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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영철 |  | |
작품정보
꿈많은 시절. 53cm x 72.7cm, 캔버스에 아크릴릭
편지6.사랑의 시간들
소설가 프루스트는 마들렌 빵과 차를 마시다가
그것들이 무의식 속에 숨어있던 어린 시절로 데려다 주는 것을 경험했고
그것을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새겨 넣었습니다.
그에게 마들렌은 단지 빵이 아니라
냄새와 여러 감각을 통해 뭉쳐진 바로 그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들은 낯 선 이에게로부터, 어떤 사물로부터,
어떤 감각으로부터 불연속적으로
우리에게 배달되는 소포와 같은 것입니다.
사랑도 그 시간의 소포와 같은 것입니다.
사랑과 행복은 내 기억의 공간 속에 잠겨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미래로부터 가져오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진흙 같은 과거의 기억들이 우리의 눈앞에
꽃들과 노래와 아름다운 형상들을 빚어 놓습니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당신은
기억할 수 없는 먼 과거로부터 온 나의 미래인 것입니다.
편지7.사랑이라는 달콤한 물질
사랑의 슬픔은 달콤한 물질입니다.
가까이 거의 다 갔다는 설렘과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절망이 함께 반죽된
잘 구워진 빵과 같은.
그 빵이 눈물에 젖습니다.
아직 비가 내리고,
그러나 여전히, 나는 내 우산을 잃어 버렸습니다.
내 마음 속 과거의 그대도 젖고 있고
시간처럼 내리는 이 젖은 기억을 나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빗속에서 나는 사랑에 웁니다.
편지8.사랑의 의혹
알고 있어요. 반드시, 어느 순간
우리 사랑 전체가 의혹으로 덮일 때가 올 거예요.
그 때 열정의 불은 꺼진 듯이 보이고
모든 확신은 불신의 모래로 가득 차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것은 설명에 의해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 사랑에 대한 순수 긍정으로부터 옵니다.
최초의 긍정을 넘어서는 또 다른 긍정인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시작해봐!’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하늘의 먹장구름이
언제나 또 다시 밀려오고 밀려온다는 것이지요.
순수 긍정도 때가 묻고 가장자리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지요.
이제 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