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염원을 담아 구미역에 내걸린 노란리본이 쓰레기로 취급돼 소각장에서 불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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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역광장 앞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추모분향소 주변으로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노란리본이 걸려 있었다. | | |
구미지역 노동조합·시민단체는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시민분향소를 구미역 광장에 설치했다.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고, 구미역 광장 앞은 수만 여개의 노란리본이 긴 띠를 이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난 6월 10일 노란리본은 모두 사라졌다. 구미시 청소업체에서 리본을 쓰레기로 분류해 소각장에서 모두 태워버린 것이다.
11일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위해 구미역 광장을 찾은 이동식 구미YMCA 사무총장은 노란리본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해 CCTV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10일 오전 7시경 정체 모를 한 남성이 노란리본을 떼어내 한 곳으로 모았다.
이동식 사무총장은 “누가 철거를 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수사가 진행되면 밝혀질 것”이라며 “구미시 공무원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마지막 수거는 구미시에서 했다. 노란리본인줄 알았다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미시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문제가 일어나 이후에 확인해보니 쓰레기 수거장소에 리본이 담긴 마대자루가 있어 환경미화원이 재활용쓰레기로 생각해 수거했다”며 “구미시가 고의적으로 수거를 지시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최인혁 구미참여연대 최인혁 간사는 “구미시와 면담을 진행했다. 구미시는 노란리본인줄 모르고 수거했다고 한다. 청소업무 담당자가 노란리본인줄 모르고 철거했을 순 있으나, 구미시는 수거한다고 연락이라도 줬어야 했다”며 “의도적인 것이 아닌 실수라 하더라도 구미시가 시민들에게 사과라도 해야 한다”며 구미시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란리본 소각 사실에 시민분향소를 함께 준비했던 민주노총 구미지부 등은 남유진 구미시장에 책임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란리본 수거 이후 시민분향소 자리에 남유진 구미시장 당선 축하 현수막이 며칠간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23일 오전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유진 구미시장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곳을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을 담아 쓴 글귀들이 노란리본에 새겨져 구미역을 노란 희망으로 물들였다”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시민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짓밟은 구미시의 행태가 너무나 부끄럽다. 진심을 다해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남유진 구미시장에게 “누구의 지시로 노란리본이 제거됐는지, 왜 불태워져야 했는지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며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한 시장으로 희생자, 유가족분들보다 먼저 그 날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