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임명된 이진한 대구지방검찰청서부지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진한 지청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기자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검찰청의 자체 감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이 전 차장은 이번 달 16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으로 발령됐다.
이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오전 11시 대구시 달서구 대구지검 서부지청 앞에서 이진한 지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찰 내부 지침상 ‘성 풍속 관련 비위 사건’은 최하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아야 하나 (징계가 아닌) 검찰 내부 주의 조치 정도인 경고 처분을 받았다”며 “법무부 징계위에 회부도 안 하고 대검 내부에서 감찰을 종결했다. 징계 처분도 감찰위원회 전체가 아닌 소위원회에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이진한 지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권을 위한 정치검찰이다”며 “윤석열 검사가 보복인사 조치된 것과는 무척 다른 처사다. 성추행 사실은 있고 징계는 없는, 정치검찰에 대한 내부의 봐주기다”고 꼬집었다.
징계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문제도 지적됐다. 검사징계법 제2조 3항은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검사를 징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제3조 1항는 ‘징계는 해임(解任), 면직(免職), 정직(停職), 감봉(減俸) 및 견책(譴責)으로 구분’하도록 한다. 또한, 같은 법 제7조는 검찰이 제2조에 위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검찰총장이 징계의 청구와 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변호사는 “이번 이진한 지청장이 받은 ‘경고’ 조치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가 아니다.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법에 따른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자의적이고 안일한 해석이다. 지청장을 감싸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이진한 당시 2차장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사실관계 규명을 방해했던 인사라서 정권이 감싸겠다는 것이다”며 “권력을 좇는 정치검찰이 사퇴는커녕 사과조차도 없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성추행을 했다면 이후 가해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는 이진한 지청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당사자가 수치 느끼는 말이나 행동을 성폭행이라 하고, 성희롱은 정부에서도 4대 악이라고 한 성폭력의 한 가지다. 강력한 징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성범죄자를 대구지청장으로 발령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모범이 돼야 할 공직자들이 무엇이 성폭력인지조차 모른다. (반성폭력)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이진한 지청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