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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12월09일 12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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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정보지를 손에 쥐고 로또가게에 들린다.
[기획연재] (13) 성서공단 거리에서 만난 늙은 노동자 이야기

박재환 newsmin@newsmin.co.kr

내가 48년생이니까 올해 우리 나이로 66살이다. 어릴 적 성주 대가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왼쪽 다리를 다쳐 졸업도 못했다. 부모님은 어린 나를 데리고 대구와 부산 등지를 다니며 치료를 하느라고 온갖 고생했는데, 형편이 괜찮았던 우리 집 살림도 이때부터 점점 어려워졌다.

중학교 진급도 못하고 병원 신세만 지다 20살이 넘어 동산병원 옆자리 정비공장에서 버스, 택시, 화물차 도색일을 시작했다.

기억에도 선명한데 29살 되던 해 77년 3월 8일 선을 봤다. 아홉수가 안 좋다고 해서 이듬해 결혼했다. 당시는 3공단에서 제작된 기계에 도색하는 일을 했다. 여기서 12년을 일하다 3공단, 신암동을 거쳐 논공 D강재에 일했다. 논공 회사에 다닐 때는 6시 반 서부정류장에서 차를 타고 가서 일하고 집에 오면 캄캄한데, 그야말로 겨울에는 별 보고 가서 별 보고 퇴근하니 가족 간 대화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집 가까이 성서공단으로 옮겨 미역건조기에 도색하는 I기계제작소에 다녔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청소하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상여금 450%에 공휴일 다 쉬는 괜찮은 회사였는데 이 회사에서 난생처음 표창장도 받았다. 4년을 넘게 다니다 IMF가 오자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다 잘렸다. 조금 불편한 다리지만 일할 때 “아저씨 일 참 잘한다”, “오래 하이소”라고 해놓고서는 참으로 냉정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고, 그 이후 나는 이렇게 길거리에 뒹구는 낙엽신세가 되었다.

IMF 이후 일자리를 찾아 고용센터에 가서 종일 일자리를 기다리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 대기표를 뽑아 기다리다 또, 표를 뽑아 기다리는 식의 일과가 매일 반복되었다. 늘 한 손에는 정보지가 떠나지 않은 채 저녁이 되어 빈털터리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아 나이가 드니 쓸모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야말로 하염없이 아래로 미끄러져 가고 있는 심정이다. 집에 들어서면 “그 정보지 인자 쫌 그만 가져 오이소. 쓰레기다, 쓰레기”라는 말을 들으면 말하는 사람이나 내나 속이 탄다.

그러다 집 가까이 다사읍사무소에 신청하여 아침 9시부터 4시까지 거리 청소, 풀 뽑는 공공근로도 해보고, 쓰레기 자원관리사업소에서 9개월 일도 했다. 물론 최저임금이지만 그 일이라도 계속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으나, 관리자는 퇴직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계속 일을 시킬 수 없다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올해 4월 15일에 입사했다. 두류역 고용센터에 가서 구한 일자리이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며, 하루 일당 3만 원으로 사회보험을 떼고 나면 86만 원을 손에 쥔다.

큰 빔에 실을 감는 섬유회사인데, 창문을 열면 실이 끊어지기 때문에 문도 못 연다. 실내 온도는 38도에서 45도를 유지해야 하니 얇은 티셔츠를 입고 일하는데 팥죽 같은 땀을 흘려 옷은 금방 다 젖는다. 땀이 얼마나 흐르는지 바지에 꼭 오줌 싼 것 같다.
 
나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1, 2층 화장실과 사무실 청소부터 한다. 이어서 빔에 실 남은 것 정리하고, 바닥 청소, 기계 속 먼지 청소 그리고 구루마 발통에 감긴 실을 토치로 불어 녹여낸다.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할 때는 사무실에 들러 젊은 사람들에게 꼭 인사하고 퇴근한다. “남은 시간도 좋은 시간 되세요”라고... 오랜 실업을 몸으로 겪은 내 생존법이지 싶다.

퇴근길에는 성서공단역 옆 로또가게에 들른다. 매일 로또를 사는데 한 달에 5만 원가량은 들지 싶은데 이때까지 6만 원짜리 한 번 되었다. 하루는 퇴근하는 부인이 로또가게 앞에서 나를 보고서는 “제발 거기에 돈 넣지 말고 먹고 싶은 것 사 먹지, 그만 하이소”라고 말한다. 그래도 이번 주 안 되면 다음 주에는 되겠지. 다음에 언젠가 나한테도 한 번은 안 오겠나 하는 심정으로 오늘도 로또가게에 들렀다 왔다. 손에는 정보지를 쥐고...

월급 80만 원 받아 집에 조금 넣고, 왔다 갔다 용돈 쓰면 쓰는 표도 안 난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좋은 세상도 못 보고 하는 생각이 들면 소주 1병 사 와서 먹어야 잠이 든다. 안 그러면 잡생각만 들기 때문이다.

▲ 성서공단에서 열리는 최저임금 행사에도 참여했다.
 

집에 가면 손 씻고 자고 아침에 회사 가고, 솔직히 낙이 없다. 월급을 조금 받으니 힘이 안 난다. 올봄에 성서공단역에서 하는 최저임금 행사에도 가봤다. 맞는 말인데 기대만큼 안 되니 그것도 답답하다.

사실 둘러보면 나이든 사람들은 많은데 회사는 45세 이하만 구한다. 경비일도 나이 많은 사람들 대신 젊은 사람들로 다 바뀌고, 이제 나이 든 사람들이 갈 데가 없다. 원래 머리카락이 적지 않았는데 신경을 쓰니 올 해 들어 부쩍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

부인은 왜관공단 공장식당에서 일하는데 110만 원을 받는다. 왜관에 아침 7시까지 출근하려면 새벽에 나가야 한다. 그런데도 생활이 너무 어렵다.
 
36살 된 아들이 있고, 결혼한 딸은 32살이다. 둘 키우고 대학 보내고 나니 남들 하는 저축도 못하고 빚만 남았다. 지금 사는 주공아파트 대출금 원금과 이자를 갚으니 돈이 모이지 않는다. 자식들이 대학을 나왔지만,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아닌가? 자기들도 살기 어려우니 내가 손 벌릴 수도 없다. 공부시킬 때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시켰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월 20만 원이라는 공약을 기대했는데, 지난 9월부터 96,000원 받으니 실망감이 크다. 돈 나올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은행가서 이 돈을 찾을 때 ‘내 나이가 벌써 이만큼 되었구나, 많이 흘렀다. 내 인생이 허무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안 풀리겠나 하고 살았는데, 어느덧 이 나이가 되었다. 용돈이나 노후대책 고민도 못하고 이렇게 지나왔다.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오늘날까지 고생만 해왔는데, 좋은 소식 좀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뉴스를 봐도 좋은 소식은 전혀 없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내 하나 인생 버릴까?’ 하다가도 가는 사람보다 남은 가족을 생각해야지 하면서 아픈 마음을 참는다. 그래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있으니, 참고 참고 살아야지 한다. 그러나 아무리 참아도 좋은 소식은 없으니...

그래도 바람은 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했으면 좋겠다. 시급도 올랐으면 좋겠는데 전국에서 같이 움직여야 안 되겠나. 벌어놓은 것도 없는데 아프면 안 되지 그래서 건강하면 좋겠고, 로또도 한번 되었으면 좋겠다.
 

박재환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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