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가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이라는 취지로 이달부터 도입한 '청소구역 실명제'가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부재한 가운데 감시를 통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 청소노동자 개인정보를 시가지에 노출시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산시청에 간접 고용된 청소노동자 이운태(54)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청이 자신의 동의 없이 쓰레기 운반차량에 사진과 이름,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담은 스티커를 부착한 것.
이 씨는 11월 말경 차고지 회사 게시판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공지를 확인했다. 명확한 사유는 없었다. 공지 시간은 오전 8시 30분, 회사에 다시 도착하니 곧이어 사진전문업체에서 청소차량 운전자들의 사진을 찍어갔다.
“명확한 설명도 없었어요. 시에서 시행하는 거라며 사진을 찍으라는데, 그 자리에서 초상권 침해라며 따졌어요. 알고 보니 청소차량에 운전자 사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10년을 일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다른 사람들도 전화번호가 기재되는 것에 동의 못 한다고 항의했어요”(이운태 씨)
이 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의 항의에도 차량 운전자의 사진,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쓰레기 운반차량에 게시됐다. 또한, 경산시가 직고용한 가로청소담당 97명의 환경미화원 개인정보도 버스승차장 등 거리 곳곳에 부착됐다.
이는 경산시가 이번 달 1일부터 ‘청소구역 실명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경산시는 “‘클린 경산 만들기’는 청소차량 운전자와 가로청소 환경미화원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신속히 처리 하여 청소행정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시책”이라 밝혔다.
현태용 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장은 “쓰레기 분리배출만 제대로 돼도 거리가 깨끗해진다. 업무량 때문에 분리수거가 안 된 쓰레기를 우리가 일일이 할 수도 없고, 계약상 할 의무도 없다”며 “경산시의 행정력의 문제로 분리 배출토록 하지 못하는 것을 노동자나 용역업체 압박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 꼬집었다.
쓰레기 분리수거 미비에 대한 단속 부족과 함께, 분리 품목에 대한 경산시의 교육이나 지침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라도 음식물 쓰레기가 묻어있을 경우, 이를 어떻게 분류하느냐는 것.
현 지회장은 “세부 분류사항에 대한 교육이나 지침이 없어, 재활용 품목이 아닌 것을 회수하는 경우도, 또다시 분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사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경산시가 지저분한 거리의 원인도 파악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기재해서 오로지 환경미화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 지적했다.
한편 김성현 경산시 자원순환과장은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대행업체와 간담회 자리에서 개인정보 게시에 관해 시청 직원과 읍면 담당 직원들의 의견은 수렴했다. 청소하는 당사자는 싫어하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책임감이 고취될 것”이며 “자세한 사항은 용역업체에서 이야기했을 것”이라 반박했다.
김 과장은 “길이 지저분한 것은 당연히 모두 대행업체의 책임이다. 전국 어디에도 시민들이 분리수거 100% 다 하지 않는다”며 “대행업체에 민주노총이 있다. 자기들이 일 안 하려고 제기하는 것이다. 분리수거 안 돼 있으면 자기들이 분리수거 하면 된다. 일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