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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11월08일 23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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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이 반복되면 예술가 스스로 자기검열에 길든다”
[인터뷰] 컬러풀축제 검열당한 송전탑팀 연출자 신동재 씨

박중엽 기자 newsmin@newsmin.co.kr

최근 대구에서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대구시가 주최한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퍼레이드가 검열로 중단된 것과 대구 엑스코에서 한 마임이스트가 공연이 경호원들에 집요하게 방해받은 것. 시민의 권리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구시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우연히 만난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는 이 사건의 심각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유의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정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통합진보당에는 ‘정당 아님’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대구에서 일어난 두 사건도 공권력에 의한 시민 자유의 심각한 훼손이라는 의미를 교집합으로 갖고 있다.

2013컬러풀퍼레이드를 준비하고 본선 당일 저지당했던 당사자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되짚어 봤다.

관청행사 때문에 표현 금지? 고도화된 파쇼사회에서도 있을 수 없는 것
반성하지 않고 뒤로 합의하려고만 하는 대구시, 끝장 볼 것

소개 먼저 해 달라.
한국민족극운동협회에서 일한다. 대구에서는 민예총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구체적 성과로 나타난 적은 잘 없어도 혼자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예술가라고 많이 오해하는데,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예술가 코스프레를 할 때가 있지만,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예술가는 계속해서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문제든, 자신의 관심사든, 예술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림을 그리지도 않고 글을 쓰지도 않고. 연극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도 아니니까. 요즘 많이 하는 말로 문화기획자라고 할 수 있다. 문화기획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아니다. 벌기 싫은 건 아닌데, 안 벌어지더라. 어쨌든, 할 수 있는 것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회에 어떤 여러 가지 방식으로 풀어놓는 것이 주업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대구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하던 중 몇몇 단어가 검열되는 사건을 겪었다. 그 사건 당사자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라 여기는가.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슬프다. 결국, 대구시가 예술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거다. 하라는 것만 하라는 얘기인 거니까. 우리 퍼레이드를 두고 정치적이냐, 반사회적이냐, 비윤리적이냐는 개인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지점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정도의 퍼레이드마저 통용되지 못하는 사회라면 서글프다. 대구에서 진행한 세계에너지총회 때문에 우리 퍼레이드가 저지당한 것이라면, 대구시민 250만 명이 모두 대구시의 행정에 동의해야 한다는 거다. 아주 고도화된 파쇼사회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회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자유롭게 표현되고 표출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다.

여담인데, 위 사건을 SNS로 알리니까 전국에 있는 친구들 반응 중 일부는 ‘역시 대구다. 대구 왜 그러느냐’고 한다. 대구시청이 잘못한 건 맞지만, 대구만의 문제는 아닌데 그런 식으로 인식한다.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이 도시는, 또 이 나라는 그만큼의 표현자유가 없는 나라란 얘기다. 안타까운 일이다.

퍼레이드를 준비하며 든 고민과 이후 계획은 뭔가?
퍼레이드에서 연출 역할을 맡았다. 퍼레이드 당시 청도와 밀양에서 농성장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하겠다는 계고장을 보냈었다. 우리가 퍼레이드에서 쓴 만장은 ‘핵 싫어 해 조아, 밀양은 평화를 일궈온 이들의 행복’이라는 굉장히 유화된 표현을 담았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예술가가 과연 대구시 축제에서 이렇게 순화한 표현으로 청도와 밀양, 죽음을 이야기하는 게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맞는지 고민했었다.

추상적이기도 했다. (축제에 사용했던) 마고할미나 평화를 상징하는 캐릭터, 멸종위기 동물로 분장했다. 밀양이나 청도는 첨예한 문제로 싸우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일정 부분 도의적 책임을 가진 예술가들이 너무 완곡하게 표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대구에서 축제에 참가하며 청도에 싸우러가자, 밀양에 싸우러가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예술적 표현을 고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실수나 후회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준비한 퍼레이드가, 누군가 정당하지 않은 절차와 명분으로 저지당했다. 개인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 퍼레이드가 반사회적이냐, 비윤리적이냐를 따지는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 사태를 두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도 없다. 길게 가져갈 거다. 좋게좋게 넘어갈 생각은 없다. 대구시가 사과는커녕 참가한 아이들에게 문화관람회 참여 우선기회를 준다든지, 대구민예총에 사회단체 보조금을 증액해준다며 합의를 보려고 했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는 비겁한 처사다.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끈질기게 할 것이다.

검열의 가장 큰 문제는 예술가 스스로 자기검열 하게 되는 것
민주주의란 누구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


대구시는 오히려 축제가 다양한 연령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곳이니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더라. 이해 자체가 다르니 공염불하는 느낌도 든다.
동의한다. 축제는 기본적으로, 일탈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축제는 사람들이 노동의 수고나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는 자리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축제가 주로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주민들이 의견을 표현하고 말할 수 없게 됐다. 그냥 쇼로 변했다. 권력자들이 베푸는 축제가 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벌어진 것이다.

시민의 축제라면, 시민이 원하는 축제가 어떤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 컬러풀 퍼레이드 자체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대도 했다. 경연대회 형식도 탐탁지 않았지만, 걸그룹 불러와서 돈 몇천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퍼레이드 형식이었으니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검열이 생겼다.

검열이 반복되면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사상을 검열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다. 자유롭게 의사표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이런 얘기 하면 못하게 하겠구나’하는 경험이 축적되면 예술가는 자신을 스스로 멈춘다. 공무원이 자유를 통제하려는 것보다 예술가가 거기에 길든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가가 나서서 특정 정당이나 노동조합을 해산하려 하는 요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길드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자본주의의 핵심은 형식적 자유가 아닌가. 그마저도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 같다.
그렇다. 지금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선거란 절차적 민주주의의 아주 일부 요소만 있을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민주주의는 없어진다. 선거에서 이긴 권력집단에 따르지 않으면 검열되거나, 억압받거나. 당연하게 인식되는 것이 큰 문제다. 박근혜가 51%의 지지를 받았다면, 투표한 사람 가운데 49%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는 순간 100%가 박근혜를 지지하고 모든 결정에 동의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으면 낙인찍힌다. 상식적인 의사표현이 억압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로 가는 것이다. 슬프지만 우리나라와 대구의 현실이다.

한편 예술가의 자유란 조금 다른 의미일 수 있지 않나? 예술행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사상을 이야기하고 타인에게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예술가의 자유라고 해서 특별히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의사표현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혹자는 시인이 시를 쓴 것이 문제가 돼서 잡혀가는 걸 보고 시인을 감금하는 사회라 얘기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슬픈 일이긴 하지만 ‘시인’을 더 주목할 이유는 없다. 시인은 잡혀가면 안 되고 노동자는 잡혀가도 되나? 그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로울 권리가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받지 말아야 한다. 그게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다. 우리가 구현해야 할 세상이다. 박근혜의 권리도 침해받으면 안 되고 대구시 공무원의 권리도 침해받으면 안 된다.

박중엽 기자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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