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불안뿐만 아니라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KT텔레캅은 3개월 단기계약이 오히려 청소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호 ㈜KT텔레캅 경북지역단장은 “회사 취업규칙에 수습기간이 명시돼 있다. 우리업체는 청소 시스템이 다른 업체와 다르다. 새로운 시스템에 청소노동자들이 적응을 못 하면 그만둘 수도 있다. 그런데 1년 계약을 해놓고 중간에 그만두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 수년간 고용보험을 내놓고 실업급여를 못 받으면 안 되지 않느냐. 그래서 이런 근로자를 보호해주기 위해서 3개월 재계약을 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3개월 일하고 회사와 호흡이 맞으면 이후 100% 재고용 된다. 고용단절이 목적이라면 행정절차가 많아지는 이런 식으로 안 한다. 우리도 노조가 있는 회사다. 회사의 시스템에 맞춰 열심히만 따라온다면 고용불안을 느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내일 취업설명회 들어보고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가 우려하듯 실업급여를 위한 거라면 ‘자발적 퇴사’가 아닌 ‘해고통보’로도 충분하다. 이 때문에 노조는 업체의 주장에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며 반박했다.
권택흥 대구일반노조 위원장은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회사는 3개월 계약만료 이후에 고용에 대해 판단을 하겠다는 거다. 3개월 계약만료 후 재계약을 안 하더라도 회사는 책임 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회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권 위원장은 “고용권을 회사가 가지고 현장에서 노조를 탄압하는 무기로 쓰기 위한 것이다. 2012년 ㈜KT텔레캅이 용역을 맡은 영남대 1권역에서 벌어진 바 있다”며 “한국노총이 있던 1권역에서 3개월 계약을 하려고 하자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그러자 회사는 고용권을 쥐고 민주노총 탈퇴를 요구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