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구시민헌법 포럼 ‘대구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가 23일 오후 7시 국채보상운동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고졸이 행복한 나라'를 화두로 열렸다. 대구교육청이 나서서 학생의 정치적 행동을 통제하는 요즘, 주제는 시의적절했으나 발제와 토론에 청소년 당사자 참여가 전혀 없어 "기성세대의 훈수만 가득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제에 나선 김민남 경북대 명예교수는 “고졸이 행복한 나라가 화두다. 교육은 2개의 시스템으로 제도화돼 있다. 하나는 12년 동안의 공교육·의무교육·보편·보통교육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편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도 포함된다”며 “다른 하나는 특수 고등교육이다.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보편적인 교육체제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교육은 사회발전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국가적 정책을 뒤따라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교육 자체가 정치와 독립해서 사회발전의 중요한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며 “제도권 교육이 수많이 퍼져있는 지식을 단순히 수용하게 해, 이를 성공적으로 획득한 사람에게 높은 보상을 마련하는 체계에서는 진정한 지식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각성하는 형태의 지식을 얻어야 하며, 그걸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화 교수는 “학벌 사회를 학벌로 개선할 수 없다. 교육 이외의 것도 함께 이야기돼야 한다. 또 시민헌법 제정 과정에서 청소년이 없는 것도 문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청소년에 대해 얘기만 한다. 대상화되는 것이다”며 “청소년을 항상 관리의 대상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영화 교수는 “안녕들하십니까에서 청소년들은 국가가 뭔지 모른다고,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있다는데도, 국민이 힘들다는데 국가가 반대로 가느냐고 묻더라. 청소년 언어로 핵심을 찔렀다”며 “학교가 지배이데올로기의 담지자이고 지배세력을 지지하는 이데올로그로 작용하는지는 대자보를 붙이지 못하게 하고 통제하려는 부분에서 현재 교육의 상이 나타난다. 교육은 지배이데올로기나 특정한 계급을 재생산하는 하나의 원천이다. 계급을 구조화시킨다”고 꼬집었다.
이후 참가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소년 교육을 이야기하는데 주체들이 빠져있는 논쟁을 하고 있다. 교수들이 청사진을 제시하면 현실에 맞나? 민주주의라는 건 오픈 드라마다. 주체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된다는 문제가 아니다”며 “김민남 교수님께서 정치와 교육이 분리돼야 한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한국사회의 교육은 정치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게 아닌가 한다. 교육과 정치를 분리함으로써 교육의 체제화를 이끄는 이데올로기가 된다. 노동을 정치에서 빼는, 결국 정치에 국회의원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득재 대구가톨릭대학 교수는 “좀 더 까발리고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교육만 따로 때 놓고 논의할 수 없다. 고졸이 행복하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하지 않는가”라며 “대학을 졸업해도 왜 노동자 밖에 못 되는가.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임금격차가 줄어든다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행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고졸 학력자가 하던 은행원이 지금 전부 대졸자에게 빼앗겼다. 학력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근대화 과정에서 학생들을 선별해서 노동시장으로 보내려는 것에 교육의 무게중심이 가 있다. 창의성 자율성은 중요하지 않다. 대구지역 교육은 한편으로 단위학교의 교사 학생의 자율성이 구조적으로 상실한 것이 문제다. 여기에서 양자가 스트레스를 받고 폭력 발생한다”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교육감의 바람직할 역할은 그저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치를 살려야 교육이 산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경민주화교수협의회, 대구사회연구소가 주관하고 대경전문직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대구시민 헌법 초안 재정에 대구시민들의 고민을 녹이고자 개최됐다. 대구시민 헌법 초안은 2011년 11월 대구전문직단체협의회에서 논의돼,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구지부의 공동노력으로 조문화가 진행 중이다. ‘대구시민 헌법’은 위 같은 질문처럼 과연 시민이 실질적으로 주권자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