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건강을 위해 등산이나 걷기를 계획한 사람들이 많았을 테다. 한 해도 반만 남겨둔 6월,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 계획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고비는 한여름 더위뿐이니 말이다. 슬슬 핑곗거리가 나설 즈음에 다시 운동화 끈을 묶고 집을 나서자.
한려수도와 맞닿은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의 상족암군립공원.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해안 경치는 발걸음을 이끌고, 1억 년의 세월을 버티고 널려있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길을 앞서 간다. 그리 길지도 힘들지도 않다. 걷는 내내 시간이 빚은 자연의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작품 해설까지 들을 수 있다. ‘정자 좋고 물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다 갖춘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다.
상족암군립공원의 해안 절경을 따라 이어진 해안누리길은 덕명리 입암마을과 공룡박물관 사이의 3.5km 구간으로, 공룡화석지의 특색에 맞게 이름도 ‘공룡화석지해변길(이하 공룡길)’이다. 전국에는 52개의 해안누리길이 있고 ‘공룡길’은 국토부가 뽑은 5개 대표 노선에 들어간바 있다.
공룡박물관에서 시작하면 공룡발자국과 지질시대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가지고 길을 걸을 수 있다. 박물관에서 상족암(0.8km) - 경남청소년수련관(0.4km) - 공룡화석탐방로(1km) - 상족암해변(0.3km) - 입암마을(1km)까지 1시간에 걸을 수 있다.
고성공룡박물관은 공룡발자국이 넓게 찍힌 상족암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한국 최초의 공룡전문박물관이다. 주차장과 박물관은 오르막이지만 엘리베이터와 미끄럼틀이 있어 불편하지 않다. 트릭아트 미술실과 3D 영상실, 5개의 전시실이 있다. 제1전시실은 공룡골격화석과 계통도, 제2전시실은 고성의 공룡발자국, 제3전시실은 백악기 공룡에 관한 전시물이 있다. 제4전시실은 공룡체험장, 제5전시실은 지질시대(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대표 화석을 전시했다. 박물관 바깥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각종 공룡 조형물이 전시된 공룡공원이다. 이곳을 지나 남쪽으로 나서면 곧 남해안에 닿는데 왼쪽으로 상족암이 보인다.
상족암 주변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바위층이 펼쳐있고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절벽을 이루고 있다. 바닷물의 침식을 받은 퇴적암층이 기암절벽이 되고, 해식동굴로 변했다. 네 개의 거대한 바위는 기둥처럼 버티고 있는데, 그 모양이 밥상다리를 닮아 그 이름이 상족암이다. 마을 토박이들은 발자국 때문에 쌍족, 쌍발로 부른단다. 상족암을 지나면, 나무로 바닥과 난간을 짠 탐방로가, 선명한 퇴적암들 아래로 이어진다. 긴장감까지는 아니라도 허투루 걸을 길은 아니다.
경남청소년수련관 앞바다는 여느 해수욕장처럼 둥글게 육지를 품고 있다. 이곳도 공룡발자국들이 여전하다. 그리고 촛대바위도 눈길을 끄는데, 조각 하나 빼면 다 무너질 것처럼 엉성하고 아슬아슬하지만, 1억 년을 버텼고 공룡들이 사라진 것도 지켜봤다.
공룡화석탐방로는 지난 1999년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덕명리 공룡과새발자국화석산지를 보는 길이다. 약 2억 3000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중엽에 등장해서 백악기가 끝날 무렵인 약 6500만 년 전에 사라진 공룡. 썰물 때면 약 1억 2천만 년 전에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들이 물웅덩이를 만들며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생대 새발자국도 세계 최대 규모다. 퇴적암 지층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깎이면서 그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같은 지층을 두고 있는 바닷속도 다르지 않다.
고성군의 지층은 약 1억 년 전에 생성되었고, 해안 약 41km에 걸쳐 1,900여 족의 다양한 공룡발자국이 남아있다. 1억 년의 시간 속에서 인간들과 함께 상족암 지층을 딛고 살았던 증거다. 다행스럽게도 자연을 개발하고 파괴하는 인간의 수백만 년 역사에서도 온전히 보존되었다. 사람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1억 6천만 년의 시간을 공룡에게 허락한 자연은 두렵고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