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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4월28일 17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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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통곡의 세월호, 광장을 허하라
세월호 참사, 국가는 없었다.

서창호(편집위원, 인권운동연대) leftline2@hanmail.net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열흘이 지났다. 대다수 국민은 세월호 구조소식을 고대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구조소식 뉴스와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파고 감당하지 못하는 재난에 대한 슬픔과 애통함이 저 밑바닥의 들불처럼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재난에 대응하고 재난을 탈출하기 위한 국가의 규범과 언어는 상실되어 있다. 아니, 애초 존재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 국가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멀게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부터 가깝게는 지난해 해병대 캠프와 올해 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까지...숱한 대형 참사에 국민은 참담한 슬픔과 분노 그리고 성찰이라는 사회적 호명으로 국가를 호출하였으나, 국가는 여전히 ‘기다려 달라’고만 하였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국가의 부끄러운 오늘을 목격하였다. 기가 막히게도 세월호의 뒤집어진 배처럼, 박근혜 정권의 재난구호 시스템과 위기관리 능력에도 구멍이 숭숭 뚫렸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초동대처는 미흡했고, 부처 간 협업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재난대응 매뉴얼들은 결정적 순간에 멈춰버렸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정권은 일사불란해야 할 때 허둥대고 일목요연해야 할 때 오락가락했다. 재난에 속수무책인 데다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 부실, 관료들의 무능과 무기력, 무책임성뿐만 아니라 이윤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민낯, 정권과 유착한 언론의 추악한 실상, 지배계급 성원들의 파렴치한 세계관을 속속들이 보여줬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충격과 슬픔은 세월호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재난 이후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함 그리고 정권이 가져야 할 윤리적 믿음까지 져버리는 태도에 기인한 것일 것이다. 국가는 언제나 책임지지 않았다. 애써 외면하거나 시늉할 뿐이었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은 ‘규제는 암덩어리’라면서 자본의 성장을 위해 효율과 규제완화에 열을 올리며 동분서주하였다. 자본 성장의 이데올로기 앞에 보호해야 할 사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을 보호해주리라 여겼던 국가는 오히려 국민을 배제하고 추방하였다. 법과 시스템은 사회의 규범이나 기준이 아니라 가진 자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원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국가는 생략되어 있었다.

[사진=참세상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가 강요한 추모와 제의

최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 국민적 추모와 추도의 물결에 맞추어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되고 있다. 노동계도 지난 4월 18일, 19일 노동자 집회를 한 차례 취소한 바가 있다. 또, 오는 5월 1일 열리는 세계노동절대회 행사를 대폭 손질한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 풀뿌리조직이 몇 달간 준비한 어린이날 행사도 폐기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학교의 체육대회 폐지 및 연기소식도 들려온다.

사회적 분위기가 추모의 이유로 그렇게 자발적으로 또는 반자발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에 다급하게 강요된 추모와 제의가 제대로 된 분노와 요구를 짓누르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세월호 참사의 무거운 공기가 추모라는 제의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국민의 충격과 슬픔이 짐짓 불편하다. 결국, 세월호 참사라는 충격과 슬픔의 추모와 제의는 휘발성이 전제되는 것일 테다.

추모와 제의를 넘어선 광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추모와 제의만 남고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고 성찰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요구가 공론화되지 못할 때 ‘살아남은 국민’은 계속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부끄러움을 강요당한다. 그러하기에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불러 세울 수 있어야 한다. SNS를 통한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정부와 국민이 만나는 공간은 없다. 소통과 논쟁 그리고 투쟁의 공간을 채울 광장이 필요하다.

광장은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라, 모인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나누는 공간이다. 광장은 삶과 사회의 모든 활동이 수렴되고 확산되는 공간이며 더 많은 자유를 향한 열정이 집결되는 장이자, 권력의 의지가 발현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유의 열망이다. 광장은 통행과 회합과 교환의 장소이자 동시에 권력과 그 의지 실현의 장이며 저항하는 자들의 연대와 소통의 장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 현장의 왜곡된 잔상 보도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그래서 SNS의 소통을 통한 진실은 광장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만든 분노와 슬픔, 그리고 사회적 요구에 더 분노하고 조직되고 과감한 언어와 행동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각종 집회와 행사가 줄줄이 폐기로 나타나거나 앙상하게 남은 추모제로 귀결되는 것은 광장을 열어가기보다는 광장을 위축시키고 닫히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박근혜 정권의 책임과 이윤중심의 경쟁논리가 만연한 사회제도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의 장이 필요하다. 광장을 통해 국민은 세월호를 온전히 대면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광장에서 재구성하자

국가는 악몽이 되고, 사회는 몽상이 되고, 개인은 착각이 되어버린 이 폐허에서 세월호 피해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은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허망해진다는 것일 것이다. 위로의 말이 힘을 잃었다는 것은 현실을 꿰뚫는 힘을 놓쳐 버렸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이 현실을 더 잘 꿰뚫으면 꿰뚫을수록 냉소와 절망이 더 깊어질 것이다. 이때의 절망은 말이 아무리 현실을 간파해내더라도 ‘말이 말뿐’이라는 냉정한 현실이다.  

말이 말뿐인 냉정한 현실은 오늘을 이야기한다. 세월호가 이야기하는 오늘의 삶, 더 이상 예측할 수 있지도 않고 기획가능하지도 않은 우연에 맡겨지도록 한 역사적 자본주의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였다. 광장은 사유를 촉발하는 장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광장은 그 밑바닥부터 그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장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책임과 반복적인 대형 참사가 가르치는 교훈 그리고 세월호 피해자들의 사회적 위로는 광장에서 재구성되고 사회의 구체적인 물질로 드러내야 한다. 광장은 그 자체로 사회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회적인 행위가 된다. 그래서 광장에서 세월호는 온전히 이야기할 수 있다.

서창호(편집위원, 인권운동연대) leftlin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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