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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6월23일 12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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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욕할 수 없는 비참함을 넘어서
[기고] 전교조, 학교의 모든 약자들과 연대를

이희진(대구칠성초등학교 교사, 전교조 조합원) newsmin@newsmin.co.kr

5교시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자료를 찾아 학생들과 같이 보기 위해 인터넷 창을 연 순간 포털사이트 메인에 속보 기사 제목이 눈에 꽂혔다.

법원 "전교조, 법외노조 정당…법적 지위 상실“

예상보다 훨씬 더 참담했다. 그럴지 몰랐는데 눈물이 자꾸 나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다행히 학생들이 모둠별로 토론하는 수업이라 학생들에게 들키진 않았다. 쉬는 시간에 조합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방금, 1심 판결이 났습니다. 전교조가 합법적인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한 고용노동부의 통보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났네요.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3시 이후에 저희 반 교실로 오시면 커피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같이 마음이나 달래요.”

학교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어차피 마음이 참담하여 업무도 손에 안 잡힐 거 같았다. 하지만 돌아온 답장은 “응원합니다”였다. 그 답장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차가워졌다. 그도 조합원이고 나도 조합원이다. 당신과 나의 노조가 합법이 아니라고 법원이 말했는데 누가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이 분이 분회 모임에 소홀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늘 연락에 가장 빨리 대답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도와주고 응원해야 할 남의 일이었던 것이다. 이런 비극이 어디 있나... 그야말로 조합원과 조합이 괴리되어 있는 모습.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1시 30분,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 근거로 제시한 교원노조법 2조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도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출처=참세상]

조합원과 노조의 분리, 탈정치화 파편화된 사람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노조가 내 조직이라는, 내가 전교조의 구성원이라는 확인을 할 수 있는 계기는 2년에 한 번, 노조선거가 유일하니까. 뜨거웠던 지방선거기간에도 노동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소통은 없었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보장되지 않는 교사의 정치적 권리가 문제의 사단이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있었을 텐데. 전국의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이라도 해서 교육감 선거에 전국교사공동정책제안 같은 방식으로 발표하는 건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민주노총에서 지지하는 후보들’이라는 명단도 있던데 그런 걸 홍보하거나 지역별 선거 쟁점 같은 거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알려주는 건 선거법에 걸리지 않을 텐데…. 선거철이야말로 저마다 표 하나를 손에 들지 않는가. 그리고는 그동안 못했더라도, 이때 만큼은 어느 놈이 뭘 잘못했으며 정치에 뭐가 문제고 어떤 놈이 당선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때가 아닌가. 하지만 학교는 정말이지 침착했다. 가뜩이나 선거에서 소외되는 교사들인데 여러 교사단체들 역시 교사는 정치적 중립(이라고 쓰고 정부에게 복종이라 읽는다)을 지켜야 한다는 말 앞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정부가 유일하게 국민을 두려워하는 때라고 하는 그 선거철에 말이다. 그렇게, 한층 더 탈정치화되는 교사들, 한층 더 흐릿해지는 전교조.

하긴 생각해보면 굳이 선거까지 갈 것도 없다. 몇 주 전까지 썼던 업무용메신저를 지금도 쓰고 있었다면 저런 메시지조차 보내지 못했을 테니. 대부분 학교에서 사설 메신저 서비스를 사서 쓰고 있어 교육청에서 학교용 업무메신저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부터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우리학교는 얼마 전까지 그 메신저를 쓰다가 오류가 너무 많아서 결국 사설 서비스로 바꾸었다. 교직원들이 만세를 불렀었는데 교육청 메신저가 워낙 오류가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그 메신저를 쓸 때에는 교육청 서버와 학교서버 그리고 각자의 메신저가 다 연결되어 있어 사찰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다들 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메신저가 있음에도 카톡으로 연락하고 심지어 내가 세월호 관련한 메시지를 보냈을 때에는 다른 교사가 와서 조심스레 걱정해주고 갔을 정도였다. 기록에 남을 테니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그야말로 탈정치화, 파편화된 사회이지 않은가.

나의 노조를 불법이라 칭하고 심지어 법원이 그들의 편을 들었는데, 그래서 난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권리가 박탈당하고 주먹 쥘 힘과 의지조차 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무력한 분노-뒤에서 입으로 욕하는 것-조차 함께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나 자신도 내 눈앞에 있는 학생들에게 나의 감정과 나의 상황을 숨기려고 급급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왜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애쓰는 걸까. 이 큰 학교에 이 비애를 나눌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말 그대로 비참했다. 인터넷에서 본 ‘나는 여전히 전교조 조합원이다’라는 이미지를 업무용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고 퇴근을 했다. 그리고 잠이 들고 다시 일어나 출근을 했다.

함께 슬퍼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싸움

아침에 비조합원인 한 교사와 메신저로 업무연락을 하던 중이었다. 원래 메시지 끝에 다감한 인사를 잘 붙이는 선생님이었고 그날도 좋은 하루 되라는 인사가 메시지의 마지막에 있었다. 별생각 없이 답장을 보냈다.

“저는 슬퍼요”

“그러게요. 하지만 프로필 사진 멋져요. 저도 대충 바꾸었어요.”

슬프다는 말에 왜요? 라는 대답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참교육! 전교조를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로 바뀐 상대방의 프로필이었다. 다시 한 번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났다. 메신저 창을 열고 수신자에 모든 사람을 선택했다.

