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모 아파트 화재로 노모와 살던 중증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대구지역 장애인단체는 ‘제도 부실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며 대구시와 달서구청에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반빈곤네트워크는 31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장애가정 중증장애인 화재사망사건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인을 추모하며 국화꽃을 든 100여 명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중증장애인 이모(56세, 지체3급)씨는 29일 오후 12시 30분경, 달서구 상인동 모 임대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목숨을 잃었다. 달서경찰서는 사건 당일 모친인 안모(88세, 시각장애1급)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모씨 혼자 휴대용 가스버너에 한약을 데우던 와중 폭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흔을 바라보는 시각장애 1급 노모와 혼자서 고동이 힘든 고인이 단둘이서 살고 있었음에도 평일 4시간가량의 노인 방문요양서비스 외에 이들에게 지원되는 직접 대인서비스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인의 장애등급이 3급이기 때문에 활동지원제도 대상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모씨는 지난해 8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자 등급 변경을 위해 달서구청 담당자와 등 등급 심사 병원을 찾았으나, 변경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구시청, 달서구청, 국민연금공단 등 지역사회 내에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음에도, 장애등급제를 포함한 총체적인 제도부실이 만들어 낸 사회적 타살”이라며 “활동보조 24시간이 적용됐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장애등급제를 비판했다.
이어 “달서구는 잇따른 중증장애인의 사망사건으로 복지부가 시행한 중증장애인 안전서비스 시범운영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달이 채 되기도 전에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며 “지역사회 내 위기가정의 실태를 파악하고,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왜 부탄가스를 사용했을까.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거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유지하면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중증장애인은 이런 사건을 겪을때마다 내일 아침을 다시 맞을 수 있을지 불안에 떤다.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제도를 빨리 마련하라”고 말했다.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도 “달서구가 희망복지지원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이 아닌 발목을 잡는 장애등급제로 정작 필요한 서비스는 못 받고 있다”며 “이번 사고는 개인의 실수가 아닌 사회가 만든 장벽이다. 보건복지부가 잘못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을 후 참가자들은 대구시청 담당 부서에 ‘공식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촉구서한’을 전달했고, 오후 2시에는 달서구청 주민생활지원국과 면담을 진행했다.
달서구청 배봉호 주민생활지원국장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노모의 생활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가 활동보조 지원 확대와 구체적인 사례관리를 달서구청에 요구한 것과 관련해 배봉호 국장은 “복지부가 2016년부터 3급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를 시행한다. 앞당겨질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 사례관리도 장애인단체와 연계해 더 잘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모씨의 장례는 31일 치러졌고, 장제비는 대구시, 달서구, 보건복지부가 지원했다. 고인의 노모인 안모씨는 자택이 복구될 때까지 노인요양병원에 머무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