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씨는 급작스레 휴대전화 단말기 연체대금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통화에서 모 보증보험회사는 B(A씨의 형)씨가 연체된 대금을 내지 않으면 채권추심을 하겠다고 했다.
당혹감을 느낀 A씨가 입원 중인 B씨 대신 경위를 알아본 결과, A씨도 B씨도 전혀 모르는 사이 B씨의 개인정보가 도용돼 휴대전화가 개통된 것. 이에 따라 단말기 B씨는 대금 50여만 원의 채무가 생겼다. B씨의 개인정보 도용은 이전에 B씨가 휴대전화를 구매했던 휴대전화 대리판매점의 점주 C씨가 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작년 12월 B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3개월 뒤에 해지했다. 요금 통지서는 B씨의 자택으로 발송됐지만 다른 지역 병원에서 장기 입원 중인 B씨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모 보증보험회사를 통해 뒤늦게 사실을 안 B씨는 급하게 A씨를 통해 C씨와 해당 통신사에 항의했다. 다섯 차례에 거쳐 장시간의 항의전화를 한 뒤에 A 씨는 B씨의 통신요금 납부확인서·요금청구서·해지확인서를 받아냈지만, 명의도용으로 신청된 휴대전화 개통신청서와 신분증 사본은 끝내 받을 수 없었다.
“본인확인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민증을 위조할 수도 있고 한데 스마트폰 개통 과정에서는 잘 확인 안 하는 것 같아요. 문제가 생기면 통신사도 대리점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해요. 통신사가 명의도용의 책임을 절대 안 지려고 대리점으로 떠넘기는 것 같아요. 저의 형 개인정보가 도용된 가입서류와 신분증 사본 등을 달라고 했는데도 안 줘요. 저희 같은 경우 다행히 도용된 휴대전화로 대출 사기는 안 당했지만 실제로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A 씨)
휴대폰 대리점주 D씨는 "얼마 전 가족이라면서 신분증을 가지고 와서 개통을 한 일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명의도용이었다. 이 때문에 명의도용 혐의로 오히려 내가 피해를 봤다"며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나이든 어르신이나 학생은 가족이 개통하는 경우가 많아 일일히 본인 확인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태경 경제민주화를위한민생연대 사무처장은 “명의도용은 여러 가지 형태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명의도용 되면 휴대폰 대출 사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휴대폰을 개통하면 소액을 대출해준다며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대리인 명의로 개통한다”며 “개통과정에서 대리인인지, 본인인지 분명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대단히 부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태경 사무처장은 “휴대폰 개통 시 휴대폰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했을 때 여러 가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위험성 고지도 안 이뤄진다”며 “대리인이 개통하더라도 대리인 신원과 개통 당사자의 신원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대출사기 빈번
본인확인절차 강화로 문제해결 불가, 실명제 강제 안 돼
B씨의 경우 대출 사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청은 2013년 1~11월간 경찰에 접수된 대출 사기 피해사건이 총 16,022건 (피해액 817억 원)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해 대출 사기가 매달 평균 1,456건 발생, 건당 약 509만 원의 피해를 당한 것.
명의도용 사고 사례가 잇따르자 이달 9일 경찰청은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소액대출하는 경우를 포함해, ▲대출사기범이 금융기관을 사칭해 낮은 신용등급을 보증한다며 보증보험료 명목으로 금품 요구 ▲신용정보 조회기록 삭제에 필요하다며 전산 작업 비용 요구 ▲저금리 대출 주선한다며 예치금 명목으로 금전 요구 ▲채무불이행 시 대출업체가 대출금 공증료 요구 ▲이자를 미리 내야 한다며 금전 요구 등의 검거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휴대전화 대출 사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휴대전화 사용 시에 법적 근거 없이 실명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이동통신사 같은 민간업체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네이버, 다음 등 사이트는 이 같은 문제 제기로 개인정보를 취급하지 않는다”며 “비용 낸 만큼 쓰는 휴대전화 선불제나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원한다면 휴대전화 익명 사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동통신사는 후불제로 운영하며 요금을 받기 위해 신용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특히, 이동통신사들은 모바일 결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특정 상품을 구매할 때 모바일 결제를 하면 물품 판매자가 아닌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개통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채권추심업무까지 한다”며 “모바일결제로 채권추심업을 이동통신사가 대행하며 업체에 수수료를 받으려 하는 것”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