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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2월17일 14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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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의 고된 삶의 현장을 가다 (1)
[기획연재] (15) 니가 살아봐요 컨테이너

임복남(성서공단노동조합) sungseo@jinbo.net

갈 곳이 없는 나에게 살 수 있는 방도 줬어요.
여름엔 푹푹 찌구요. 겨울엔 고드름 생겨요.
<우리 기숙사 좋아요. 정말 좋아요.>

나에겐 친구가 있어요. 바퀴벌레와 곰팡이
기숙사 돈 10만 원 내요. 월세보다도 싸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좋아요.>

우리 기숙사 좋아요. 낡아빠진 컨테이너
우리 기숙사 좋아요. 바퀴벌레가 살아요.
<니가 살아봐요 컨테이너>

작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 폐지 집회 때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던 내용 중에 하나다.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컨테이너 기숙사에서 동사”
“아파트 현장 컨테이너 기숙사에서 사망한 중국노동자”
“새벽 컨테이너 기숙사 화재로 베트남 이주노동자 사망”

우리는 종종 언론에서 이런 기사들을 본다.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찹찹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떠나온 고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한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돈 많이 벌어오겠다며 밝은 웃음으로 타국으로 떠난 어린 자식을 다시는 보지 못하고 차디찬 시신으로 맞이할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그래도 잘 산다는 대한민국에서 자식이 불에 타 죽거나 얼어 죽었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주노동자들의 고된 삶의 현장을 가다 1.

사무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밝다.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 먹기도 하고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일주일의 고된 노동의 피로를 그렇게 풀어내기도 한다. 가끔 사무실이 아닌 그들의 공간으로 들어가 본다.

가족들의 생계라는 삶의 무게를 지니고 온 그들이 한국에서 또 어떤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녹슨 기숙사...그리고 위험한 살림살이

뭐, 기대하고 간 건 아니지만 역시나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는 밑바닥과 군데군데 벌겋게 녹슨 컨테이너다. 그것도 불안하게 이층으로 쌓여있는 컨테이너. 그 컨테이너가 간신히 기대고 있는 담벼락마저 위태해 보인다.

▲사진=임복남

그 컨테이너 안에서 뜨거운 여름 땡볕을 고스란히 맞고 한겨울 불안하게 쌓여있는 컨테이너를 집어삼킬 듯한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지내고 있는 그들을 생각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손님이 왔다고 컨테이너 주인은 좁아터진 컨테이너 안 한 귀퉁이에 버려진 책상으로 만든 조리대위에서 한창 음식준비 중이다. 그리고 함께 식사하기 위해 모인 주변 친구들은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거기서 거기고 여기서 여기인 그저 그렇고 그런 모습뿐....하지만 거기 그저 그런 모습의 컨테이너를 빛나게 하는 것은 역시 그곳에서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거나 가끔 돌아오는 외로움에 소주 한 잔씩 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장롱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가방이며 짐 보따리들은 언제든 쫓겨나거나 삶의 벼랑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자들이 매우 급한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게 들고 나갈 수 있는 생필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느 집에서 저리 간단한 가방과 짐 보따리를 그것도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놓아둘까?
 
이야기는 무르익고 배는 부르고

한쪽에선 로띠(네팔음식)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도리깨로 밀고 한쪽에선 벌써 소주병이 왔다 갔다 하고 좁은 박스 안에서 네팔 말이 오가고 한국말도 오가고...밖에선 우리 이야기를 질투하듯이 열심히 개는 짖고 있고...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슬슬 배도 고파온다. 집주인이 야심차게 준비한 밥을 먹을 시간이다. 허겁지겁 열심히 맛있게 먹는다. 네팔친구들은 한 대접 밥을 수북하게 퍼서 먹고는 또 한 그릇 먹는다. 그래 이렇게라도 먹어야 고된 노동을 이겨내지...

배가 부르면 허리를 펴고 배를 앞으로 쭉~ 내밀어야 소화가 되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배가 괴로울 정도로 부르지만, 여전히 양반다리로 허리를 굽힌 채 앉아있다. 좁아터진 방구석에는 그렇게 다리를 펴고 편하게 앉아있을 공간조차 없다. 나는 그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아무리 그래도 기숙사가 컨테이너가 뭐꼬...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줘야지”

집주인은 대답한다.

“그래도요. 여긴 좋은 편이에요. 다른 곳은요 불난다고 밥도 못 해먹게 하고요. 위험하다고 친구들 놀러도 못 오게 해요. 그런 거에 비하면 여긴 괜찮아요”

그나마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줘서 이런 공간이라도 잠잘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줘서 진심으로 감사한 것인지 그저 푸념 어린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보고 살라고 하면 하루도 못 살 그런 공간이 그래도 좋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사진=임복남

파괴와 건설의 여신...힌두교 최고의 여신...시바여신을 보다

많이 가 본 건 아니지만, 기숙사 방문 때 각국의 종교적인 물건이나 상징물 혹은 그림 등을 가끔 볼 수가 있다. 이곳에서도 그것을 본다. 한쪽 벽에 걸린 작은 액자에 여신을 만날 수 있었다. 물어보니 ‘시바’란다.

시바...힌두교 최고의 신이란다. 파괴와 건설의 여신이란다.

무엇을 파괴하고 무엇을 건설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힌두교가 살아 있고 그 전통이 살아있는 걸 보면 그 파괴가 무자비하거나 무식한 파괴는 결코 아닐 거란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나도 잠시 시바여신에게 빌어본다. '어찌, 이 불의한 사회를 단박에 파괴하고 노동자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건설할 순 없겠능교?'하고.

12시 조금 넘어서 밥 먹고 술도 한잔 하다 보니 3시가 넘어간다. 가야만 했다.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그 컨테이너를 나왔다. 밖을 나오니 칼바람이 내 몸속을 파고든다. 녹슬고 볼품없는 컨테이너지만 그 안은 그래도 훈훈했나 보다.
 

임복남(성서공단노동조합) sungseo@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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