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구 세 모녀의 이야기가 전해졌을 때, 다수의 언론은 가난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보도했다. 그들의 직접적인 사인은 분명히 연탄가스에 의한 질식사였지만, 언론은 그들의 빈한했던 삶을 집중 조명했다.
그리고 14일 대구 동구에서 ‘게임 중독’된 20대 아버지가 2살 된 아이를 살해하고 유기했다는 언론보도가 대대적으로 나왔다. 언론은 하나같이 헤드라인에 ‘게임 중독 아버지’라는 수식어로 그가 게임에 중독되어 아이를 죽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치 게임 중독이 살인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듯이 말이다. 연탄가스에 질식했음에도 그들의 가난을 조명했던 것과 판이한 보도 행태를 보인 것이다. 정말 20대 아버지는 ‘게임 중독’ 때문에 자기 아들을 죽여버린 것일까?
경찰청의 보도자료를 찾아봤다. 피의자 A씨는 22살의 무직이고, 절도 등 전과 3범의 전력이 있다. 언론보도를 확인해보면 A씨는 경제적 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겪고 별거 중이었다. 파편적인 사실이긴 하지만 이 정보만으로도 대략의 윤곽은 나온다.
22살인데, 2살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정황상 A씨가 생각지 못하게 아이를 가지게 됐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생각지 못한 아이를 가졌지만 A씨는 아내(법적으로 공인된 부부 사이인지는 확실치 않다)와 아이를 낳기로 했고, 어쩌면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과 3범의 20대 남성을 받아줄 ‘직장’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전과 3범, 생각지 못한 아이, 경제난. A씨는 제대로 아이를 양육하기는커녕,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게임에 중독됐을 수도 있고, 그전부터 게임에 중독되어 있었던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앞서 밝힌 조건들은 그가 현실을 벗어나 게임에 더 몰두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A씨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원인이 무엇이든 그는 아이를 죽였고, 죽인 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유기하고, 거짓 진술을 했다. 하지만 질문은 던져 볼 수 있지 않겠나. 그가 아이를 죽인 이유가 진짜 게임 때문이었을지, 아니면 그가 게임에 몰두하도록 만든 상황 때문이었는지.
그저 미친놈의 미친 짓이라고 결론내리고 말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안 살면 되니까…. 하지만 미친놈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현실은 미친놈을 만들어내는 어떤 원인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조금만 게임과 관련되어 있다 싶으면, 자극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우리 언론의 병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