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FTA 농업분야 통상 현안 영남권 설명회가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24일 오후 2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는 대구시 동구 동대구로 대구상공회의소 10층 강당에서 ‘DDA/FTA 농업분야 통상현안 설명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북지역 농민 20여 명의 반대로 무산됐다.
애초 설명회는 ‘DDA, FTA, TPP, 쌀 관세화 등 농업분야 통상현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 및 의견수렴’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농민들은 “요식적인 행사에 불과하고, 쌀 전면개방을 위한 농림부의 속셈”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로써 애초 전국 6개 지역(강원․서울경기․영남․제주․충청․호남) 개최를 목표로 한 설명회는 4곳(강원․서울경기․영남․충청)에서 개최 도중 무산되고 2곳(호남․제주)은 연기됐다.
이종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은 “설명회를 막는 이유는 주최자인 FAO 한국협회가 의견수렴이나 설명회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면서도 쌀 관세화하려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려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농, “관세화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 현상유지 가능”
농림부, “관세화하거나 의무수입물량 증가해야”
한편, 전농과 농림부의 쟁점인 쌀 관세화 논란은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을 관세화 방식으로 개방하도록 결정한 것에서 출발한다.
관세화는 UR 협상에 따라 모든 WTO 회원국의 모든 농산물에 적용되는 원칙인데, 한국의 경우 쌀은 예외로 해 관세화를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유예의 대가로 한국은 쌀을 의무수입물량(MMA)만큼 일정 관세율로 수입했다.
관세화 유예는 2014년까지 적용돼, 한국도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15년부터는 쌀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한국은 관련 이행계획서를 WTO에 올해 9월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에 전농은 도하 개발 어젠다(Doha Development Agenda,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관세화도 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도 늘이지 않는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종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은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필리핀의 사례를 들며 현상을 왜곡한다. 필리핀은 웨이버(waiver, WTO 협정 일시 의무면제)를 하며 의무수입물량을 2.3배 증가시켰다”며 “전농은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의무수입물량도 증가시키지 않고 쌀 관세화도 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관세화 하거나 아니면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과장은 “지난해부터 전문가를 통해 면밀하게 법률적 검토를 했고, 주요국들과 접촉해서 확인해 본 결과 관세화를 유예하며 의무수입물량도 증가시키지 않는 것은 어렵다”며 “필리핀도 관세화 유예를 아무 대가 없이 할 수 없어 의무수입물량을 늘였다. 관세화를 하든지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며 유예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설명회 무산과 관련해 박수진 과장은 “이번 설명회가 아니더라도 농업계와 충분히 의견수렴은 했다. 지난해부터 설명회나 공청회도 해왔고 비공식 협의도 했다. 농업인 단체 주관으로 공청회도 했다”고 했고, 추후 일정에 관해서는 “아직 전반적 일정을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전농 경북도연맹은 설명회에 앞선 오후 1시 30분 대구상공회의소 앞에서 설명회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철민 경산시 농민회 사무국장은 “관변단체가 쌀시장 전면 개방 여론 조성을 목표로 타 시도에서 다 취소된 설명회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하려 한다. 설명회는 농민이 참여하지 않는 생색내기 설명회다”며 “과거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농민을 얼마나 홀대하고 무시하나. TK 지역에서 지지했는데 농민에게 돌아온 것은 쌀 수입하고 FTA 하라는 것밖에 없다. 농민들은 젊은 사람도 농사짓기가 힘들고 자식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킬 정도다”고 말했다.
김창호 영주시 농민회 사무국장은 “돈 벌 생각으로 농사짓는 게 아니다. 힘들더라도 우리 먹거리 우리가 지키자는 일념으로 농사짓는다. 식량 주권을 지킨다는 대의가 있다”며 “쌀 개방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적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