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 보니] (26) 길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오피니언 > 칼럼 > 곰곰이 생각해 보니
뉴스관리툴 2014년06월25일 16시52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곰곰이 생각해 보니] (26) 길
시간은 쌓이고 추억은 닳아간다.

김태홍 ssagaji0415@naver.com

ⓒ김태홍

누군가 이 사진을 보고 예쁜 길이구나 하는 말을 들었다.

나에게 이 길은 익숙함이 먼저였다. 처음 가보는 길이었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과는 달리 이해할 만한 근거를 오랫동안 저 마음 깊은 곳 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그런 익숙함을 품은 길. 손때 묻은 오래된 찻잔과 같은 아름다움이라 한참을 두고 보다 보니 아 예쁘구나 하는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놀던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듬뿍 묻어서는.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 어릴 적 놀던 그 동네는 에진작에 허물고 엎고 갈고 닦아 예전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데 나는 그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생전 처음 와본 길에 와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처음 그 말을 꺼냈던 그도 그랬을 것이 심지어 그는 대구에 살았던 적도 와본 적도 없으니까.

장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태어나는 친구들은 이런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노는 추억을 우리처럼 가질 수는 없을 터이고 그 친구들이 자라서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면 그들 나름대로 기억을 살려주는 어떤 공간이 있을 것이며 그곳에서 오늘의 나처럼 이런 익숙한 아름다움을 그들의 낡은 주머니에서 오랜만에 꺼내어 닦아보는 시간을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가 되어 떠올려 줄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된다면 이 길도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을까.

지금도 시간은 쌓이고 추억은 닳아간다.

이 길도 어느 순간 새 길이 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겠지. 그땐 또 어딘가의 장소가 너와 나의 추억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 본다. 기억이 닳아가는 것이 빠를지 변화에 눌려가는 것이 빠를지 모를 일이지만.



김태홍
20대 후반.
경북대학교 학생
생긴것도 곰. 식성도 곰. 덩치도 곰. 그래서 아직도 곰  

pentax mx, fed micron
필름은 기분 내키는 대로
자가현상은 무리
재밌는게 좋아요. 즐겁게 지내요.

김태홍 ssagaji0415@naver.com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곰곰이 생각해 보니] (25) 인연의 불친절함
[곰곰이 생각해 보니] (24) 무겁게 다가오는 그
[곰곰이 생각해 보니] (23) 짧은 기억에 기대어 쫓는 사치스런 낭만의 단편
[곰곰이 생각해 보니] (22) 봄이 오고 있더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21) 다시 걸으나 다시 휘청거린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20) 상황은 아주 변덕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9)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8) 몸을 맞대어 그대와의 사이를 좁혀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7) 저어기, 저곳에 가보고 싶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16) 亡失.
[곰곰이 생각해 보니] (15) 낮은 목소리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4) 그 사람 뒤로 펼쳐진 유리창
[곰곰이 생각해 보니] (13) 가을은 다시 찾아왔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12) 가을이 온다는 것은 생각할 시간을 가질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1) 나는 나비가 예쁘다 했고 너는 가여우다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0) 모든 사물에는 제 자리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9) 어두우면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8) 빈자리를 찍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7) 그토록 미워하고 싫어하던 너
[곰곰이 생각해 보니] (6) 말
[곰곰이 생각해 보니] (5) 그는 과거를 아름답게
[곰곰이 생각해 보니] (4) 까페는 구석진 자리가 좋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3) 다른 사람
[곰곰이 생각해 보니] (2) 밤을 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 아날로그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곰곰이 생각해 보니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54257868  입력
다음기사 : [곰곰이 생각해 보니] (27) 여름 (2014-07-10 10:28:10)
이전기사 : [곰곰이 생각해 보니] (25) 인연의 불친절함 (2014-06-11 13:38:33)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