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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4월19일 00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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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김전한의 스토리텔링 (4)
스토리텔링의 집은 어디인가?

김전한(시나리오 작가) kjh697@naver.com

6. 스토리텔링의 집은 어디인가?

세상엔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신화에서 출발하여 고대 희랍의 희곡을 지나, 근 현대엔 소설이라는 장르가 태어났지요. 그리고 현대에는 방송드라마 영화, 뮤지컬까지 이야기 장르는 다양합니다. 
 
각각의 이야기 장르에는 고유의 명칭이 있습니다. 소설. 희곡. 동화. 방송 대본. 영화 시나리오. 노랫말. 광고카피까지 말입니다. 그러면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은 어디에 속해지는 걸까요. 다양한 서사 장르를 통칭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기존 이야기 장르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개념일까요. 현재까지는 모든 장르의 서사를 통칭하는 의미로 스토리텔링이 불려질 때가 많더군요. 그러나 우리의 논의 목적은 좀 더 다른데 있습니다. 모든 서사의 통칭으로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라는 고유한 장르를 새롭게 모색해 보자는 거지요. 새로운 고유 장르로서의 스토리텔링이라고요? 그게 뭐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놓고 생각해보니 막연하네요. 스토리텔링은 이야기이다, 이것은 소설인가? 아니다. 이것은 드라마 인가? 아니다. 이것은 영화이야기 인가? 아니다. 그 어느 것도 아니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에 속해지는 게 스토리텔링이지요. 그렇다면 고유한 스토리텔링의 장르는 어떤 형식을 가지는가? 네에 그렇습니다. 이 문제 역시 우리가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 형식은 현재까지 정립되진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이 새로운 장르를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는 거지요. 대체, 어떤 형식의 이야기가 고유한 스토리텔링 일까요?  

그렇다면 기존의 이야기 장르가 가진 고유한 성격부터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이야기 형식의 대표자는 아무래도 소설이겠지요. 소설의 개념은 엄청난 연구 자료가 있겠지요. 그러나 그 모든 연구 자료는 밀쳐놓고, 스토리텔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죠. 물론 소설도 이야기지요. 그런데 소설은 다른 이야기 장르에 비해서 문장의 힘에 주로 초점을 모으지요. 문장의 힘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오랜 수련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요.

영화 시나리오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것 역시 이야기지요. 그러나 영화는 두 시간 내외에 장편소설 분량의 이야기를 담아야 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떻게 하면 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그러다보니 구성에 주로 초점을 모으게 되더군요. 구성에 관한 철저한 훈련만 되어 지면 시나리오 작가훈련은 반쯤은 되었다고 봐도 될 거예요.

방송드라마도 이야기이긴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이게 영화시나리오와 거의 유사하게 보이지요. 대체 방송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두 장르의 대본을 얼핏 보면 형식적인 모양새가 비슷하지요. 그러나 사실은 드라마와 시나리오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네에 그러면 방송 드라마 한 장면 찍어 봅시다요.


장면1은 상길의 집 거실입니다.
전화가 걸려옵니다. 상길은 전화를 받습니다.

어진 :(소리만) 나..어진이야...잘 지냈어?
상길 :.........
어진 : (소리만) 아직도 내가 미워?
상길 : ......
어진 : (소리만) 우리 만나자. 만나서 다시 얘기해봐
상길 : ....
어진 : (소리만) 왜 대답 안 해. 듣고는 있어?
상길 : (겨우) 응...듣고 있어.
어진 : (소리만) 우리 내일 만나.
상길 : .....
어진 : (소리만) 내일 오후 7시 강남역 뉴욕제과에서 봐
상길 : 생각해볼게
어진 : 알았어. 내일 봐.

씬2 강남역

어진이 전철역을 걸어나온다
그 뒤를 상길도 걸어나온다.

씬3 뉴욕제과 앞.

어진이 뉴욕제과로 들어간다.

