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서 와룡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달구벌대로를 양쪽으로 나누면 한쪽은 성서공단이며, 한쪽은 노동자들의 주거지이다. 주변에 빽빽이 들어선 원룸촌과 임대아파트 등 노동자 서민들이 밀집한 지역의 중간에 있는 재래시장이 바로 와룡시장이다.
와룡시장에는 매일 오후, 저녁시간과 토요일, 일요일이 주로 붐비는 시간대이다. 주 중에는 한국인 노동자, 가족들이 주를 이룬다면 특히 일요일은 이주노동자들의 발길이 매우 활발하다. 이곳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말을 빌리면 일요일에는 손님의 반 가까이가 이주노동자라고 한다. 이곳 상인들에게서 이주노동자는 반가운 고객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아들, 딸 같아 잘 해주고 싶다는 반찬가게 할머니, 말이 통하지 않지만, 사진을 가져와 똑같이 해달란다며 귀엽게 여기는 미장원 아줌마, 적어도 와룡시장에서 본 이주노동자들은 환대를 받는 것으로 보였다.
꼬맹이와 함께 장을 보러온 부부, 애인의 손을 잡고 나선 연인들, 친구들과 일주일치의 장을 보는 것부터 옷을 사거나, 휴대폰을 장만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등 황금 같은 휴일을 와룡시장에서 오밀조밀하게 보내고 있다. 이들이 와룡시장을 나설 때는 하나같이 양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져 있다.
일주일 만에 공장과 기숙사를 떠나 고국의 친구들을 만나는 유일한 날. 이날 들르는 곳 중에는 자기 나라 상점도 필수 코스이다. 성서공단 주변에는 나라별 상점들이 낯설지 않게 보인다. 특히 향신료와 양고기 등은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미얀마, 중국 등 상점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베트남 국숫집, 당구장, 노래방까지... 쉼터의 기능도 함께하고 있다.
여기서 고향소식도 듣고, 친구들도 만나고, 수다도 떠는 그야말로 짧은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다. 대부분의 가게 주인들은 한국에 귀화한 이들로 유익한 한국의 생활정보와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일요일에 이주노동자들이 들르는 코스 중에는 기도하는 사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신심이 깊다고들 하는 이슬람신도들은 주말에서야 사원에 들러 기도를 한다. 이러한 사원들은 숙식을 겸하는 곳이 많아 토요일 저녁부터 빼곡하게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진다. 성서공단 주변에는 이슬람사원이 몇 군데가 있으며 스리랑카 불교사원도 있다.
속박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일요일은 마냥 즐거워 보인다. 친구들과 만나 같이 밥도 먹고, 와룡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노동조합에서 탁구를 치는 이들. 꽃구경하러 몇 정거장 버스를 타고 이랜드까지 가서 멋도 한껏 부려보거나 멀리 방글라데시에서 구해온 씨앗으로 자기 나라의 야채를 싱싱하게 먹을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는 주말텃밭의 방글라농부들 모습까지.
이렇게 6일 동안을 기다려 온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가고 또다시 다가올 휴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쉬운 작별과 함께 공단 속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