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붙인 '안녕 대자보', 교장이 신고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뉴스 > 사회
뉴스관리툴 2013년12월18일 16시46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고교생이 붙인 '안녕 대자보', 교장이 신고
정보과 형사 들이닥쳐 곧바로 압수

윤근혁 기자 chamehope@gmail.com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이 자신의 학교 학생이 붙인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보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 대자보를 떼어간 경찰은 학생을 상대로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여 교장이 학생을 지도하기는커녕 신고부터 한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8일 서울 ㅎ여고 윤 아무개 교장과 교사들에 따르면, 윤 교장은 이날 오전 6시 55분 학교 교문 안 왼쪽 벽에 이른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은 사실을 확인하고 5분 뒤 전화로 노원경찰서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윤 교장과 교사들은 이 학교 3학년 학생 한 명과 확인되지 않은 3명이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확인했다.

대자보에는 KTX 파업 지지와 현 정부의 거짓말에 대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벽보에는 공부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 경찰이 압수한 '안녕 대자보' 사진 [출처: A학생]

이 학교 한 교사의 보고를 받고 이 대자보를 직접 확인한 윤 교장은 이날 오전 7시쯤 노원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노원경찰서 소속 정보과 형사 1명과 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7시 10분쯤 학교에 들이닥쳐 해당 벽보를 떼어갔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인근학교 교사들은 “교육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 학생을 간첩신고 하듯 신고해도 되는 것이냐?”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윤 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 학교 학생 한 명 말고도 불순한 외부세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에 알린 것”이라면서 “내용이 시국 관련이라 기말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이 보아봤자 좋지도 않은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교장은 “이 벽보는 생활지도부의 검열 도장을 받지 않고 게시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휴=교육희망)
 

'안녕 대자보' 전문
 

대학생 언니 오빠들로부터 시작된 “안녕들 하냐”는 안부는 이제 우리에게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리들’ 중 하나인 저는 그들의 안부에 답할 것입니다. … 아니요. 저는 안녕했으나 안녕하지 않았습니다.

예 맞습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운운하기엔 아직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심지어는 교육도 잘 모르는 고등학생입니다. 언제부터 내 의견을 내 목소리를 내는 데에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가 되었습니까?

공정하여야 할 국정원이 트위터 댓글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앞에서도, 밀양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송전탑은 안 된다며 독극물을 드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코레일 직원들이 단체로 시위를 했다고 단체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에도 저는 안녕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덮기 위해 던지는 수많은 연예 가십거리들만을 보며 즐거워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한심하게 여기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내가 뭘 안다고 나서겠어?”
 “지금은 시기가 아니야. 내가 집중해야 할 건 수능이야!”

내가 변명하던 사이 ‘안녕하다’고 하기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했고, 언젠가는 저도 그 안녕치 못한 사회에 뛰어들어야 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제가 제 생각을 이렇게 글로 옮기며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를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청산해야 합니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으며 덮기에 급급한 권력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그 권력을 되찾는 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우리의 동생이 후에는 우리의 후배가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하고 그 정의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법과 정치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부족하나마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합니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더 이상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년 마지막 달, 유난히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제자가 학생이 선배 중 누군가가 다시 한 번 감히 묻습니다.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고 3 △△△

윤근혁 기자 chamehope@gmail.com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대구, 안녕하지 못한 대학생들 광장에서 “철도파업 지지”
구미, ‘안녕 대자보’ 부착한 중학생 ‘등교 정지’ 협박 당해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사회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11777845  입력
다음기사 : 전교조 경북지부, ”20일 고입선발고사, 교육과열로 사교육 부추겨” (2013-12-19 20:35:00)
이전기사 : 발달장애인 자립의 발자취, "자립 위한 지속적 지원 필요" (2013-12-18 14:00:00)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