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경주 감포
우여곡절 많은 한 시대를 건너가던 사람들
모여서 경주, 감포 간다
감은사지 석탑이 가지런히 마주보고 서있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들을 지나
경주, 감포 간다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칠십팔만 년의 시간을
위태위태하게 버틴다는 방폐장을 지나
간다, 경주 감포로
환하게 물든 목련나무 그늘 아래
언젠가 한번은 서 있었을 그를 떠올리면서
경주, 감포 간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의 하얀 포말이 부서지면서
까만 밤을 비추고 있을, 어쩌면 해무가 짙게 깔려있을지도 모를
경주, 감포 간다
소주 몇 병과 마른 오징어를 들고 가는 마음이
추억보다는 슬픔 쪽으로 기울어 있는 사람들
가끔, 떠나간 친구들 소식과 소식 끊긴 친구들의 안부를
물어보면서 다들 별말 없이 깜깜한 길 위를 쳐다보던 사람들
간다 경주, 감포로
무사히 겨울을 이겨 낸 몸이 무거운 나무들이 피워낸
꽃들과 푸른 잎들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쓸쓸한 밤바다 위로 떨어지는 길고 긴 한숨 소리 들으러
간다, 경주 감포로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안타까운 탄식도 무뎌질 만큼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먼저 떠나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차츰 삭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잊을 테고, 어떤 이들은 그를 원망할 테고, 어떤 이들은 그를 추억할 테다. 우리는 느리지만, 한결같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불현듯 봄이 다시 찾아오듯, 그를 쓸쓸하게 마주하지 않으려고.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