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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3월17일 15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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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 창으로 만나는 시름 많은 노동자 (2)
[기획연재] (17) 우리사회 농아노동자, 이주노동자에게 안녕을 묻자

김용철(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 kimyongch@daum.net

12년을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2개월만 일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을 확인하러 회사에 가니 12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아줌마들이 너무 불편해한다. 출퇴근 기록이 담긴 회사 앞 CCTV는 갑자기 고장났다 한다. 말 못하는 회사 앞 금강송은 12년 동안 라이 씨를 묵묵히 지켜봤을 것이다.

▲라이 씨와 성서공단노동조합원들 ⓒ김용철

사장 부부와 2년을 넘게 일했는데, 퇴직금을 요구하자 사장은 2달만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 노동자가 녹음기로 담은 녹취록은 “니가 2년 일했제? 3년 일했나?”라는 사장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녹취록을 들이밀자, 사장은 계속 회사를 들락날락했다며 말을 바꾼다. 그래서 회사에 중식을 배달하는 식당에 가서 거래장 사진을 찍어 제출하자, 그 밥은 자신과 와이프가 먹은 거란다. 할 수 없이 영장 청구를 통해 휴대폰 위치추적까지 하니 근거가 명백히 드러났고, 노동부 감독관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그제야 퇴직금을 내민다.

▲식당과 거래장 사진 ⓒ 김용철

스리랑카에서 온 미션 씨. 성서공단 인근 주물공장에서 11년을 일했다. 고국 어른이 편찮으셔서 귀국하려고 퇴직금을 요청하니, 300백만 원만 받았단다. 11년을 주·야간으로 일한 퇴직금, 미지급 임금은 모두2,300만 원인데. 기막힌 것은 회사가 내민 퇴직금 중간정산 서류에는 한글을 모르는 미션 씨가 2009년에 730만 원을 받은 걸로 싸인이 돼 있었다. 사문서위조로 고발을 한다니까 퇴직금을 지급한다.

ⓒ 김용철

스리랑카 노동자가 퇴직금을 요구하자 사장은 금목걸이 제작 값으로 빌려준 5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으니 그 돈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잔다. 결국, 역으로 추적하여 금은방도 확인하고, 은행 인출 사실까지 샅샅이 추적하니 금값을 돌려받았다고 실토했다. 사장은 퇴직금 흥정을 하려고 그렇게 했단다. 사장이 돈을 돌려받은 적이 없다는 말을 전하자 이 노동자 눈이 갑자기 붉어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면서 “사장 정말 나빠요. 돈을 안 준다면 스리랑카로 돌아가서 거기 있는 한국 사람들 가만 안 둡니다”라고 한다.

위 사례들은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이야기다. 회사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자료 남기기를 주저한다. 그 결과 퇴사할 때 근거자료가 없어 근무 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 급여가 통장으로 입금이라도 되면 다행이나, 아무런 기재도 없는 봉투로 받으면 언제 누가 일한 것인지를 도통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미등록은 여권의 기한이 지나면 통장 발급이 안 되니 통장 지급이 원천 불가능하다.

제조업 대부분이 시간제 임금계산이다 보니 최저임금 위반은 야간, 연장, 특근이 많은 시급제 노동자들의 복잡한 임금계산 속에 숨겨져 있다. 임금명세서라도 내주는 것을 법으로 강제한다면 생떼로 임금을 못 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상담소 또한 일이 적어질 텐데...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한글에 영문표기가 된 임금 명세서가 보인다. 또, 스리랑카노동자들과 끊임없는 시비 끝에 회사가 스리랑카어로 만든 명세서는 과히 국보급이다.

ⓒ 김용철

노동상담소 사례 중 80%가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이다. 이렇게 보면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은 항상 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이주노동자 고용은 3D업종 기피로 인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저임금 고용의 이유가 크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죽도록 빡세게 일하거나 임금을 떼이거나 둘 중에 하나 혹은 둘 다 해당한다.

최저임금을 안 지켜도, 임금이 체불되더라도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출입국 신고가 두려워 제대로 요구도 못 하니 회사를 옮기면서 상담소를 찾는다. 그리고는 휴대폰 번호를 바꾸어야 한다.
 
흔히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상담소나 노동부 진정이 들어와야 임금을 지급한다. 진정서를 제출한 당사자에게만 지급하면 된다. 결국은 이주단체들의 문제 제기가 없거나, 강제단속으로 추방되면 체불임금은 소위 굳은자가 된다.

이주노동자와 상담하다 보니 말이 짧아지고, 예대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공장에 와서 “하셨어요?”, “할 수 있어요?”, “누구 씨”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예대를 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높임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들과 대화하려면 반말에 가까울 수밖에.

이주노동자들은 이름이 하나 더 있다. 상담카드에는 ‘회사에서 부르는 이름’이라는 칸이 있다. 사장이나 관리자들이 부르기 쉽게 정한 이름으로, 흔히 성만 부르거나 마지막 한 글자만 부른다. 심지어 장난삼아서 공장 개의 이름을 갖다 붙여 부르는 경우까지 있다. 이름조차 실종되는 현실, 늘 듣는 말은 반말에다 욕이 섞인 말, 마흔이 넘어도 ‘애’ 라고 불리는 한국사회 타자들.

죽거나 떼이거나 하는 이주노동자 잔혹사 이야기를 언제쯤이면 그만하게 될까.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이들을 이 땅으로 초대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문턱이 없는 상담소. 그 창으로 만나는 말 못하는 우리 사회의 농아노동자들, 이제 이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유폐된 안녕을...

ⓒ 김용철

김용철(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 kimyongc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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