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들을 때 필요한 미덕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미덕은 무엇인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느낄 수 있는 감수성? 무엇이든 한 번 궁금한 게 생기면 절대로 참을 수 없어 이치를 깨우치고야 마는 호기심? 만물의 이치를 쉬이 깨닫고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명석함? 물론 이런 이유로 인해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즐기게 되는 경우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나온 클래식 FM방송에서 우연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선율에 깊이 매료되어 클래식을 듣게 된 경우도 있었고, 베토벤이라는 인물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으로 시작해 베토벤의 음악을 듣게 되면서 클래식음악에 깊숙하게 중독된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론 물리학자 알베르토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박사는 개인적으로도 바이올린 연주를 즐기는 편이었으며,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클라라 하스킬(Clara Haskil, 1895-1960,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며 서로 존경하는 사이였을 정도로 클래식 골수팬이었다는 사실 또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화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클래식음악을 들을 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미덕은 바로 인내심이 아닐까 한다. 인내심, 쉽게 말하자면 얼마나 참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왜 이게 제일 중요할까?
비슷한 시간대의 가요와 아리아, 그러나 듣는 방식은 달라
음악의 길이는 시대가 지날수록 짧아져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의 가요라고 불리는 음악들은 3 ~ 5분 남짓의 짤막한 노래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노래방에서 듣는 사람 지겹지 않게 한 곡 부를 수 있는 그런 길이라고나 할까(하지만 그것조차도 길어서 점수를 생략하고, 간주를 점프하며, 심지어는 1절만 부르고 넘어가거나 하이라이트만 부르고 취소를 누르기도 한다).
오페라의 유명한 아리아(Aria)도 길면 10분을 넘어가는 것도 있지만 짧으면 우리의 가요 정도의 길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의 주인공인 칼라프가 부르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의 경우 3분 정도의 연주 시간을 가지고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현대의 가요는 가수의 앨범에서 한 곡을 골라서 들으면 되지만, 오페라는 작품 전체를 다 봐야 하고 그 사이에 듣고 싶은 아리아가 나온다는 차이점이 있겠다. 물론 요즘은 음반을 사서 그 부분만 골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배우의 연기를 전부 감상하면서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가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아리아를 듣게 될 때, 그 감동의 깊이는 음반에서 달랑 아리아 한 곡만 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클래식에는 긴 시간을 들어야 할 곡이 많다.
오페라 아리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기본적으로 악장 단위로 이루어져 있고, 한 악장이 짧아야 10분 남짓, 길면 30분이 넘어갈 정도로 덩치가 커진다. 모차르트와 같은 고전파 시대의 음악에서 교향곡 2악장, 3악장은 5 ~ 6분 내외의 짧은 곡들이 존재했지만, 베토벤 이후부터 낭만으로 갈수록 작곡가는 듣는 이에게 많은 걸 들려주고 싶어 했고, 결과적으로 한 악장에 30분에 이르는 시간(말러 교향곡 3번 1악장은 약 30분 정도의 연주 시간을 가지고, 전체 6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1시간 30분에 이르는 연주 시간이 필요하다)이 소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물론 이런 예들이 나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듣는 사람들에게 있어 더욱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경우가 대다수다(말러의 짧은 교향곡이라,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러나 처음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에게 있어 연주시간이라는 건 어찌 보면 가장 큰 장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벽의 크기와 너비는 더욱 커져만 간다.
오히려 클래식 듣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클래식 애호가들이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사람들이라고 편협한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듯해 걱정이다. 어찌 보면 참 웃기는 일이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악기와 음악들의 기원은 클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것을 부정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다니. 스스로를 욕하는 바와 다를 게 없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클래식의 장벽을 이지 리스닝으로 넘어서자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도 상통하는 격언이 아닐까. 클래식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친해지기 위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서 그 시간이 순식간인 경우가 있고, 영겁의 시간을 넘어 끝이 보이지 않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것을 굳이 들으려 애를 쓰다가 증오하게 되는 잘못을 범하지 말고, 앞으로 필자가 소개하는 듣기 쉬운 음악들부터 우선적으로 들어보고 판단하도록 하자.
누구나 즐겨 들을 수 있을 만한 편한 음악들을 기분 좋게 듣는 이지 리스닝(Easy – Listening)을 하면서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시도해보자. 다음 시간부터는 이런 이지 리스닝을 위한 곡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