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도 모르는 XX가 죽여버릴라 XXX야 너 누구야 이 XXXX야? 찾아가서 확 XX버릴라"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꺼낸 즉시 전화기 건너편에서는 욕설이 마구 쏟아졌다.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이 한 이주노동자의 신고를 받고 확인 차 사업주에게 한 전화에서다. 욕설은 통화를 종료할 때까지 3분간 지속됐다.
“경막상출혈, 폐쇄성 척추 횡돌기 골절, 견갑골목의 골절, 첫 번째 늑골 이외 단일 늑골의 골절 외상성 혈흉요골의 폐쇄성 골절, 두개 내 열린 상처가 없는 상세불명의 두개골 및 안면골 부분의 골절 폐쇄성···”
중국 국적 등 아무개 씨(45)가 대구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진단이다. 등 씨는 10월 19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단속반원의 폭언과 오른쪽 안면부와 상반신이 가격당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등 씨는 오른쪽 눈이 실명한 상태다.
세계인권선언 65주년을 맞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는 10일 저녁 6시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변호사회관 5층 강당에서 인권센터 창립을 기념하며 대구·경북의 이주노동자 인권활동가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는 고경수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위원장,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 최현진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이 맡았고,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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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경수 목사, 임복남 위원장, 정재형 인권센터장, 오세용 소장, 김헌주 소장, 최현진 사무국장 | | |
선원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의 처우는 최악
욕설, 폭력 심해, ‘불법’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 체계적 도입·관리로 중소기업 인력난을 완화하고 국민경제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로 업종별(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어업, 농축산업)로 이주노동자를 도입한다.
이중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게 되는 업종으로 어업(E-9-5연근해어업, E-10선원)이 꼽히며,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이주여성의 인권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업 이주노동자(E-9-5)는 형식적이나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만, 선원 이주노동자(E-10)는 ‘외국인 선원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이들은 선주 조직인 수협중앙회의 관리를 받고 이들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제도나 단체가 없어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저임금,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다.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들(신원 이주노동자)은 허위과장 광고를 보고 이주하는 경우가 많으며, 송출비용도 많다. 이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선주는 도망갈까 봐 여권, 신분증 압류부터 한다”며 “욕설과 폭행, 감금. 임금 미지급은 일상적이며 각종 수당도 당연히 없다. 과도한 노동에도 월급이 110만 원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 소장은 “노조를 표방하는 한국노총 전국해상노련은 선원 이주노동자의 권익보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선주들로부터 외국인 선원 특별조합비로 1인당 월 5만 원 씩 50억 원 이상의 금액을 받는다”며 “이들을 보호할 아무런 방법이 없어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의 인권 문제도 심각했다. 이주여성은 이주 이후 주로 가사노동이나 성 산업에 종사하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상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기가 어려운 것. 특히 E-6비자(예술흥행)는 제도 자체가 이주여성을 성매매 업소에 도입하기 위한 수단에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E-6로 도입된 이주여성 5,000여 명 중 1,500여 명이 미등록으로 전락할 정도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것. 성매매, 인신매매, 임금체납, 폭력이 빈번한 사업장에서 이주여성이 사업주의 동의 없이 이탈하면 ‘불법’이 된다.
최현진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는 5~6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의정부 등 미군 부대 있는 곳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다”며 “술집에서 매상 실적을 못 채우면 바파인이라는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당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인권에는 아무런 관심 없는 출입국관리사무소
고용허가제는 근본적으로 인권 침해 법, 노동허가제 돼야
내국인의 3D업종 기피에 한국정부의 필요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고용허가제의 바탕에는 기본적 인권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고용허가제는 93년도 외국인산업연수제도에서 2003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사업주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것.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명동성당에서, 서울에서 이주노동자와 각종 단체가 투쟁해서 겨우 지금의 고용허가제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나 여타 노동조건이 사업주의 권한에 모두 달린 상황이다”며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위원장은 관리체계의 허점을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법의 한계가 많아서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쌍욕 막말해가며 겨우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예를 들어 사업장의 실태를 조사한다는 노동청이 관리감독을 하기 전에 사업장에 미리 전화를 다 하고 간다. 아무리 작업환경이 나빠도 감독관이 도착할 때는 정리정돈이 모두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고경수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일방적 시혜나 보살핌이 아니라 이주민들을 주체로 세워야 하며 법조계나 여러 시민단체에서 통합해서 지원할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활동가들에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과 헌신이 강요되는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인호 민변 대구지부장은 “지금까지 인권침해 사안에는 개별 변호사들이 노력해왔다. 인권센터 출범으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것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권센터를 통해서 가장 열악한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지역 소수자들이 돈과 권력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