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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부근 매점에서 부터 천천히 산길을 오른다.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이다. 매점에서 목을 길게 내민 난로의 연통을 보고 있으니, 초등학교 시절 추운겨울 교실을 지키던 난로와 연통 생각이 나서 시선이 멈춘다. 요즘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지 싶은데, 매점의 바깥벽에 걸린 후지필름 간판이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킨다. 찾지 않는 것들에 대한 소외감이 난로의 온기로 달래질까? 연기를 품어 올리는 연통을 지나간다.
자주 오는 곳이지만 계절마다 올때마다 느낌이 좋다. 사찰주차장에서 사찰까지 올라오던 길의 맑은 공기와 푸른 신록들의 신선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길이 되었다. 이 나라의 가을하늘이 이다지도 아름다운가? 파란 하늘빛은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흰 여백에다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늘아래서 느끼는 이 행복이 정말 내 것인지 조용한 사찰에서 바라본 하늘빛은 더욱 더 눈부시다.
보통은 처마에 달린 풍경하나 만으로도 참 멋진데,풍경 뒤로 보이는 가을 산의 단풍이 배경이 되어 너무 잘 어울린다. 사찰에는 인적이 없는 것이 참 잘 어울린다. 사람의 말소리,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이렇게 마음이 편해짐은 자연이 나에게 주는 큰 선물인 것 같다. 단청이 곱게 입혀진 처마와 추녀의 날렵함과 질서의 신비는나의 눈을 매료 시키며, 형형색깔의 가을빛은 참으로 조화롭게 물들어 가고 있다.
사찰의 짐승들은 개나 고양이조차도 성품이 부드럽고 여유로워 보인다.(돌담에 떨어지는 햇살의 부서짐을 보라.햇살이 주는 여유로움과 자애로움은 늘 크기로 측정할 수도 없는 자연의 신비인 것이다.) 사찰의 어느 구석에서 놀던 새끼 고양이와 잠든 어미 고양이.이름 모를 풀에 날아들었던 나비 한 마리. 그 위에 눈부시게 내리 앉았던 가을 햇살.손을 꼬옥 잡고 산길을 내려가던 어느 연인들.....모두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고 살아 가겠지.축복받은 가을날의 동화같은 그림이었다.
사찰내의 마당과 이곳저곳을 눈으로 담고, 사진에 담는다. 천천히 내려오던 길. 일주문 부근에 청소를 하고 사찰로 돌아가시는 스님들을 보았다.산사의 마당에 정갈하게, 규칙적인 흙의 가름이 보기 좋았던 적이 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흙길을 쓸면서, 흙위에 떨어진 낙엽을 쓸면서 마음도 가다듬지 않았으랴!
동화사에서 내려오던 길가에 코스모스 피어 있었다. 하얀 코스모스는 가을 햇살과 바람에 나비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임종식
1965. 2 경북 영덕 출생
1990. 영남대 병원 내과 전문의 취득
2012. 4. 책) 대구를 즐겨라 출간
2013. 4 경북의사회보 Spring Vol 49 삽화그림 P44-45
2013. 2부터 경산신문 컬럼 ‘그림 그리는 의사 임종식의 경산 여행기 매주 글, 삽화 기고중
2013. 7 생명과의료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2013 Vol 33 표지그림
2013. 8 김진국 저 ‘나이듦의 길’ 삽화그림
2013. 9 제8회 그림 그리는 의사들전 단체전 (속초시 문화회관)
2013.10 대구지방검찰청 5기 블로그 기자
현] 영천성모병원 내과부장으로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