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애(31) 씨는 2011년 11월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시작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 갇혀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립을 시작한 경애 씨는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했다. 하지만 장애등급제 시행으로 3급을 받은 경애 씨는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0’이었다.
그러던 중 경산시가 자체적으로 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에게도 활동보조서비스를 매달 30시간 제공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로 치면 고작 1시간뿐이라 화가 났지만, 이 시간이라도 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런데 주민센터는 경애 씨에게 제공가능한 활동보조시간은 20시간뿐이라고 했다. 같은 3급 판정을 받아도 신체능력지수라는 점수를 다시 매겨 활동보조 지원 시간을 책정하는 정책 때문이었다. 경북도의 재정지원을 매칭해 사업을 시행하는 경산시도 경북도 정책이 바뀌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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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로 살아가는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경애 씨 | | |
“시설에서 나와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 활동보조 시간을 못 받은 것도 화가 났다. 그런데 경산시가 지원한다는 고작 서른 시간조차도 나는 받을 수 없었다. 활동보조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데도 하루에 1시간도 안 되는 시간만으로 생활하라는 장애등급제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고 경애 씨는 호소했다.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경산에서도 열린다. 일 년에 딱 하루 사람 대접받는 그 날을 거부하는 이들이 경산시청 앞에 모였다. 4월 16일 오후 2시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50여 명은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자”며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420경산공투단의 요구안은 크게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 도입을 통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 활동보조 서비스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탈시설과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 등 3가지다.
이들은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한 어느 장애인이 화재를 피하지 못해 중태에 빠지는 등 장애 3급이라 활동지원조차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몰리는 장애인이 있다”며 “복지수급 권리를 검열하고 예산 끼워 맞추기에 급급한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정에 장애인은 외면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앞다투어 장애인 복지 정책을 쏟아내지만, 말 뿐인 공약이기 일수다. 경산시 장애인들의 절박하고 정당한 요구를 정치인들은 들어야 한다”며 “장애인 이동권과 활동보조 24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령 경산시여성회장은 지난해 경북도가 교통복지 점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점을 꼬집으며 “장애인뿐 아니라 교통약자 편의를 증진하는 일은 다수를 위한 일이다. 유모차를 가진 엄마에게도 버스타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저상버스를 확대해 장애인 이동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장애인이 사람이 되는 순간은 4월 20일 하루뿐이다. 하루만 시민으로 살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 형벌처럼 따라오는 차별을 철폐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골방에 처박혀 사회로부터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투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420경산공투단은 경산시장 일대에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직후 420경산공투단은 이동권 보장과 활동보조 서비스 24시간 지원체계 등의 요구안을 전인숙 경산시 사회복지과장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