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심한 임금차이는 잘 알려져 있다. 경북대학교병원에서는 함께 일하던 정규직 직원의 잘못을 비정규직이 책임질 모양새다.
A씨는 경북대병원 치과진료처 구강악안면방사선과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다 어이 없는 일을 당했다. 정규직 방사선사 하 씨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받고도 별달리 저항할 수 없었다. 하 씨는 임시직 방사선사 B씨에게도 병원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업무를 상습적으로 지시했다. 하지만 A씨와 B씨 모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임시직이기 때문에.
그러던 중 A씨는 2박 3일 동안 동원예비군 훈련을 받게 됐다. 정규직 하 씨는 동원훈련에 참여하는 A씨에게 2박 3일 공백 기간 동안의 대체인력을 구한다며 현금 30만 원을 요구했다. 또, B씨에게는 방사선과 PACS실의 방음벽 공사비 2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하 씨는 A씨와 B씨가 처리한 자료 복사, CT검사 등의 업무를 자신이 시행한 것으로 서명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하 씨의 동문회비 파일 작성까지 떠맡게 된 A씨는 “이건 아니다” 싶었으나, “너 제대로 안 할 거냐?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계약을 연장시켜 주지 않겠다”는 하 씨의 말에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지속적인 사적인 요구와 감시, 다른 직원들과 상의해 병원 고충상담실에 문의
하 씨 정직 3개월··· 하지만 정직 후 같은 곳으로 복귀, 오히려 임시직 B씨 쫓겨날 위기
임시직 방사선사 A씨와 B씨는 사적인 요구가 지속되자 병원의 고충상담실에 문의 했다. 병원은 하 씨에게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병원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징계가 종료된 하 씨를 다시 A씨와 B씨가 일 하는 근무지로 복귀시킨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신변 위협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고용불안이었다.
결국, 하 씨는 지난 1월 23일, 다시 같은 근무처로 복귀했다. A씨는 “병원 인사과에서는 같은 곳으로 근무 복귀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칠곡 병원이나 다른 과에 방사선사를 근무시킬 수 있는데도 결국 같은 곳으로 복귀시켰다”며 “하 씨가 우리를 해코지할까봐 신변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같이 일하는 다른 방사선사는 1월 말 즈음에 인사과 인사파트장이 하 씨를 이곳으로 복직시킬 수밖에 없다며 B씨에게 다른 곳에 일하러 나가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병원은 짧게는 3개월씩 계약하는 임시직 방사선사를 재계약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봉합하려 했다.
김대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분회 사무장은 “하 씨를 다른 부서에서 받으려는 데가 없었다. 치과진료처에서 가장 적게 반발해 다시 같은 곳으로 복귀한 것 같다. 징계 수위는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돼야 하는데 같은 부서로 다시 복귀한 건 말이 안 된다”며 “실무협의 등을 통해 노조에서 파악하기로 병원은 오히려 임시직 방사선사를 조용히 내보내고 인원을 감축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임시직 방사선사 정규직 채용되려면 “알아서 기어야”
노조가입 현실적으로 불가능, 다른 정규직에 밉보이면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어려워
하 씨와 임시직 방사선사의 업무는 동일하다. 하지만 정규직 TO는 적다. 정규직 공채 과정에서 정규직 방사선사의 의견이 반영될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임시직 방사선사는 채용 시 받을 불이익을 피하고자 정규직의 부당한 요구에도 순응해야 했고, 근무지에서는 일상적으로 하 씨의 감시에 노출됐다.
또한, 방사선사는 전문교육기관이 많지 않아 그 특성상 출신학교의 선후배 관계가 채용에 작용한다. A 씨는 “하 씨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소문이 돌아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다. 졸업한 학교 교수님도 전화가 오고 다른 병원 선생님들도 전화가 와서 좋게 해결하라고 했다. 동기 풀이 좁아 그렇다”며 “이후 고용에 영향을 미칠까 봐 하루하루가 고민이다. 당장 이번 3월이 되면 계약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오기 이전에도 정규직으로부터 부당한 지시가 있었던 것 같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임시직 방사선사는 노조가입도 어려워 부당한 대우를 나서서 호소하기 힘들다. 김대일 사무장은 “임시직 방사선사도 조합에 가입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입 한 사람은 없다. 가입할 경우 병원에서 정규 발령을 안 내는 경우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채용할 때 특별한 시험은 없고 서류면접이 대부분인데, 각 부서 과장이나 실장급이 면접관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해당과 정규직의 입장도 많이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스민>은 사실 확인을 위해 윤연모 경북대병원 총무팀 인사파트장을 찾아갔으나 윤연모 인사파트장은 “대답해야 할 의무가 없다. 홍보실을 통해 입장을 들어라”고 말했다.
<뉴스민>은 11일 홍보실에 해당 문제와 관련한 경북대병원의 입장을 질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