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대자보' 전문
대학생 언니 오빠들로부터 시작된 “안녕들 하냐”는 안부는 이제 우리에게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리들’ 중 하나인 저는 그들의 안부에 답할 것입니다. … 아니요. 저는 안녕했으나 안녕하지 않았습니다.
예 맞습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운운하기엔 아직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심지어는 교육도 잘 모르는 고등학생입니다. 언제부터 내 의견을 내 목소리를 내는 데에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가 되었습니까?
공정하여야 할 국정원이 트위터 댓글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앞에서도, 밀양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송전탑은 안 된다며 독극물을 드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코레일 직원들이 단체로 시위를 했다고 단체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에도 저는 안녕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덮기 위해 던지는 수많은 연예 가십거리들만을 보며 즐거워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한심하게 여기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내가 뭘 안다고 나서겠어?”
“지금은 시기가 아니야. 내가 집중해야 할 건 수능이야!”
내가 변명하던 사이 ‘안녕하다’고 하기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했고, 언젠가는 저도 그 안녕치 못한 사회에 뛰어들어야 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제가 제 생각을 이렇게 글로 옮기며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를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청산해야 합니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으며 덮기에 급급한 권력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그 권력을 되찾는 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우리의 동생이 후에는 우리의 후배가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하고 그 정의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법과 정치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부족하나마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합니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더 이상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년 마지막 달, 유난히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제자가 학생이 선배 중 누군가가 다시 한 번 감히 묻습니다.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고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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