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노동부의 노사지도 지침(지도지침)에 노동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도지침은 재직자에 한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23일 노동부는 지도지침을 통해 ▲재직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며 ▲정기상여금 소급청구 불허 시점은 올해 임단협 전까지라고 주장했다.
지도지침은 1개월을 초과하더라도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지급일 등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일부 수용했다.
즉, 노동부가 1988년에 제정해 유지해온 고용노동부 예규(통상임금 산정지침)에서는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1임금지급기(1개월)을 주장해왔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이 요건 폐지한 것. 하지만 이번 지도지침에서 노동부는 정기상여금마저도 ‘지급일 등 지급 시점에 재직자에게만 지급될 경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또한, 노동부는 신의칙(신의 성실의 원칙) 기준도 확대했다. 노동부는 지도지침에서 “고정적인 정기상여금의 소급분에 대해서는 신의칙을 적용해 추가임금 청구를 불허”한다고 단정 지었다.
이는 대법원의 판시를 벗어날 소지가 크다. 대법원은 과거 노사가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무효하며, 노동자가 받지 못한 통상임금을 추가임금으로 청구하는 경우, ‘추가임금 청구로 기업경영의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때’에만 신의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노동부의 지도지침에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28일 오전 10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정치적 판결을 했지만, 노동부가 이보다 더 후퇴한 입장을 냈다. 사법부도, 행정부도 기업에게만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려 원칙도 논리도 없이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노동부는 지도지침에서 고정적 정기상여금의 소급분에 대해 일절 청구할 수 없으며 임단협 유효기간까지 신의칙이 적용된다고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도지침을 폐기하고 기존 통상임금 지급기준 예규를 근로기준법상 적법하게 시정하고, 임금체계개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마라”며 “기업 편향적 해석만 하지 말고 오히려 기업 현장관리 감독을 강화해 임금을 떼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대기업 횡포로 피해 보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이번 지침은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의를 위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GM 회장을 만나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 했고, 다보스 포럼에 가서도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노동자 임금을 마음대로 떼먹겠다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투쟁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장식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은 “금속 노동자는 시간 외 수당과 잔업 수당이 임금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정부가 나서서 판시를 재직자에게만 주는 것으로 확대 왜곡하고 있다. 이런 확대해석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 금속노조는 2월 25일 국민 총파업을 통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반발에 노동부는 24일 설명자료를 발표하고 “법률전문가와 노사단체, 경제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전합(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와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며, “전합 판결은 근로자가 정해진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지급일 기타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으며, 초과근로를 하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 근로자가 특정시점에 재직하고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명확하게 판시”하므로 “이러한 고정성 판단의 법리는 제수당 외 정기상여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