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의 복지수급자 실태 조사로 가구 다수에서 수급 자격이 정지될 예정이다.
경산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8대 복지수급자(기초노령·장애인연금·한 부모 가정 등) 상반기 확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확인조사 대상 2,892가구 중 자격이 중지되는 가구만 616가구다. 급여 감소 가구는 669가구로 집계돼, 경산시의 복지 수급자의 절반가량이 급여 감소와 수급 자격 정지를 앞둔 상황.
이번 조사로 수급 자격이 정지될 경산시 A 읍의 독거노인 박 모씨(65)는 기초노령연금을 받아 왔다. 조사에는 기초노령연금 역시 소득으로 추산돼, 박 씨는 기초노령연금을 포기해야 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같은 읍 우 모씨(67)는 자녀의 취업으로 상시소득이 확인돼 부양비 지급능력 발생했다며 수급 자격이 중지될 예정이다. 또 최 모씨(78)는 자녀의 금융재산이 2억 원이 넘는다며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받기도 했다.
확인조사는 조사대상 가구 명단을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달받아 올해 6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시청이 시행했다. 보건복지부는 수급자의 재산 변동 사항을 조회해, 생활 여건에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가구를 발췌해 시청에 전달한다. 시청은 이를 바탕으로 세부내용을 조사하고, 자격 변동 시 이를 해당 가구에 공문을 통해 통보한다.
수급자가 수급자격을 잃는 경우는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수급자 본인의 재산이나 소득이 기준 이상을 넘는 경우나, 부양의무자의 재산이나 소득이 기준 이상을 넘는 경우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변동으로 수급 자격이 정지하는 경우, 실제로 수급자가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지급 받는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부양의무자의 재산이나 소득이 기준 이상으로 조사되면 시청은 수급자에게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통보한다. 단, 실제로 부양의무자가 부양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의 소명을 통해 이를 입증하면 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정원엽 경산시청 주민생활지원과 통합조사담당은 “당사자가 소득이 전혀 없더라도 부양의무자의 일정한 소득이나 재산이 확인되면 소득으로 잡혀 부양비 지급 안 된다. 자녀의 소득에서 부모의 부양비가 산출되기 때문에 법에서는 부모에게 부양비를 준다고 전제한다”며“다만 부양비를 받지 않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자녀에 부양비를 강제로 부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 통합조사담당은 “또 예외적으로 가족관계가 단절된 사실이 당사자의 소명을 통해 입증된다면 자격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규수급자는 수급 자격이 정지되는 인원에 비해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 통합조사담당은 “월평균 75명이 신규로 등록된다. 4개월간 300여 명이 신규로 등록돼 자격 정지 대상자보다 비교적 적지만, 수급 대상인원이 매년 줄어든다는 점과 사망·전출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수급자의 자연감소를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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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원하는 이가 상담을 하고 있다. [출처=뉴스민 자료사진] | | |
소명 절차와 방법 일관성 없어, 담당 공무원 재량에 좌우
담당 사회복지 공무원도 인력 부족·업무 과중
제도적 허점에 담당 공무원도 수급자도 울상
당사자가 수급자 탈락을 피하려고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요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당사자가 소명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불확실하다. 진술서를 쓰면 되는 건지, 통장 거래내용을 가져가야 하는지, 급여 고용확인서를 가져가야 하는지 모른다”며 “탈락 사유도 자기 재산이 증가 때문인지, 소득이 증가했는지, 부양의무자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아요 활동가는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상 과정도 굉장히 불친절한 방식이다. 마치 탈락시키기 위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산지역에서 절반 가까이 수급비 삭감이나 수급자 탈락이 될 정도라면 상식적으로 제도가 잘못된 거다”며 “공무원들이 숫자도 적고, 일일이 확인하거나 상황에 대해서 맞게 설명해주거나 알아봐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수급자들은 공문으로 통보받아 우왕좌왕하다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정원엽 주민생활지원과 통합조사담당도 “현행 제도도, 또 내년도 개정될 개정안도 너무 복잡해서 노인분들이 이해할 수가 없다. 나도 20년을 근무했는데 설명을 하기 어렵다. 이해하게끔 제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과학적이다, 정확하게 한다는 이유로 개정된다는데 경계선이라는 것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더 복잡해지고 기준도 여러 개로 바뀌는데, 실무자들은 어떻게 수급자들이 제도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 정 통합조사담당은 “이번 7월부터 10월까지 4달 동안 해당 부서 직원들은 평균 12시간씩 일했다. 여름 휴가기간에도 제대로 못 쉬었다. 새벽에 퇴근할 때도 있었다”며 “이런 사이클이 반복된다. 공무원이라고 칼퇴근한다고 생각하지만, 복지 쪽 공무원들은 과로사로 사망도 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맹점으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수급자도 울상을 짓고 있다. 또, 내년 10월 적용될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현장 공무원으로부터 그 실효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