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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01월14일 17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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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우 "지금은 불 지필 장작을 말리는 과정"
[인터뷰] "안녕들 현상에만 편승하는 건 대리주의, 행동으로 갈 것"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수상한 시국, 고려대 후문 벽에 붙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 한 장은 안녕치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안녕치 못한 이들은 거리에서 타올랐다. 철도노조 파업이 끝났고,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안녕치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반짝’ 지나가는 트렌드로 평가하기 시작할 때 첫 대자보의 주인 주현우(28) 씨는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대자보가 던진 문제의식 토론을 시작했다. 현우 씨는 “장작을 말리는 과정이다. 이 마른 장작은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양일간 대구에서 ‘안녕들’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에 대해 토론회를 진행한 주현우 씨. 14일 오전 후마네르 범어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를 찾은 주현우 씨를 만나 ‘안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의 반응이 어떻게 되어야 할 것 같나. 왜 쓰셨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 심정을 묻는 게 레퍼토리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다시 보는 과정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주현우 씨의 말에 뻔할 것 같은 질문은 피했다.


‘안녕들’ 대자보 열풍으로 가장 혼란에 빠진 이들은 기존 학생운동을 하던 이들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활동한 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우리는 대자보를 늘 붙였었는데 또는 대중들의 호응을 어떻게 봐야 할까’ 등등.

_‘안녕들’ 모임에 함께하는 이들 중에는 여태까지 운동을 하지 않았던 친구도 있지만, 운동했던 친구들도 있다. 자신들도 늘 자보를 부착했는데, ‘이게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또 그중에는 ‘일단 들어가서 상황을 보자’며 적극적으로 같이 모임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고민을 같이하고 움직였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을 생각해보자’를 강조하고 싶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계도나 계몽으로 보는 방식 말이다. 학생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면서도 정작 대중을 주체로 봤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과격한 언사를 썼지만, 그 사람들이 (집회or거리에) 못 나오는 이유 말이다. 지금까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나와)였다. ‘안녕들’ 대자보를 계기로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생겼다고 본다. 타인과의 교감, 교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다음은 각자의 몫이다.

사실, ‘안녕들’ 열풍은 전통적인 학생운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학생운동의 부활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_뭔가 급진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도 같이한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지금 책읽기 어렵다. 바쁘지 않은 사람 찾기가 힘들다. 내가 딴 데 신경 썼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그렇다면 선전/선동이 아니라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하려 했는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큰 틀에서 학생운동 쇠락의 이유가 구조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전술적인 패착이나 접근방식의 문제도 있었을 테다. 특히, 운동권 언어를 써서 이야기할 때 대중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여기에 일종의 패배감이나 자괴감이 있었다. 대자보는 지금 상황이 안녕치 못한 상황을 환기하는 역할이었다. 지금부터 한두 명이라도 모임을 하는 게 각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출처=주현우 씨 페이스북

말 걸기, 언어의 문제를 지적했다.
 
_말 거는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문제 원래 다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청년들이 취직하면 21%가 1년 미만 계약직이란다. 경제 수준이 G20인 나라에서 왜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을까.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경제 문제다. 개인이 노력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그게 틀렸다면 대자보 붙일 시간에 책이나 한 자 더 보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안녕들’ 대자보 등장에 통쾌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통쾌함을 느끼는 걸로 끝나면 대리주의 그 이상은 아니다. 안녕들 이후 행보를 지역으로 다니며 토론하는 것도 계속 묻는 방식이 아닌 각자의 실천방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붙인 대자보도 내 손으로 뜯었다. 거기 붙어 있는 것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구 이외에도 다른 지역을 다닌 것으로 안다. 지역별 차이나 특징이 있나

_지역별 차이는 없었고, 수도권 vs 지역이었다. 일베 이야기 많이들 하는데, 전라도 대 경상도 구도를 만들어 싸우지만, 이익은 서울이 다 가져간다. 결론적으로 이득 보는 건 서울이다. 서울 중심으로 짜인 시스템에 지역이 종속되는 구도다.

이와는 별개로 지역적 특성도 있다. 창원은 젊은 직장인들이 많았고, 부산과 대구는 대학생, 광주는 고등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한 번 모임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 모임을 알리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대자보를 쓰는 행위에만 의미를 두고 복제하는 이들도 있다. 가령 대자보를 부착했지만,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과는 대화를 차단하고 ‘일베충’이라며 경멸하는 태도 말이다.

_말도 허락받고 해야 한다는 사회가 됐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 말이나 글로 주고받는 것부터 하는 거다. 그러고는 공통으로 의견이 모이는 최소치부터 모아나가면 된다. 사람들에게 말하는 걸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더 큰 울림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마른 장작이 다른 곳에서 불이 잘 붙을 수 있도록 장작을 말리는 과정이라고 본다.

토론은 말로 누구를 격파하는 게 아니다. 이미 자기 생각이 확고한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한다. 이걸 보는 사람들이 합당한 걸 선택하는 게 토론의 이유다. 너는 일베하니까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건 그들이 비난하는 일베의 거울이다. 그런 점에서 저는 조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게 트렌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거다.

‘안녕들’ 현상에 나를 맡기는 거는 대리주의다. 내가 안녕하지 못함을 직시하는 것, 자기 정치를 하자는 거다. 대화할 의지도 없으면서 질문만 던지는 거는 적개심만 만든다. 길게 봐야 한다. 그래서 ‘안녕들’ 모임도 여러 생각에 일일이 댓글로 응답하지 않는다. 방점을 찍는 순간 양 극단으로 갈리기 때문에. 말로서 구분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접합지점이 생길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법이 없다. 자기 문제다. 이런 것들을 찾아 나가는 게 우리의 과제다.

대자보를 엮어 책으로 제작할 계획이라는데.

_목소리들이 단기간에 터져 나왔다. 페이스북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제한돼 있다. 전통적 매체인 책으로 남긴다는 건 잊지 않겠다는 거다. 하나의 붐으로 끝날 게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또 한 가지가 모임을 가져가는 거다. 하지만 중앙에 있는 안녕들이 공포하는 건 웃긴 거다. 출판 작업과 별개로 학습모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안녕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야기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원인을 파악한다고 했을 때, 뭔가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한 달에 한 번이든 계속 만날 기회가 있으면 만나 공부할 생각이다.

저희가 결정한다고 해서 하달되는 것도 아니고, 각자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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