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억에 기대어 쫓는 사치스런 낭만의 단편.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고장이 난 노출계는 이 사진의 색을 바라지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그 사진은 약간은 뿌옇게 그렇게 눈에 씐 안개같이 흐트러지게 깊게 남았다.
옛 사진을 본다는 것은 조금은 호사스러운 일이다 -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1/250, 1/500, 1/1000 찰나와 같이 지나간 시간일 뿐이지만 그곳에는 색이 옅어지기 전의 우리가 있다. 너와 내가 그 인화지 위에 담겨있든 아니든 셔터가 시간을 잘라내던 그 순간에 우리가 함께했었다는 사실은 사진에 깊이 담긴 감정들이 증언한다.
별것도 아닌 것들을 찍고 남기며 즐거웠던 이유는 나에겐 그 모든 것들에게서 너를 찾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꽃은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왔다. 사진 속 멈추어진 꽃과는 달리 하나, 둘 그 잎을 떨어뜨리는 그들을 보며 봄에 찾아온 이 서글픈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나 역시 그대로 뿌옇게 색이 바래버렸다.
김태홍
20대 후반.
경북대학교 학생
생긴것도 곰. 식성도 곰. 덩치도 곰. 그래서 아직도 곰
pentax mx, fed micron
필름은 기분 내키는 대로
자가현상은 무리
재밌는게 좋아요. 즐겁게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