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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11월09일 08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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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김종노의 발칙한 클래식 (2)
후크송의 지겨움, 그리고 버스커버스커와 오보에

김종노 kjn0809@hanmail.net

지겨운 후크송, 클래식에도?

최근 버스커버스커 2집이 음반차트를 휩쓸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귀를 어지럽히는 무분별한 후크송(Hook Song)의 홍수 속에서 버스커버스커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있어 중독성이란, 멜로디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 좋은 노래는 언제 어디서나 몇 번을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멜로디를 지닌 음악이 아닐까.

물론 클래식에도 후크송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존재한다. 바로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볼레로(Boléro)라는 작품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리듬의 멜로디가 169회나 반복되는 곡이다. 세계에서 가장 지루한 클래식 음악 순위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는(물론 개인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순위지만), 어떻게 보면 지독한 음악이다. 하지만 이 곡은 기존의 후크송과 질적으로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

라벨은 이 곡에서 단순한 음악의 반복이 아니라 일정한 리듬 안에서 공존하는 변화와 반복, 그리고 확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했다. 똑같은 멜로디의 음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고, 악기 하나하나로 이어지던 하나의 멜로디를 이윽고 두 개, 세 개의 악기가 조화롭게 연주하며 마지막엔 연주장 천장을 날려버릴 위세로 거대하게 피날레를 장식하고 만다. 다양한 악기들이 그들만의 음색으로 연주되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관현악의 대가 라벨이 얼마나 균형감 있고 치밀하게 곡을 썼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걸작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는 <볼레로>가 성공한 후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스스로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단 하나의 걸작만을 썼다. 그것이 《볼레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곡에는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이 곡이 음악으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기보다는 스스로 능력에 대한 확인, 즉 관현악적 구성에 대한 실험으로서 이 곡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현대에 들어서 그의 굉장한 실험은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 대부분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밸런스 조절이 어려우며 솔로 파트가 많은 까다로운 곡으로서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뽑을 때 오디션 곡으로서 많이 쓰여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는 음악인들을 약 올리는 곡이기도 하다.


라벨 - 볼레로 -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2012년 교향악축제 실황)

오보에의 치명적인 매력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샜는데, 아무튼 이번 버스커버스커 앨범을 필자 또한 기다렸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해도, 버스커버스커 특유의 어쿠스틱하면서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과 보컬 장범준의 매력적인 음색을 싫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앨범에서 필자가 꽂힌 곡은 기존의 예상과 전혀 다른 곡이었다.


버스커 버스커 (Busker Busker) 2집 - 가을밤 (Autumn Night).

앨범을 처음 틀었을 때 귀를 사로잡은 선율이 있었다. 무반주 상태에서 오보에의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필자 가슴 속의 깊은 무언가를 어루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곡 제목 또한 인상 깊었다. 언덕이 있는 자그마한 공원에서 이파리가 한장 한장 떨어지는 나무 아래 자리해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푸른 하늘을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는 이내 예전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는 것 같은 기분이 이 곡 속에 들어 있다. 기존의 버스커버스커 음악과는 다른 느낌이 이 곡 속에 존재하는데, 이는 오보에 솔로와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함께 하므로 가능한 것이었다.

오보에 솔로의 음색을 처음 딱 듣고 생각했던 게 무엇이었느냐면, 정말 잘하는 사람을 섭외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같은 악기를 하더라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편차가 무척이나 심한 악기 중 하나가 바로 오보에이다. 오보에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가장 좋아하는 오보에 주자를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곡마다 어울리는 음색과 연주법이 있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흐의 오보에 작품 연주는 알브레히트 마이어(Albrecht Mayer,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가 듣기 좋고, 알비노니와 텔레만의 협주곡은 하인츠 홀리거(Heinz Holliger, 오보에의 신이라고 불리는 스위스 출신의 오보에 주자)가 최고이며, 모차르트 협주곡과 같이 모든 면에서 출중해야 하는 곡은 프랑수아 를뢰(Francois Leleux, 현역 최고의 오보에 주자로 꼽히는 사람)가 좋더라 하는 식으로 나뉘는 것이다.


바흐 - 이탈리안 콘체르토 -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그렇다면 이번 버스커버스커의 곡에서 오보에를 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과한 비브라토 없이도 우아하고 멋진 연주로 귀를 사로잡았던 그 오보에 주자.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찾아봤더니 예상했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보에 주자: 이미성

과연! 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오보이스트 이미성 씨는 지금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오보에 수석주자를 맡은 최고의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수석이 된 이후 지금까지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두터운 신임 아래에서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좋은 연주자이다. 서울시향 연주를 직접 볼 때마다 들었던 오보에 소리를 버스커버스커 음반에서 들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영화 <하녀>에서 바이올린 음색이 심상치 않길래 알아보니 서울시향 바이올린 수석인 임가진 선생님인 경우도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좋은 음악, 또는 연주를 듣고 난 후, 연주자가 내가 아는 사람일 때의 기분과 희열은 필자에게 있어 클래식 음악과 연주자에 대한 더욱 열광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 

김종노 kjn08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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