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비를 받으며 쪽방에서 나와, 임대주택에 살며 수급비로 쪼개 살았어요. 술도 못 마시게 되고, 친한 친구들 외에 다른 사람들한테는 (수급비 관련한) 이야기를 안 하니 또 그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되고···대인관계가 원활하지 않았어요. 병이 병을 낳고 생활이 생활을 낳았어요. 없는 살림에 생계비에서 쪼개 알뜰하게 쓴다고 써도 벗어날 수가 없죠” (박신주 씨)
현대 사회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과거 ‘생활보호대상자’라고 불리던 이들은 이제 수급 받을 적극적 ‘권리’를 강조하는 ‘수급권자’로 불린다. 그럼에도 수급자들이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전히 수급권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부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는 17일은 UN이 정한 빈곤퇴치의 날이다. 반빈곤네트워크는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반빈곤주간’을 선포하고 빈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11일 금요일 대구시 중구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삶을 통한 빈곤과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한 ‘반빈곤 하루 학교’와 ‘반빈곤 이어 말하기’를 열었다.
류머티즘으로 6개월간 거동을 못했다
수급 신청하러 간 주민센터에선 “젊은 사람이···”라며 혀를 찼다
박신주(44) 씨는 5년 전 6개월 동안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거동하지 못 했다. 병원에서 류머티즘이라 확진 받은 후 수급을 신청하러 방문했던 주민센터에서는 불편한 시선과 말들이 쏟아졌다. 박 씨는 “사회복지사가 젊은 사람이 수급 신청하느냐고 묻는데, 듣기가 힘들더라. 움츠러들고. 다행히 수급자가 돼 생계비 받았으나 대인관계는 악화됐다”며 “병이 병을 낳고 생활이 생활을 낳더라. 몸이 아프지 않으면 마음 편하게 일하지 누가 수급을 받겠나?”라고 말했다.
“수급비가 나오는 날 집세와 세금, 전화요금을 다 내면 얼마 안 남습니다. 가끔 맛있는 걸 먹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이정도인데 만약 수급자가 탈락이 된다면? 글쎄요, 몸은 아프니 일은 못 할 것 같고 살기 힘들겠죠. 아마 그 정도면 아주 안 좋은 생각부터 할 것 같습니다”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는지 그걸로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아요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수급 신청하러 처음 관청에 갔을 때 사람들이 불쾌하다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내가 뭘 잘못해서 온 것처럼 모욕감 느낀다”며 “처음 보는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자신의 구구절절한 모든 개인의 사연들을 밝히고 싶지 않아도 이야기하도록 강요된다. 그건 권리가 아니다. 차라리 안 받고 말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 할 권리도 없는 장애인, 활동보조도 돈 내라?
활동보조 받기 위해 어머니가 준 금 십자가도 팔아
김정희 씨는 중증장애인이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김 씨는 수급을 신청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친언니에게 동생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오라 했다고 한다. 김 씨는 “돈을 줄 테니 가족과 등을 돌리라는 말 같았다”며 “가족에게만 우리(장애인)의 삶을 책임지라고 이야기하는 나라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한, 김 씨는 중증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 위해 김 씨의 어머니가 김 씨에게 준 금 십자가까지도 팔아야 했다. 김 씨는 “초기에 지인이 자부담을 한 달 내 줬지만, 지인의 형편도 어려웠고 돈을 낼 날이 다가왔다”며 “그때 엄마가 해 준 금 십자가를 파니 딱 활동보조 자부담만큼이 나오더라. 비참하고 마음이 복잡했다”고 전했다.
김 씨가 적은 문장을 대신 읽은 김선득 사람장애인자립센터 활동가는 “장애인 근본적으로 노동이 안 된다. 일본에는 백수 연대라는 것도 있다. 이런 걸 보며, 일을 안 할 권리.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권리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받은 차별의 시선, 그리고 대물림되는 가난
이선미(가명) 씨는 8년 전 이 씨의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며 생계가 어려워져 수급자가 됐다. 12년도까지 일을 하다 실직한 이 씨는 지금 수급비로 본인과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지역 아동센터에 다니고 있어요. 한번은 아동센터에서 후원금이 들어와 수급자 아이들만 자전거를 사준댔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공짜로 받으면 ‘거지’라고 놀림 받는다더라고요. 수급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나름대로 공부도 가르쳐줄 상황이 되는데 우리는 기초학습을 받아야 해요. 그것도 받으면 다른 아이들이 거지라고 그런다면서··· 그 이야기 듣고, 나는 부모라서 떨친다지만, 나의 가난이 자식에게도 가고 있다는 생각, 가슴으로 두려워하는 게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씨는 담담히 말을 시작했으나 아이들의 심정을 말하는 순간에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이 씨의 말에 최병우 주거권실현대구연합 사무국장은 “수급비가 필요해서 신청 한 사람들이 잘 받을 수 있게 되고, 또 그들을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 조건을 만드는 것도 과제인 것 같다. 친절한 상담도 중요하고, 동사무소나 구청 등 지자체가 당사자에 친절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20여 명의 참가자는 서로의 경험과 격려를 주고받았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보편적으로 수급을 받을 수 있으면 창피한 일이 아닐 것이다. 누가 주는 것 마냥, 특정한 사람들만 받는 것 마냥 여겨져서 문제다. 복지라는 것은 가장 기본이자, 보편적으로 누구나 받고 누를 수 있는 권리가 돼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반빈곤네트워크는 10월 17일 목요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2·28 공원 안에서 빈곤철폐의 날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