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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5월21일 11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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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잇고 이어져 있다.
[밀양을 살다] (2) 침몰하는 대한민국호, 계속 ‘가만히 있을’ 것인가

청년초록네트워크 누피(조은별) eunbeol1010@naver.com

[편집자 주]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는 주민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밀양을 살다>가 출간되었다. 밀양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또 다른 시대의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용산, 강정, 쌍용차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2012년 겨울,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모진 소식을 ‘함께살자 농성촌’에서 함께 들었던 사람들. 2014년의 차디찬 소식들을 마주하며 여전히 함께 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대를 살아내는 공감과 연대의 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까지 알면 그를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밀양에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20여 년에서 80여 년까지, 그동안 살아온 곳도 살아온 방식도 제각각인 사람들이었다. 어찌 보면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 사람이었지만 우리는 송전탑을 막겠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하나가 되어 투쟁해왔다.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싸우며 울고 웃으며 지냈다. 내 집보다 밀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일상을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과 함께 먹고 자며 몇 달의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나와 만나기 전의 몇 십 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이 송전탑 싸움에 뛰어들게 된 과정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참 반가웠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밀양

“한전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투쟁하기 딱! 좋은 나인데~”

▲[출처=뉴스민 자료사진]

투쟁에 나이가 있나요? 투쟁에는 나이가 없다. 최소한 내가 경험한 밀양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그곳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서 태어났는지 몇 살인지 따위가 아니다. 80대 노인부터 10대 청소년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송전탑을 막겠다는 하나의 생각으로 모이는 곳이 밀양이고 그들이 곧 밀양이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나는 밀양의 10여 년 세월을 모르고 살았다. 작년 10월, 공사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밀양의 주민들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가게 된 밀양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어색함도 얼마 가지 않았다. 밀양의 토박이인지, 귀촌한 이주민인지, 연대자인지 그런 경계들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먹고 자며 일상을 함께하는 식구가 되었다. 산꼭대기에서 비닐 한 장으로 11월의 찬바람을 버티면서도, 수도가 없어 흐르는 개울물에 설거지하면서도 함께하는 것이 좋았고 함께 밤이슬을 맞는 서로의 존재가 힘든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식구들이 생겼다. 밀양에서 만난 이들과는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아닐지언정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관계가 되었다. 도시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아파트와 아파트를 전전하며 살아왔던 나에게는 없던 고향이 생긴 것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곳, 이웃과 친구들이 사는 나의 고향은 밀양이다.

우리는 서로 잇고 이어져

“그래서 다 잊어버려야지, 밀양 올 때 그런 생각했어요. 그냥 이제 나 혼차 조용히 살아야지, 이런 거 이제 다 잊어버리겠다, 다 생각 안 해야지 하고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한 몇 년 동안 내 생활에만 몰두했고 거의 신문또 안 봤습니다. 거의 다 잊은 듯했어요. 잊은 듯했는데, 이 송전탑 문제가 불거진 거예요. 그때 내가 처음 느낀 게 내 혼자 무심히 살 수는 없는구나. 사회의 끈은 어떻게든 엮여서 이 송전탑 줄을 따라서 내한테 또 따라왔어요.“ (밀양을 살다, p.223 구미현 님 인터뷰 중)

나 혼자 무심히 살 수는 없다. 사회의 끈은 어떻게든 엮여서 나에게 온다. 내가 무심히 사는 동안, 내가 사는 도시의 불빛을 밝히고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전기는 밀양의 송전탑 줄을 따라서 나에게 온다. 고리의, 영광의 주민들을 피폭시키며 전기는 만들어지고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채 20년을 살아왔다.

나름대로 무심히 살지 않았다 자부해 왔다. 그 오만함이 무너지는 순간 자신이 참 부끄러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싸우고, 더 열심히 같이 먹고 자고 놀면서 밀양과 함께했다. 주민들이 왜 생업인 농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송전탑 싸움에 매달리는지, 어차피 경찰에 끌려 나오게 될 것을 알면서도 한전 인부들을 막으러 새벽같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은 자신이 평생을 바쳐 가꿔왔던 사과밭과 밤밭이 망가지고, 헬기 소리에 깻잎 하우스가 흔들리는 모습을 두 눈 뜨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기에 자식 같은 작물들을 내버려두면서까지 산에 오르던 것이었다.

내가 살날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죽을 때까지 합의해주지 않겠다는 주민들 앞에서는 또 한 번 부끄러워졌다. 할머니들은 어차피 경찰들이 달랑 들어 옮겨버리면 그만인 것을 왜 하루도 쉬지 않고 질 것이 뻔한 싸움을 이어가는 것일까 왜 아픈 무릎으로 힘들게 산을 오르는 것일까, 재고 따지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우리는 전기로 잇고 이어져 있다. 내가 24시간 운영하는 가게들을 이용하며 편안하게 살기 위해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가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사이 쌍용자동차에서는 스물다섯 번의 죽음들이 있었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었고 생업이 달린 가게에서 쫓겨나는 상인들이 있었다. 아직 철탑 위에서 찬바람을 맞는 이들이 있다. 사회의 끈은 어떻게든 이어져 우리에게 따라오고 있다.

밀양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우리는 서로 잇고 이어져 있다.


침몰하는 대한민국호

우리는 최근 세월호 사고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었다. 200명이 넘는 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사고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우리는 자본의 탐욕을 보았고 공신력 없는 언론을 보았고 무책임한 정부를 보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이 있다면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기회일 것이다. 행정부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 수백 명의 사람이 희생된 사태를 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망언을 내뱉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높은 빌딩이 들어서고 잘 닦인 도로들이 뻗어 가면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24시간 공장을 가동한다면 우리는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경제성장의 논리 앞에서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없게 평가되는지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밀양의 할매들은 이런 체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자본이 인간을 죽이는 핵발전을 유지하려 하지만 밀양의 할매들은 맨몸으로 그들과 싸우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바로 밀양의 할매들이다.

자 이제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침몰하는 대한민국호에서 계속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니면 밀양의 할매들과 함께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가?
 

청년초록네트워크 누피(조은별) eunbeol1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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