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철도의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19일 발표한 보고서 <왜 자회사인가?-의료·철도 자회사의 경영전략과 민영화 논란>를 통해 의료부문의 영리목적 자회사와 수서발 KTX 자회사 운영 시나리오가 결국, 공익이 아닌 일부 자본의 이익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그간 의료와 철도에서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의료부문에 대해서는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영리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나 핵심적인 의료 행위 자체는 영리목적 자회사로 이전할 수 없도록 규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라고 볼 수 없어 민영화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수서발 KTX 운영을 맡을 철도 자회사의 지분을 철도공사가 41%, 연금이 59%로 모두 공공기관이 갖게 돼 민영화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병원 자회사는 결국 의료의 영리화 초래
자회사는 병원 수익 외부화 위한 것, 지주회사형 자회사 설립 가능해져
정부는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의료부문의 병원 부대사업 허용대상을 확대하고 이 부대사업을 주관하는 영리 목적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조처가 ▲의료법 제약으로 부대사업 수익을 외부 유출할 수 없었으나 민간자본과 합작해 만들어진 상법상 자회사를 통해 수익 유출이 가능해지고 ▲수익 목적의 부대사업 범위가 확대되 다양한 수익사업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법인의 경우에 병원이 현재 벌이는 임상의학연구용역, 장례식장, 병원 내 임대사업 등의 의료 부대사업을 통째로 자회사에 이전하면 수익률 25%의 초고수익 자회사 설립이 당장 가능하다. 보고서는 한국 사업체의 평균 수익률이 3%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의약품 도매업 자회사로 의약품 구매를 대행하고 의료기기 리스(lease,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설비를 구매해 기업에 장기간 임대하는 회사) 사업 자회사로 의료기기를 병원에 대여한다면 각각 130억, 5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자회사가 즉각 가져갈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결국 병원의 그룹화를 초래하고 부대사업이 주가 되는 그룹의 경영전략에 의해 의료행위조차도 영리화 되리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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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노동자운동연구소 보고서 <왜 자회사인가?-의료·철도 자회사의 경영전략과 민영화 논란> | | |
심지어 병원의 자회사가 역으로 병원을 거느리는 형태의 지주회사형 자회사 역할을 할 우려도 생긴다. 보고서는 이러한 지주회사형 자회사의 경영 전략이 실질적으로 병원의 경영까지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성 그룹의 경우, 삼성전자와 일부 계열사가 의료기기 산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삼성의료원의 자회사 설립은 이들 기업을 삼성의료원과 직접 연계토록 할 수 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편법을 쓰기 힘든 삼성의 고민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는 셈이다.
삼성은 차세대 산업으로 바이오헬스를 지목한 후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중인데, 삼성의 집중적인 투자를 받는 회사가 병원의 자회사가 되는 경우 삼성의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상법상 회사인 자회사가 병원의 경영까지도 좌우하는 사실상 모회사(지주회사)가 되는 것. 보고서는 이 같은 “지주회사형 자회사를 통한 의료그룹의 설립은 그 자체가 민영화, 영리화다”고 못 박는다.
철도 자회사는 민간자본 유입형, 철도 수익을 외부화할 것
즉각적인 지분매각보다는 화물 및 신규노선 민자합작 사업 벌일 것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네트워크사업 진입 위험부담을 짊어지는 것
보고서는 수서발 KTX를 담당할 수서고속철도(주) 설립이 전형적인 수익 외부화 형 자회사라고 지적한다. 이 자회사 설립으로 철도공사는 수익성 좋은 사업에서 오는 수익을 외부 이전하게 된다.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철도공사를 여러 자회사를 분리할 계획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의 계획에 따라 철도공사는 간선여객만을 맡으며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신규 여객 노선과 화물노선은 모두 별도 자회사로 설립해 운영한다. 이전 비용절감을 위해 일부 사업 외주를 목표로 한 철도 자회사(시설관리유지, 매표, 주차장, 편의점 운영, 승무원 파견, 화물 육상연계 등)와 달리 수익과 직접 연관되는 핵심 사업 자체를 자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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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노동자운동연구소 보고서 <왜 자회사인가?-의료·철도 자회사의 경영전략과 민영화 논란> | | |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수서고속철도는 당분간 지분 매각보다 내부 자금을 이용해 화물 및 신규노선에서 다양한 민자합작 사업을 벌일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정부가 나서서 사업 리스크가 큰 네트워크사업에 민간자본의 위험부담을 짊어져주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보고서는 발전부문을 꼽았다. 2015년부터 운영될 동두천복합발전소의 경우 수도권에 인접해 송전과정에서의 손실률이 작은 이점이 있어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데, 이 발전소의 지분 51%를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이 갖고 있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주)은 이 같은 알짜 발전소를 재벌과 합작으로 세워 막대한 이익을 재벌에게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철도 자회사 설립은 당장에는 발전부문처럼 고수익이 예상되는 일부 노선만 떼어내고 투자 리스크를 경감해서 민간자본에 넘겨주며, 장기적으로는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신규노선과 화물노선 등을 인수함으로써 사실상 민영화와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한 교두보가 되는 것이다.
자회사 설립은 편법적 민영화
결국, 의료와 철도의 자회사 설립 허용은 법률 개정을 우회하는 민영화 방안인 것.
현행법상 의료와 철도에서 민영화를 진행하기는 어려운데, 보고서는 정부 입장에서 법 개정을 통한 민영화는 즉각적인 국민과 야당의 반발을 일으킬 것이므로 현행법을 우회하는 자회사 설립으로 장기적인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철도와 의료부문에서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재벌, 해외 투기자본의 철도 시장 진출과 병원 자회사의 지주회사화를 불러일으켜 병원의 의료행위도 영리화 할 것”이며 “여기서 이들이 얻는 수익은 당연히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민영화다. 결국 자회사는 현행법 개정을 피해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꼼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보고서(왜 자회사인가?-의료·철도 자회사의 경영 전략과 민영화 논란) 전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