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만화산책] (7) 페르세폴리스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오피니언 > 칼럼 > 세계만화산책
뉴스관리툴 2014년03월18일 18시55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세계만화산책] (7) 페르세폴리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강기린 giraffe_kang@hotmail.com

한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뭐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오히려 건강해서 우울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사지 멀쩡한 놈이 저러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더 꿀꿀해지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아는 ‘건강한 육체 건전한 정신’은 와전된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의 출처는 로마시대 유베날리스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름이 살짝, 날라리 스럽네요. 스포츠 마니아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는 시인이었습니다. 그 말은 풍자시의 한 구절이었죠. 로마에 대한 풍자였습니다. 당시 로마는 지중해를 통째로 삼켰을 때입니다. 막강 부강 자신감 충만이었죠. 그러니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에 푹 젖어 있었습니다. 이 시구는 그런 세태에 대한 돌직구였습니다. ‘국력만 좋으면 다야? 정신이 허약한데’라는 의미였죠.

역사 속에서 몸덩이가 탄탄한 국가는 많았습니다. 천 년 역사의 페르시아 제국도 그중 하나입니다. 요즘의 이란 지역이었죠. 페르시아 제국의 건강 비결은 강력한 군사력과 다양성 존중이었습니다. 다양한 지역을 정복하였고, 타민족 문화와 통치제도를 잽싸게 자기화를 하였지요.

덕분에 페르시아는 다양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 건재한 역사의 땅,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2011년의 어느 날이었지요. 튀니지 방송국에 불이 날 뻔했습니다. 범인은 이슬람 보수 패거리들이었습니다. 이란의 기득권들이었죠.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만화를 방송하지 말랍니다. 대체 무슨 만화기에. 그것은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입니다. 마르잔 사트라피가 살아온 이야기이죠. 그녀는 이란 혁명과 이라크 전쟁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이쯤에서, 당시의 이란을 짚어볼 필요가 있겠네요. 냉전의 시작과 함께, 미국과 러시아는 편 가르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란 지역에 눈독을 들였지요. 산유국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란은 왕정이었습니다. 왕실의 석유장사가 가능했죠. 미국은 자본으로 이들을 꼬드겼습니다. 국민들은 이를 경계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죠. 왜냐? 왕실은 미국과 쿵짝이 되어 있었지요. 고집불통의 할배, 호메이니 옹께서는 왕조를 엎어버리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선포하였지요. 미국은 꿀단지를 잃어버린 꼴이었지요. 넋 놓고 있을 미국이 아니었지요. 무력 침공의 절차를 밟았지요. 연거푸 싸움을 걸었지만, 결과는 미국의 만신창이였지만요. 이 난리통의 피해는 이란 국민에게 돌아갔습니다.

그 시기 반정부인사의 집에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마르잔 사트라피입니다. 그녀는 집안의 시한폭탄이었습니다. 펑크와 아바를 좋아했거든요. 반미감정이 고조된 상황에 서양 문화를 쫓는 것은 위험했지요. 생각나는 걸 거침없이 내뱉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말을 잘못하면, 끌려가는 세상이었으니까요. 네에, 두 눈 부릅뜬 호메이니 옹의 공포시절이었으니까요.

▲<페르세폴리스>의 한 장면. [출처=http://blog.naver.com/perse2008]

인간 폭탄 마르잔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호주로 유학을 갑니다. 그러나 낯선 땅에서 사춘기를 보내는 것은 녹록지 않았죠. 서구문화란 것도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달랐고요. 성인이 된 그녀는 향수병을 안고 이란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매우 보수적인 이란 사회 또한 그녀에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프랑스를 선택합니다. 프랑스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만들었습니다. 석유 자원이 풍부한 나라, 그러나 사람은 한없이 피폐해지는 나라, 그녀는 더 이상 고통받는 이란인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 페르세폴리스 포스터 [출처=Persepolis (film)]
아이러니한 것은, 마르잔이 작품에 페르세폴리스라는 제목을 붙인 겁니다. 페르세폴리스는 그 옛날 탄탄한 육체를 가졌던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입니다. 그녀는 건강한 육체의 국가에 자신의 건강한 정신을 불어넣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러나 과연, 이런 역사를 그리면서 건강해질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절망의 연속이니까요. 그러나 마르잔은 바로 그 절망 속에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마르잔의 애니메이션이 나온 것은 2007년입니다. 그러나 옛날 풍입니다. 이란의 억압적 상황은 흑백 영상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직설적이었다가, 과장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독일 표현주의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에 젖줄을 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2차 대전 이후 태어난 예술 운동입니다. 네오리얼리즘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영화에 담고자 했고, 표현주의는 인간의 아픈 내면을 극단적이고 절절하게 형상화하였지요. 둘의 표현 양식은 양 극단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절망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시선은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었지요.

마르잔은 작품을 통해 아픔과 맞서고자 했습니다. 그 의지가 희망을 꽃피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겠지요. 마르잔은 이란에서 쫓겨난 신세지만, 이란인들의 희망을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외면하지 않는 것’ 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유베날리스의 풍자시 원문도 사실 끝 부분은 기도였답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를... ‘기도해야 한다’였지요. 기억해야 할 사실, 마르잔은 돌직구였지만, 유베날리스는 풍자 전문가였다는 겁니다. 그러니 설마, 풍자시의 뒤 구절이 글자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하라는 소리는 아니었겠지요? 마르잔님께 배운 희망법으로 유베날리스의 시를 해석해 봅니다. ‘건강한 나라를 원한다면 외면하지 마라’ 


강기린
만화도 문화다, 오락 그 이상의 만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강기린은 척척팩토리의 서브라이터이자 만화평론가입니다.
척척팩토리는 만화 창작집단으로 네이버에 <7번국도아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강기린 giraffe_kang@hotmail.com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세계만화산책] (6) 톰 아저씨와 작은 에바
[세계만화산책] (5) 폴란드 포스터의 세계
[세계만화산책] (4) 미워도 다시 한 번
[세계만화산책] (3) 예술이 거대한 손을 만났을 때
[세계만화산책] (2) 우리는 물고기가 아닙니다.
[세계만화산책] (1) 누가 프로파간다에 돌을 던지랴
[세계만화산책] (8) 새로운 영웅의 탄생. <부르카 어벤져>
[세계만화산책] (9) 힌디어로 말하는 도라에몽
[세계만화산책] (10) 소련판 눈의 여왕의 탄생
[세계만화산책] (11) 아홉 살 미나의 진화론
[세계만화산책] (12) 일본 만화로 알아보는 르네상스의 비결
[세계만화산책] (13) 존재가 머무는 집, 그린 웨이브
[세계만화산책] (14) 고양이와 쥐가 된 인간 이야기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세계만화산책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52683091  입력
다음기사 : [세계만화산책] (8) 새로운 영웅의 탄생. <부르카 어벤져> (2014-03-25 14:30:58)
이전기사 : [세계만화산책] (6) 톰 아저씨와 작은 에바 (2014-03-11 18:32:33)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