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반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등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노동계는 이전보다 더 거센 탄압을 받고 있다. 불법하도급 업자 퇴출을 요구하며 건설노동자 3명이 50m 크레인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고,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구속됐다. 칠곡경북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는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상신브레이크 해고자들의 투쟁도 벌써 만 3년이 지났다.
그런 가운데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이 8기 임원 선거에 본부장으로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임성열(본부장, 금속노조) 7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8기 임원 선거에 이재식(수석부본부장, 철도노조)-박희은(사무처장, 성서공단노조)과 함께 단독 입후보했다.
당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7기 본부장에 당선된 임성열 본부장은 “민주노총이 정당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됐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투쟁방침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대중투쟁을 강조했다. 그도 진보신당(현 노동당) 당원이었지만, 민주노총 활동은 정당과 거리두기를 했다.
또, 임성열 본부장은 임기 동안 “본부장 재선은 하지 않겠다. 현장에 돌아가서 꾸준히 투쟁에 함께하는 전 본부장의 모습으로 살겠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8기 임원 선거 출마를 앞두고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와 만나 지난 7기 민주노총 대구본부에 대한 평가와 2014년을 앞둔 고민을 들어봤다.
2011년 7기 대구본부장 당선될 당시 어떤 생각을 했나.
민주노총다운 민주노총이라는 슬로건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정당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됐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투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민주노총이 되고자 했다. 정치방침은 투쟁방침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정치 일정이 있었다. 민주노총 중앙의 정치방침도 있었고, 선거를 앞두고 여러 논쟁이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움 부분이 있었다. 총선 앞두고 총연맹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배타적 지지가 결정됐는데, 지역본부는 사실상 거부한 모양새가 됐다. 몇몇 산별노조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어떤 노조는 자신들이 알아서 여러 후보하고 정책 협약을 맺는 과정도 있었다. 한편으로 민주노총이 단위 노조를 모아서 중심을 잡고 끌고 가야 했는가 하는 생각과 지역본부 지도력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고민도 있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돌아봤을 때 결과적으로 잘못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7기 지역본부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
한동안 지역본부가 지역 운동의 구심으로서 역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지역 투쟁에서 대구본부가 노력을 기울였으나 부족한 점도 있었다. 지역본부가 깊이 개입했던 부분이 있고. 청도 삼평리의 송전탑 반대 싸움에도 대구본부 운영위가 함께 결의해서 문화제도 진행했던 게 뿌듯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힘 있게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민주노총이 다양한 민중 의제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운영위원이나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고민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노총이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측면도 큰 성과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확산과 더불어 투쟁도 일어났다. 공공부문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투쟁하고 교섭을 벌인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칠곡경북대병원 해고자 투쟁, 일반노조가 해왔던 지자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있었다. 그러한 요구를 모아서 대구시와 교섭을 뚫어내려고 했던 측면은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대구본부가 기획하고 교섭을 요구했는데, 투쟁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대구시에 문제제기하는 정도로 그쳤다. 면담 한 번 하고, 요구안에 대해서 불성실한 답변 한 번 받은 데 그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은 당사자를 조직해내야 한다. 당사자 투쟁이 가능할 때 대구시와 노정교섭도 열린다고 생각한다. 관련한 단위노조, 산별과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공공부문 투쟁은 정부지침에 묶이다 보니 이를 뛰어넘는 투쟁을 결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국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건설노조가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건설노조 내부로 봤을 때 2~3개월 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안도 기획적인 탄압을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이 든다. 건설노조는 그동안 침체했었던 민주노총 조직 분위기에 활기를 넣었다. 지난 2~3년 동안 건설노조는 조합원의 요구를 누구나 공감하도록 만들었고, 현장에서 승인을 받고, 누구나 동참하는 파업을 만들었다. 투쟁 속에서 합의한 단체협약을 전 조합원이 적용받도록 이후에도 투쟁을 지속한 것이 조직확대의 힘이었다. 조합원이 이러한 투쟁을 겪으며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노동조건, 유보임금, 안정된 임금체계 확보 등이 민주노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건설노조의 기풍을 대구본부가 지켜나가는 데 일조를 해야 하지 않겠나.
박근혜 정부가 노조에 극도로 혐오감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공무원노조가 뒤통수 맞는 걸 보면서 전교조에 대해서도 저렇게 하지 않겠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전교조를 겨냥한 것만 아니라 민주노조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현대차비정규직, 쌍용차 등 투쟁사업장을 박근혜 정부는 동일한 눈으로 보고 있다. 공통분모를 이끌어 내 박근혜 정부와 전선을 치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고 본다. 밀양 송전탑, 용산참사 주범인 김석기 문제도. 민중의 삶에 전반적인 퇴행을 가지고 오는 데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통합진보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용서치 않겠다는 걸 분명히 했다. 여기에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도 포함됐다. 전체 민중의 투쟁으로 확산해야 한다.
본부장을 하면서 노동자, 노동운동 활동가로서 느낀점은 무엇인가.
피상적으로 알던 걸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이전에는 구호로만 알고 있던 일을 당사자와 만나면서 접촉면이 넓어졌다. 기아차 노조에서 활동할 때는 기아차 안에서만 바라봤다. 절박한 싸움을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 것 같다. 한편으로 민주노총 조직이 많이 굳어있다는 점도 느꼈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제대로 현장을 조직하고 투쟁하려고 한 부분들이 약했기 때문에 현장이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현장을 폭발시켜내기에는 한계가 있구나’라는 측면을 봤다. 가슴 아프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문제점을 극복하려 노력한 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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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지노인병원 투쟁 등으로 구속 수감되기도 했던 임성열 본부장.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 | |
임기 2년을 마치고는 더 안 하겠다고 했었는데.
기본적으로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제가 맡은 역할은 2년 동안 대구본부를 대표하는 거였다. 대구본부의 고민을 외부에 전달하고, 민주노총 이름으로 연대를 강화하는 매개 역할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씩 기술적인 측면이 늘어가는 것 같다. 멋 모를 때는 정말 열정과 몸으로 부딪히며 했었는데.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노총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열정과 밀고 나가는 자세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2년 열심히 하고, 전 본부장으로서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범적 전형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8기 본부장에 출마했다.
고민이 많았다. 후보 구성이 만만치 않았다. 2014년 8기가 박근혜와 전선을 치고 싸움을 해야 하는데, 선거가 진행되지 못하면 투쟁의 구심이 흐트러지겠다는 고민이 들었다. 후보가 안 나오는 마당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복잡했다. 스스로 도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 동지들이 계속 권유를 하는데, 무조건 고집만 세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8기 본부장 후보로 마음을 굳히면서 주어진 상황을 피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민주노총을 겨냥한 탄압이 예상되는데, 희생이 필요하면 그것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7기 임기 중에도 선거가 2번 있었지만, 2014년에도 지방선거가 있다. 또, 민주노총 내에서도 최근 정치세력화와 관련한 여러 움직임이 있다. 노동정치연대, 변혁적 노동계급 정당 추진위 등의 흐름이 있다. 노동정치와 관련한 생각은 어떤가.
7기 때 제 생각을 확고하게 보여줬다. 새누리당과 같은 반노동자 정당이 아니라면 조합원이 자신의 정치적 결정이나 결사를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배타적 지지를 유지한 것이 오히려 현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민주노총의 정치적 위상도 훼손됐다. 그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선거에 대응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라보면 될 것 같다. 선거 시기라고 해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는 것도 아니므로,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럴 때 진보정당의 정치적 위상도 높아질 거다. 8기 본부장에 당선돼도 ‘투쟁방침이 곧 정치방침’이라는 기조는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