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 사진을 보고 예쁜 길이구나 하는 말을 들었다.
나에게 이 길은 익숙함이 먼저였다. 처음 가보는 길이었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과는 달리 이해할 만한 근거를 오랫동안 저 마음 깊은 곳 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그런 익숙함을 품은 길. 손때 묻은 오래된 찻잔과 같은 아름다움이라 한참을 두고 보다 보니 아 예쁘구나 하는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놀던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듬뿍 묻어서는.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 어릴 적 놀던 그 동네는 에진작에 허물고 엎고 갈고 닦아 예전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데 나는 그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생전 처음 와본 길에 와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처음 그 말을 꺼냈던 그도 그랬을 것이 심지어 그는 대구에 살았던 적도 와본 적도 없으니까.
장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태어나는 친구들은 이런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노는 추억을 우리처럼 가질 수는 없을 터이고 그 친구들이 자라서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면 그들 나름대로 기억을 살려주는 어떤 공간이 있을 것이며 그곳에서 오늘의 나처럼 이런 익숙한 아름다움을 그들의 낡은 주머니에서 오랜만에 꺼내어 닦아보는 시간을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가 되어 떠올려 줄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된다면 이 길도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을까.
지금도 시간은 쌓이고 추억은 닳아간다.
이 길도 어느 순간 새 길이 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겠지. 그땐 또 어딘가의 장소가 너와 나의 추억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 본다. 기억이 닳아가는 것이 빠를지 변화에 눌려가는 것이 빠를지 모를 일이지만.
김태홍
20대 후반.
경북대학교 학생
생긴것도 곰. 식성도 곰. 덩치도 곰. 그래서 아직도 곰
pentax mx, fed micron
필름은 기분 내키는 대로
자가현상은 무리
재밌는게 좋아요. 즐겁게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