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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7월12일 07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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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김전한의 스토리텔링 (10)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

김전한(시나리오 작가) kjh697@naver.com

Chap 2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1.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

 가을날 하늘은 구름한 점 없습니다. 가만히 올려다 봅니다. 그럴 때 웅얼거리며 흘러나오는 노래말이 있습니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어....공활하다? 아득하고 아득해서 그 아득함의 끝자락을 몰라 할 때 나오는 단어, 공활(空豁)입니다. 얼마나 막막 하길래, 공(空)하고 게다가 활(豁)까지 할까요? 뭔가 시라도 한 자락 흘러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입니다. 뭔가 고상하고 비장한 시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이럴 때 떠 오르는 단어가 바로 영감입니다. 아, 영감(靈感)이 올 것 같은데, 뭔가 기미는 엿 보이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영감이란건 대체 어떤 몸짓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왜 이놈은 형체도 없는 것이, 살짝 기미만 보여주고 더 이상 제 몸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걸까요? 영감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놈은 우연히 우리에게 다가 오는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채집을 해야 할 대상 일까요?

 사람마다 다가오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겠지요. 제 방식은 우연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채집하려고도 않습니다. 다만, 평소에 이놈과 친해지려고 노력 합니다. 연애에도 작업 거는 방식이 있는 것처럼, 나도 이놈과 연애 거는 방식이 나름으로는 있습니다.   
다시 공활한 가을하늘 아래로 가 봅시다.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짙푸른 가을하늘, 알 수 없는 허무감, 그러한 감정선에 대해서 글을 적으려고 해봅시다. 이 감정선에 대해서 글을 만들어보자,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글은 커녕 그 거대한 공간에 압도되어, 마음은 막막할 따름입니다. 이런 풍경 속에서, 이 허무함을 글로 표현하려는데 왜 영감은 오지 않을까요?

 그것은 영감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영감을 우연의 결과물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영감을 쫓아다닌다고, 그놈이 우리 손아귀에 쉽게 잡혀줄까요? 형체도 알 수 없는 그놈을 어디 가서 찾아서, 어떻게 뒤쫓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 역시 막연한 일입니다.

 자아 그렇다면, 다시 가을하늘, 그 공활한 짙푸름 아래로 가봅시다. 눈을 감고, 그곳을 상상해보세요. 허무함이나 막막함에 대한 생각보다는 물리적 사고체계로 그 하늘을 봅시다. 저 텅빈 공간은 과연 텅 비기만 했을까? 텅 비어 보이는 저 안에 무엇이 존재할까?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겠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길들이 있을 것 입니다. 바람의 길들에도 그 나름의 결들이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자아 우리는 지금 영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니, 바람의 길이니, 바람 길의 결이니, 그런 정서적인 것 말고, 아주 과학적인 그 무엇을 떠올려 봅시다. 텅 빈 공간 안에 존재하는 과학적인 그 무엇 말입니다.
 
 전파 말입니다. 세상엔 수많은 전파가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쏟아 내 뱉는 전파, 텔레비전 전파, 한국에서 미국에서 일본에서, 혹은 머나먼 우주에서도 뱉어낸 전파들이 엄청나게 저 텅 빈 공간속에 있을 것 입니다. 그 전파들의 숫자는 감히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엄청난 양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 숱한 전파가 저 텅 빈 공간속에서 춤추고 있는데, 가을의 공활한 하늘은 고요하기만 합니까? 세상의 모든 소리와 음악들이 저 텅 빈 공간에서 아우성인데, 우리 귀에는 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일까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에겐 안테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소리들을 채집하는 것은 간단 합니다. 라디오입니다. 그 소리를 채집할 수 있는 주파수의 안테나입니다. 우리는 안테나를 세우고 주파수의 채널을 맞추는 순간, 적막의 공간은 더 이상 고요가 아닙니다. 그곳에서 분명하게 소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안테나를 가진, 라디오를 가진 우리는 저 텅 빈 공활한 적막에서 자유자재로 소리들을 입맛대로 취사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초등학생이면 알 수 있는 간단한 원리입니다. 왜 이런 바보 같은 말을 하고 있냐고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영감과 만나는, 영감과 친해지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손쉽게 듣는 라디오 방송의 전파는 허공에 떠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송내용이 허공에서 그냥 들리진 않습니다. 주파수를 맞춘 라디오, 혹은 안테나가 있어야만 비로서 허공을 떠도는 전파는 구체적인 소리로 변화됩니다.

 영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가슴으로 올까요? 머리로 올까요? 영감은 머리로도 가슴으로 오지 않습니다. 네에, 어디서 온다고요? 네에...그렇습니다. 영감은 바로 안테나를 통해서 옵니다. 여러분의 정서가 세워둔 안테나를 통해서만 그것이 다가옵니다. 안테나의 성능에 따라서 영감이라는 놈은 제 모습을 확연하게도 보여주고 희미하게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그 안테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안테나는 어떻게 만들어야 될까요? 또한 안테나를 어떻게 뻗쳐놓아야 영감의 주파수를 제대로 잡을 수가 있을까요? 네에 그렇습니다. 이야기의 문법입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이야기의 문법을 잠시 들여다 봐야 겠습니다.
 


김전한
1991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
2008.03~ 동아방송예술대학 영화예술과 겸임교수
2005년 영화 녹색의자 (각본)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김전한(시나리오 작가) kjh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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