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는 8월 졸업 예정인 경영학부 06학번 이상원입니다. 수업시간만 결석 없이 참석할 뿐 교수님들 눈에 띄지 않았을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런 제가 감히 결례를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교수님들께 편지를 쓰는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 결정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경영학부 교수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부 교수님들이 반발했고, 반발을 무마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투표를 선택하셨다고요.
경영학부장님은 “대학본부에서 명예박사를 경영학부에서 받고자 하는 사람을 추천하면 학부는 자격요건만 확인해 결정한다. 공적은 본부가 작성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는 언론 보도도 봤습니다.
2006년에 입학해서 꽤 오래 학교에 다니면서 크게 학교를 자랑스러워 한 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끄러워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경북대 학생이라는 것이, 경영학부 학생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다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아니지만, 제가 들은 수업 내용에 비춰보면 이 전 대통령은 명예박사를, 더군다나 경영학 명예박사를 받을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 그것이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효율성이고, 경영자의 기본적인 자질이 아닌지요.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지난 임기 동안 저지른 과오는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예비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그의 747성장 정책을 떠올려 봐도 그렇습니다. 7% 성장, 소득 4만불, 세계 7대 선진국 중 어느 것 하나 달성한 것이 없습니다. 기업에 비추어보면 경영자가 시장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과도한 목표를 세웠다는 의미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이 전 대통령의 경제부흥 역점사업이었던 4대강 공사장에서는 과도한 성과주의로 수십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이후 이만큼이나 많은 노동자가 국책 사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전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4대강 논란과 그로 인한 국력 낭비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어떻습니까. 노후선박 연령 규제를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해 이미 수명을 다한 선박을 ‘세월호’라는 이름으로 들여오게 한 것도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었습니다. 경영자의 오판이 구성원 수 백 명의 목숨을 잃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이 사과 한마디라도 했다는 이야기를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본인 임기가 끝났으니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행태입니다. 교수님들이 가르친 책임경영이 이런 것인가 의문입니다.
그런데도 경영학부장님은 ‘공적은 본부가 작성할 일’이라고 하시고, 일부 교수가 반발하든 말든 투표로 결정해버렸다고 합니다. ‘절차’라는 짐짓 객관적인 듯, 민주적인 듯한 가면을 쓰고 말입니다. 그리곤 무기명의 장막 뒤에 숨어서 학자적 양심을 버렸습니다.
결국, 교수님들이 수많은 학생들 앞에 서서 가르쳤던 것이 그저 입 발린 소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져버렸습니다. 각자의 능력을 키우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꿈을 가지라 하셨지만, 결국은 힘 있는 자에게 납작 엎드리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임을 몸소 실천해보이셨습니다.
진리, 긍지, 봉사. 경북대의 가치라고 합니다. 진리도, 긍지도 없이, 권력에 대한 자발적 봉사만 남은 학교를 어떻게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해야 할지 저는 이제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