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결성 1년 만에 체결한 임단협. 43일 동안 파업을 벌이며 서울에 상경해 노숙농성을 벌였던 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얼굴에서는 투쟁의 고단함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임종헌 분회장과 임덕규 총무는 지난해 7월 노조 결성과 함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센터분회를 이끌었다. 노조를 결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분회 조합원이었던 故 임현우 씨가 과로사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두 사람은 삼성과 ‘바지사장’에 대한 싸움을 벌였다. 이후 故 최종범, 故 염호석 두 열사의 죽음을 지켜봤다.
그러면서 대기업 ‘삼성’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분노와 더불어 싸워서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자고 마음먹었고, 5월 19일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고 염호석 열사의 장례를 치른 6월 30일까지 자리를 지켰다. 임 분회장은 열사의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 수염을 깍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상경할 때 면도기를 챙겨갔다. 그리고 정동진에서 염호석 열사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수염을 말끔하게 잘랐다.
임종헌 분회장은 “투쟁하면서 많이 배웠다. 우리의 원동력은 조합원이다. 이제부터 조합원을 늘리고 분회를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다짐했고, 임덕규 총무는 “처음 경찰과 삼성 경비들과 대치했을 때 두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법적으로도 옳은 싸움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고, 우리가 옳다는 걸 저들도 알고 있었다. 합법적인 투쟁이라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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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한 임종헌(왼쪽 첫번째) 분회장과 임덕규(왼쪽에서 두번째) 총무. [출처=임덕규 제공] | | |
임덕규 총무는 “처음 노조를 할 때는 센터 앞에서 피켓 들고 서 있는 것도 머쓱했다. 그런데 이번에 거리는 물론 청와대 앞까지 가서 1인 시위를 진행하였다. 1인 시위의 자유는 보장된 것이지 않나. 그렇게 싸우고 나니까 무서울 게 없더라. 바지사장과 팀장과 싸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임종헌 분회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적의 상태가 어떤지 상황을 알고 싸워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조합원수가 많아야 힘이 강해진다는 것도 알았다”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회사에 정당함을 관철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에게 함께 거리에서 울고 웃으며 싸운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대부분을 상경해 파업을 진행했던 터라 지난달 월급이 4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단협 내용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삼성과 단협을 체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족한 점은 앞으로의 과제로 삼아 분회 활동을 통해 만들어 갈 계획이다.
임덕규 총무는 “센터별로 다시 단협 체결을 해야 한다는 게 가장 아쉽다. 그렇지만 기준단협에서 기본급이 포함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임종헌 분회장은 “처음에 요구한 전면호봉제는 안 됐지만, 기본급 올리고 성과급 만드는 발판이 됐다. 징계관련, 노조 전임자, 특정근로자 문제 등 부족한 부분은 이제부터 싸워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파업 동안 힘들었을 조합원을 추스르고 분회 활동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