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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철 |  | |
작품정보
꽃바람 부는 날. 53cm x 72.7cm, 캔버스에 아크릴릭
편지5.사랑을 그리다
1.겨울에서 봄으로
매화의 날들입니다.
그대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강이 둥글고 흰 달을
아직 발목이 시린 물로 씻고 있습니다.
2.봄
산수유 꽃이 골목 어귀에서 나를 불러 세웁니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그 아래 서 있어야 합니다.
지금 꽃에겐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 사랑에겐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3.봄에서 봄으로
흰 찔레꽃 옆에 앉아
잉에보르크 바흐만의 시를 읽습니다.
“나는 오르페우스처럼
삶의 현에서 죽음을 연주한다네.
하지만 나는 오르페우스처럼
죽음의 편에 서서도 삶을 안다네.“
햇살과 시가 파동으로 섞여서 옵니다.
그대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4.봄에서 여름으로
따스한 봄바람에 찰랑거리는 수면과
그 수면을 박차고 솟아오르는 여름의 분수.
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두 개의 에로스,
공존해야 하는 그러나
공존할 수 없는 사랑의 함수 같습니다.
5.여름
“한 방울의 비에 대해서도 신은 말씀하신다.”고
쉬뻬르비엘이라는 시인은 썼습니다.
장대비가 오는 오늘은
신이 너무 말씀이 많으십니다.
그저 한 다발로 ‘사랑’이라고 묶으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