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감옥 같은 그곳에서 27년을 지내셨다지요. 저도 어릴 때부터 가족들로부터 보내져 시설에서 27년을 살았습니다. 괴로운 시간을 이제는 보상받으셔야 하는데 어찌 먼저 가셨습니까? 불길이 덮쳐오는 순간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났을까요. 저도 몇 달을 두려움과 기대를 가지고 자립생활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도 사회로 나와 자립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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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체험홈에서 생활을 시작한 박준효 씨 | | |
27년간 시설에서 생활하다 자립생활체험홈에서 생활을 시작한 박준효 씨는 서울 성동구 자립생활체험홈에서 불이 나 화상을 입은 후 숨을 거둔 故 송국현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화 한 번 나눠본 적 없지만, 누구보다 고인의 안타까움을 공감했다. 장애등급제 탓에 모자란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송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시혜와 동정이 아닌 차별철폐를 위한 날로 만들어야 한다며 오후 2시 대구228기념공원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는 장애등급제가 만든 희생자인 송국현 씨에 대한 추모제로 진행됐다. 이들은 송 씨의 죽음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다르지 않다며 세월호 사망자와 실종자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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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포머 성광옥 씨가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故 송국현 씨 분향소 앞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 |
3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송국현 씨는 2014년 2월 장애등급 재판정에서 장애3급을 받아 활동보조조차 이용하지 못하였고, 주민센터에 긴급지원대책을 요구하며 4월 10일 장애등급심사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3일 만에 화상을 입고 17일 생을 마감하였다”며 “장애등급제라는 낙인과 부양의무제라는 족쇄에 묶여 수많은 장애인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2년 장애여성 활동가 고 김주영, 장애남매 고 박지우, 고 박지훈 씨가 화재사망사건으로 목숨을 잃었고, 대구에서도 지난해 12월말 3급의 장애남성이 장애등급제에 발이 묶여 활동보조도 이용하지 못 한 채 화재사건으로 사망했다. 지속된 사망사고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부양의무제 폐지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6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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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상임대표 | | |
박명애 420장애인연대 상임대표는 “송국현 씨 추모제에 다녀왔다. 우리 생존을 위해서는 24시간 활동보조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등급제는 정부가 짜놓은 틀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더 절실하게 싸워야 한다.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우리가 쟁취하는 차별철폐의 날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세월호 참사를 보면 아프다. 기다리라는 말, 얼마나 지겹게 들어왔나. 활동보조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렸기 때문에 송국현 씨는 죽음을 맞았다”며 “더는 기다리지 말자.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노금호 420장애인연대 집행위원장은 “장애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국가재난상황에 무감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며 “지방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은 자기를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의 요구를 듣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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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립을 꿈꾸는 발달장애인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 | |
이들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자는 결의문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 송국현씨의 죽음에 사과할 것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및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 지원 보장 등을 요구하며 대구시와 대구시장 후보자들이 요구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420장애인연대는 이동권 전면 보장과 발달장애인 자립전환 대책마련,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인권침해 대책 마련, 여성장애인 지원 강화, 자립생활지원 환경마련 등 장애인차별철폐 11대 요구안을 대구시와 대구시장 예비후보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참가자들은 228기념공원에 마련된 고 송국현 씨 분향소에 헌화하는 것으로 결의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