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9.사랑의 울음
내가 사랑한 것은 오직 나의 욕망이며
내가 사랑한 사람은 다만 그 욕망이 불 지핀
허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그 사람을 잃어버려 내가 우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을 잃어버려 내가 우는 것은 아닐까요?
에로스의 금 화살을 맞은 태양의 신 아폴론은
에로스의 납 화살을 맞아 아폴론을 죽도록 싫어하던 다프네를 욕망하고
기어코 다프네를 강가에 선 월계수로 죽게 만듭니다.
두려움의 월계수관을 승리자에게 씌우는 아폴론의 사랑도
그런 사랑이 아닐까요?
마로니에 나무 아래에서 한 사람이 울고 있습니다.
내가 어제 울었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나는 아직도 사랑의 울음이 무언지 모릅니다.
편지10.사랑의 기다림
당신을 기다리면서 나는 시간에 묶여 있었습니다.
고여 있는 시간은 나에게서 환영과 환청을 만들어냈습니다.
뒤돌아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고
머리 속으로 헛된 생각의 모래집을
수 도 없이 부수고 새로 지었습니다.
애타하는 마음들이 사랑의 살을 만들어 갑니다.
기다림은 사랑의 육체가 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바로 확인해야 하는,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이 신속함을
기다림이 없는 이 사랑을
행복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기다림은 사랑의 숙명입니다.
회색빛 재가 되어버릴 숙명입니다.
편지11.느티나무에 기대어 사랑을 부르다
느티나무에 기대어 누가 울고 있습니다
“나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어두운 숲 속이고
나는 내가 무엇을 사랑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너는 누구냐고 묻지만
나는 어둠 보다 더 짙은 침묵에 녹아들었습니다.
나는 내 그림자조차 안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나를 사랑의 밝은 빛으로 불러줄 수 있겠습니까?
그대여, 내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청동빛 느티나무가 대답합니다.
“아프십니까? 그럼 더 아파하세요.
슬프십니까? 그럼 더 슬퍼하세요.
죽을 만큼 외롭습니까?
그럼 살아있을 만큼만 더 외로워하세요.
미안합니다. 제가 당신에게 해 드릴 것은 없습니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선 나의 느티나무에
당신이 기대어 앉아 더 울게 하는 것 외에
제가 더 드릴 위로는 없습니다.
서로에게 서로가 기댈 나무가 되어주는
그런 숲과 같은 세상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