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벤쿠버동계올림픽 이후 4년, 소치동계올림픽이 찾아왔다. 지방선거도 다시 찾아왔다. 벌써 언론의 관심사가 지방선거로 옮겨가는 중이다. 초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신당으로 향한다. 대중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언론의 초점을 따라간다. 이 때문에 양당제가 굳어져 가는 한국 사회에서 작은 정당들은 명함 내밀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선거철마다 여러 정당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가운데 아래로부터 꾸준히 진보정치의 등불을 켜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을 바라보는 눈길은 4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뉴스민>은 진보정당의 대구지역 선거 대응을 살펴보고, 진보정당 기초의원의 입을 빌려 지역 진보정치의 길을 살펴본다.
(1) 6.4지방선거 앞둔 대구 진보정당은?
(2)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3) 4년을 돌아보며, 장태수(노동당) 서구의원
(4) 4년을 돌아보며, 이영재(정의당) 북구의원
(5) 4년을 돌아보며, 황순규(진보당) 동구의원
지난 2010년 북구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꺾고 1위로 당선된 이영재 북구의원.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로 당선된 이영재 의원은 현재 정의당 대구시당 북구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된 후 4년을 보낸 그는 기초의회에서 진보정당의 역할과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진보정당 제도권 진출 큰 의미”
시민사회와 기초의원 간 소통 부재 지적
그는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 3명, 친박연대 1명의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얻었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던 그는 “대구지역 진보정당의 제도권 진출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기초의회 진출에 목을 맨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제도권 진출은 작은 구멍에 불과하다”며 기초의회 진출에 대한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했다.
그 역시 당선된 10명의 야권단일후보 중 하나로, 당선 후 몇 차례 모임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지지부진했다. 이영재 의원은 “당선 이후 피드백이 없었다. 시민사회와 의원의 소통이 부재했다”며 “선거운동까지는 함께 만들었지만, 당선되는 순간부터 개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2010년 선거 당시 꾸려진 ‘6.2지방선거 정책연대’는 반한나라당이라는 지향으로 뭉쳤지만, 정책에 대한 구속력은 약했다. 그래서인지 선거가 끝난 이후 별다른 강제력을 가지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이영재 의원은 “정당마다 색깔이 있어 야권기초의원 모임이라는 이름만으로 지속하기 힘들었다. 일상적 소통과 논의구조가 없다면 이후에도 똑같은 모습일 것”이라며 “일상적으로 제안하고 논의하는 구조를 갖추지 않는 이상 야권연대가 정책연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혼자 조례 제정하면 의미 없다. 지역 사업과 연계된 활동 해야”
북구의원으로 보낸 4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기초의회는 한계가 많다. 지방분권은 사실상 재정분권이 되어야 하는데, 북구 예산 약 4,500억 원 가운데 90%가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며 “기초의회에 자치보다는 사실상 구청장, 시장 자치”라고 쓴소리를 전제했다.
이어 “지역주민은 지방자치의 필요에 따라 동원하는 객체가 되는 모습을 많이 받았다. 광역시의회는 주민들이 바라볼지 몰라도, 기초의회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선거가 거대 정당 중심으로 만들어졌듯, 기초의회도 그렇다”며 “지역사회에 역량 가운데 50% 정도만 제도권에 투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기초의회를 폐지하자는 데 동의하는 것일까. 아니었다. 그는 “기초의원 혼자 조례를 뚝딱 만드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지역주민, 단체와 구의원의 소통과 관계 형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례 하나를 제정하더라도 많은 토론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재 의원은 “작은도서관, 아파트도서관 조례 제정에 앞서 토론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러면 이후 공무원들과 논의 과정에서도 힘이 붙는다”며 “주민과 지역단체와 일상적인 관계맺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지역사업과 연계성을 강조한 이영재 의원은 “지역사업과 연계되어야만 기초의원 활동이 주민들 피부에 와 닿는다”며 “주민이 동원되는 존재가 아니라면 기초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지역 사업 없는 선거 의미 없어…의원 통해 진보정당 이미지 부각”
야권단일후보이긴 했지만, 당시 여권 후보 넷을 물리치고 1위로 당선된 이영재 의원은 재선을 준비 중이다. 지난 선거보다 더 많은 진보정당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2014년, 그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진보정당의 상황이 4년 전보다 녹록지 않아 그도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영재 의원은 “소수정당이 어려운 이유는 당선가능성에 따라 표심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지역사업 속에서 부단한 관계맺음을 통해 인물중심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간혹 공중전도 필요하다. 하지만 공중전은 뒤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 믿을 수 없다. 4년 활동하면서 정당이미지를 거의 부각시키지 않았다. 의원을 통해 진보정당의 이미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당선과 4년의 활동을 경험한 그는 출마 준비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이 출마하려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 선거 기간에 인사 열심히 하고, 좋은 공약을 잘 이야기하면 당선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은 버리란다.
그는 “주민들과 준비 기간이 4년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저 사람이 누군지 알 것 아니냐. 그러려면 지역사업을 해야 한다. 선거 때 열심히 한다고 해서 표를 얼마나 더 얻겠느냐. 이건 기본”이라며 “설사 운이 좋아 당선된다더라도 지역사업과 기반이 없으면 기초의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업을 그동안 하지 못했다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삼아 지역사업을 어떻게 펼칠지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진보정당의) 제도권 진출은 공동체 권력이 사회 권력으로 확대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