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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4월22일 15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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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만화산책] (10) 소련판 눈의 여왕의 탄생
미야자키 하자오를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이끌다

강기린 giraffe_kang@hotmail.com

 일본 상공에 사랑의 신, 에로스가 나타났습니다. 지상에는 한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만화가였습니다. 그는 만화영화에 많은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의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지요. 그 때, 에로스가 남자의 가슴팍에 화살을 날렸습니다. 그 순간, 유레카! 그가 드디어 답을 얻었습니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입니다.

▲미야자키 하자오 [출처=https://www.flickr.com/photos/t_p_s/2842706001/]
대중은 그의 작품에 열광합니다. 한 땀 한 땀 공들인 작화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에로스는 미야자키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앗, 그런데 경찰이 에로스를 연행하는군요. 그럴 법도 하지요. 백주대낮에 벌거벗고 활을 쏘았으니까요. 어쩔 수 없죠. 미야자키 하야오라도 만나보도록 할까요?

 미야자키는 부잣집 아들이라고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비행기공장 공장장이었습니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고통받던 시절이었지요. 미야자키에게 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혼자만 잘사는 것이 행복일까? 그는 돈으로 계급화되는 사회가 불편했습니다. 미야자키의 원대한 포부가 시작된 순간이었지요.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작품을 만들어 보리라.

 그러나 그 포부를 만화에 담는 것은 순탄치 않았어요. 당시 그는 작화감독을 맡고 있었습니다. 원화들 사이의 중간 동작을 그리는 작업이지요. 그런데 몇몇 작업을 마치고 보니, 여~엉 마음에 안 차는 겁니다. 미야자키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만화, 이제 그만 둘까?’

 그때, 에로스가 나타나 미야자키의 가슴에 화살을 파악 꽂아버린 겁니다. 에로스의 화살은 상실감에 빠진 자에겐 직방입니다. 허전한 여신이 풍요의 남신에게 퐁당! 빠지면서 만들어진 게 사랑의 신 에로오~스 거든요. 띠용~! 미야자키는 금세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눈앞에 있던 건, 예쁜 여자도 아니고, 꽃도 아니었습니다. 소련 출신의 드센 여왕님이었습니다. 소련 애니메이션 <눈의 여왕>이었지요. 바로 이 눈의 여왕님이 미야자키를 다시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이끌어 주셨다고 합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눈의 여왕이 살던 소련의 사정을 짚어보면 단서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소련판 <눈의 여왕> [출처=http://one1more2time3.wordpress.com/]

 자아, 이야기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여름, 모스크바 영화 축젯날 이었습니다. 미국 월트 디즈니가 짧은 필름을 하나 보냈습니다.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 미키마우스였죠. 그 움직임이 얼마나 부드럽던지, 모스크바 사람들의 시선이 녹아내렸습니다. 당시 질투의 제왕인 스탈린이 이를 두고 볼 위인이 아니었죠. 그렇게 세워진 게 소유즈 멀트 영화스튜디오였습니다.

 이들에게 내려진 미션은 노골적이었습니다. ‘소련의 미키마우스를 만들어라!’ 이들은 디즈니를 능가하는 소련 스타일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았지요. 초당 쓸 수 있는 셀의 개수가 최대한 많이 허용되었습니다. 이에 탄력이 붙자, 작업은 한층 고급화되었습니다. 소련은 디즈니 작품들을 오롯이 자신들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을 했습니다. 덴마크의 안데르센이 원주인이었던 눈의 여왕도 디즈니를 거쳐 소련의 옷을 입고 거듭났지요.

 소련스타일은 그들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월트 디즈니사와 소유즈 멀트 스튜디오의 눈의 여왕은 매우 달랐습니다. 디즈니는 눈의 여왕을 아름답게만 그려냈는데, 소련은 현실적인 표현들에 집중했습니다. 동생을 찾는 누이의 모험은 실제처럼 아슬아슬하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했지요. 디즈니가 환상의 세계라면, 소련은 현실의 세계였죠. 소련은 어린이 만화를 왜 이렇게 사실적으로 만들었던 걸까요?

 당시 소련은 사회주의 혁명이 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우 특이한 현상이 있었지요. 이 시기는 뜻밖에 프로파간다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초반에는 기존체제에 저항하던 예술이 유행이었습니다. 그러나 혁명이 성공하자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선동보다 자신들이 사는 세계를 정직하게 묘사할 때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 안에서 토론하고 배우며 더욱 건설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지요. 이를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고 합니다.

 정직한 현실 묘사가 그 이상의 생각거리를 남겨주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생각, 눈의 여왕도 그런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소련판 눈의 여왕은 미야자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모두 담지 않아도 돼. 그저 보이는 대로 그려놓고 의견을 물어보는 거야” 눈의 여왕은 ‘세상’의 생각을 담는 법을 미야자키에게 알려주었죠. 미야자키는 소련판 <눈의 여왕>을 통해 다시 만화를 그릴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미야자키는 늘 이야기에 세상을 축소해 넣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것을 긍정할 수 있느냐고 묻고 있지요. 그의 작품들이 철학적이라는 평을 얻는 것은, 우리가 그의 작품 속에서 비애를 느끼고, 그것에 대한 답을 얻었기 때문일 겁니다. 결국, 미야자키하야오의 철학은 관객의 대답에서 나왔던 거지요.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미야자키의 일화가 뭔가 답을 주는 듯합니다. 허전한 여신이 풍요의 남신을 만나 사랑의 신 에로스를 낳았듯, 세상이 주는 허무 속에서 지혜를 찾아 우리가 긍정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요?
 


강기린
만화도 문화다, 오락 그 이상의 만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강기린은 척척팩토리의 서브라이터이자 만화평론가입니다.
척척팩토리는 만화 창작집단으로 네이버에 <7번국도아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강기린 giraffe_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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