씬4 뉴욕제과 안

어진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상길이 보이지 않는다.
초조한 표정이다.
잠시 뒤 상길이 들어온다.
어진의 표정이 환해진다.

....................

자아 여기까지는 방송드라마 대본입니다.
이것을 영화 시나리오로 옮겨 보겠습니다.

장면1 어진의 집 거실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는 상길.

어진 : (소리만) 나...
상길 : (당황하는 표정) ....
어진 : (소리만) 우리 만나, 만나서 얘기해.

잠시 망설이는 상길.

장면2 뉴욕제과 안

어진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상길이 들어온다.
어진의 표정 환해진다.
 
위의 간단한 예를 한번 되짚어 보지요. 드라마로 표현했을 경우엔 대략 3분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겁니다. 그러나 영화 시나리오로 넘어오면 이십초 안에 정황전달을 하는 거겠지요. 드라마는 상황을 펼쳐 나가는 것이고 영화시나리오는 상황을 압축해서 전달합니다. 드라마는 시청자가 거실에서 보다가, 잠시 주방으로 가서 식사 준비하다가 다시 거실로 와서 보더라도 이야기의 맥이 잘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상황전개가 비교적 느슨한 거지요. 그러나 영화는 제한된 시간 안에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압축적입니다. 상황을 펼치는 것과 상황을 압축한다는 것은 이야기의 문법이 매우 다릅니다.

그 모양새는 시나리오와 드라마대본이 거의 유사하지만, 그 속성은 전혀 엉뚱한 것과 맥이 닿아있어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방송 드라마 대본은 장편소설의 속성과 유사합니다. 즉 상황을 펼쳐나가는 속성의 유사성 말입니다. 반면에 영화시나리오는 시와 속성이 유사합니다. 시의 본질 중에 중요한 지점이 언어의 절제이겠지요. 즉 언어를 경제적으로 운용 하는게 시의 기본이잖아요. 영화 이야기는 상황의 경제적 운용이니까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모양새가 비슷한 방송대본과 시나리오는 속성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방송대본의 속성은 장편소설과 친하고, 시나리오는 시의 속성과 친하다는 거지요. 즉 모양새는 전혀 다르지만 속성이 유사하다는게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생각해보세요. 인간과 모양새가 가장 유사한게 원숭이 이잖아요. 그런데 인간은 원숭이랑은 그다지 친하지 않지요. 모양새가 전혀 다른 개나 고양이와 친하지요. 인간의 속성과 개의 속성에 유사한 감정선이 있나봅니다. 이야기의 장르 속성도 이와 유사합니다.   

희곡의 경우는 또 어떤가요? 영화를 통해서 현실의 풍경을 리얼하게 경험하는 현대인은 좁은 무대 위 에서 벌어지는 연극이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연극이 가진 공간의 억압성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 속성을 들여다보면 연극만큼 자유로운게 또 어디 있을까요?
왜냐하면 연극무대에선 사실성을 그다지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 간단한 분화구 하나 만들어놓습니다. 그리고 우깁니다. 여긴 달세계라고 말입니다. 연극에서는 그래도 관객은 따라가 줍니다. 영화에서 그랬다간 환불 소동 벌어지겠지요. 그 좁은 무대공간위에서 설정 하나로 우주 끝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희곡은 답답할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자유로운 장르라는 거지요.

이 외에도 각각의 이야기 장르가 가진 속성들의 비교와 유사성과 관계성을 펼쳐 보이자면 끝이 없겠지요. 우리는 지금 스토리텔링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장르들은 그 기본속성이야 어찌되었던, 일관된 맥락은 이야기라는 거지요. 즉 스토리텔링이 기본이라는 겁니다.
 


김전한
1991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
2008.03~ 동아방송예술대학 영화예술과 겸임교수
2005년 영화 녹색의자 (각본)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김전한(시나리오 작가) kjh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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