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라가 하는 일이면 평생 거역해본 적이 없다. 송전탑 공사로 우리 생명 재산과 삶의 터전이 박탈당하게 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용기가 필요했는데 이치우 어른이 분신하게 된 후로 전국 각지에서 연대가 많았다. 그 연대로 할매 할배들도 우리가 옳고 정당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국가공권력으로 움막을 철거해 우리는 잠시 밀렸지만, 아직 지지 않았다. 하지만 싸움은 정당한 쪽이 이긴다. 정의로운 사람이 이겨야 한다. 우리는 정당하다. 포기 안 한다. 다른 차원에서 투쟁을 계속 할 거다”(고준길, 용회마을 주민)
행정대집행으로 농성장이 산산조각이 났지만, 밀양 주민들은 굴하지 않고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
밀양시에서 송전탑 싸움을 이어오던 주민들은 14일 저녁 7시, ‘밀양송전탑 제150차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부북면 위양리 위양마을회관, 상동면 고정리 고정삼거리 주차장, 단장면 태룡리 용회마을 정자 앞에서 진행됐다. 촛불집회는 주민들과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 등 총 650여 명이 모인 채 2시간가량 진행됐다.
200여 명이 참여한 용회마을 촛불집회에는 노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 8시경 해가 지니 문화제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욱 달아올랐다. 주민과 행사참여자들은 “어두워지면 노래가 더 감칠맛 난다”라며 가로등 아래에서 촛불을 켜고 공연을 이어갔다.
어둠을 밝히며 진행한 문화제처럼 이날 주민들은 하나같이 “힘들더라도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산외면 주민 천춘정 씨는 “행정대집행 전날 전쟁 치를 걸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움막에 있으니 쇠사슬을 묶고 있더라. 경찰이 들이닥쳐 한 사람씩 노끈과 사슬을 자르고 다 몰아냈다”며 “움막도 짓밟아 처참하고 살벌한 싸움은 지나갔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다시 시작해서 철탑이 서더라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회마을의 송루시아 씨는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밀양에 사는 것도 싫어졌다. 움막이 철거되니 그 자리에서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경찰은 본분을 모르고 우리를 짓밟았다”며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현장에 달려와 준 신부와 수녀님들도 있고 많은 연대자들이 있어서 아직 희망이 있다”고 토로했다.
촛불집회에는 노래꾼의 노래와 즉석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 덕에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다가도 11일 행정대집행 당시 영상이 상영되자 조용한 가운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경찰이 주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이 밑에 있는데 위에서 천막을 칼로 찢고, 주민 바로 옆에서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랐다”며 “너무 화났다. 천국 같던 움막을 지옥으로 만든 사람들은 분명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밀양시는 11일 101, 115, 127, 129번 송전탑 예정 부지의 농성장을 모두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20여 명이 부상으로 후송됐다.
또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이 농성장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