“어제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합법이라는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으나 지지와 응원 보내주신 몇몇 선생님들 덕분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7만 명이 넘는 교사 조직을 보고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말 그대로 '교권침해'적입니까.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시더라도 분노하고 화내고 계시다는 걸 잠시 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관련된 일정이 나오면 알려드릴 테니 관심 가져 주세요.”


메시지에는 생각보다 많은 답장이 왔다. 평소 나와 껄끄러웠던 교사에게도 ‘이번 기회로 전교조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구체적인 활동으로, 교사와 국민 모두에게 더 많은 신임을 얻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답장이 왔다. 그렇다. 전교조의 투쟁 성과가 조합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듯, 전교조가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로 운영된다고 해서 조합원들만의 조직인 것도 아니듯,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는 것은 조합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내가 속한 이곳, 이 학교의 모두를 대상으로 소통하고자 해야 하는 것이었다.

맘 같아서는 메시지의 마지막에 일정에 대한 안내를 넣고 싶었다. 그래서 전교조의 조합원이든 아니든 함께 가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사태를 같이 슬퍼하자고, 그리고 같이 분노하자고 쓰고 싶었다. 얼른 찾아봤지만, 내가 접할 수 있는 일정은 기자회견과 몇몇 지도부의 단식 소식이었다. 기자회견과 단식을 제안할 순 없었다. 그런 투쟁보다 보다 더 감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세월호 사태에서도, 그리고 전국의 학교를 뒤흔든 학교 폭력 정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애도하지 않는 소시오패스 사회를 비판했었지 않나.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촛불을 들고 모여 기억하겠노라 잊지 않겠노라 밝혀내겠노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명 한 명 각자 욕하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분노를 공공(公共)화 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도 그런 자리가 만들어질 수는 없는 걸까. 시민들이 먼저 나서 슬퍼해 주기엔 전교조는 크고 거대한 전국조직이다. 스스로 그런 판을 만들 수는 없는 건가. 조합원이든 조합원이 아니든 간에 여러 사람들이 감정을 모아내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로 싸움을 시작할 수 없는 걸까. 기자회견이 아니라.

욕을 하더라도 같이, 하지만 같이 하는 뒷담화를 넘어서

지난 학교 비정규직 파업 때 파업에 동참한 대구 시내 5개 학교 중 한 학교에 나는 근무하고 있다. 급식소 문을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저 문을 열고 들어가 학교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에게 전교조의 법외노조 사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나도 민주노총 조합원이고 그들도 민주노총 조합원이니 우리는 같은 단체의 회원인데 심지어 우리가 함께 소속한 그 ‘노조’일인데! 하지만 들어가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 학교에 4년째 일하고 있으면서 학교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과 소통한 것은 그 파업 때뿐이었다. 그들과 나는 같은 노동조합 조합원이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전교조가 어떤 전술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조퇴투쟁, 연가투쟁이 제안되고 하지만 그것이 ‘대중적으로 비판받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도 늘 그랬듯 반복된다. 급식소 문 앞에 서서 잠시 생각했다. 그때 우리가 말하는 ‘대중’은 누구일까. 학교에 있는 비조합원 교사, 방과후학교 교사, 조리원, 실무원 그리고 학생들은 그 ‘대중’ 속에 포함된 걸까 아닌 걸까. 만약 내가 연가투쟁을 한다면 학교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나의 연가투쟁에 대해 지지할까, 비판할까. 그리고 나는 그들의 지지 혹은 비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혹여 그들이 비판한다 하더라도 왜 나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비판을 직접 내가 듣는 것이 아니라 조중동과 같은 언론에서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기사로 접하게 될 거라고 생각되는 걸까.

법외노조화되었으니 규약을 개정해 전교조에 기간제교사 및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http://www.redian.org/archive/60637)은 일련의 질문에 대한 답을 흐릿하게나마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학교에서 ‘ㅇㅇ초 분회’ 모임을 할 때 교사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 함께 모인다면, 그렇게 모여서 이 학교의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면? 학교 비정규직 파업 때 내가 급식소로 지지방문을 갔을 때 관리자는 날 1시간 가까이 막았었다. 지지방문을 받으면 파업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힘을 낼 것이고 그것이 자신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저 한 번의 연대가 그렇다면 일상적인 연대는 어떨까. 다음 주부터 지회장과 집행부가 분회방문을 한다는데 그 분회모임에 상당수가 우리학교 학부모인 학비노조 조합원들이 함께한다면 학교 관리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저 같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나 싶긴 하지만 누가 같이 모여 이야기하느냐는 물리적인 인적 구성은 늘 예상보다 엄청난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날 지지한다면 나는 지금처럼 입술을 깨물어 눈물을 참고 영혼 없는 수업을 학생들 앞에서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 역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분노할 권리를 당연하게도 가지고 있지만 내가 학생들과 노조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무섭고 불안해서이니 나의 세력, 나와 연대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학교에서 가진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말이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이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내게 합법노조를 빼앗아 갔다면, 그래서 내가 좀 더 약해졌다면 나는 어디서 힘을 얻어야 할까. 역사는 가르쳐준다. 약한자들의 연대가 늘 세상을 바꾸어왔다고. 그것이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방법과 과정을 담보하는 것이었다고. 그것이 단결이라고. 학교의 모든 약자들과 연대를!

이희진(대구칠성초등학교 교사, 전교조 조합원)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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