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태홍 |  | |
그렇다고 생각했다. 식기는 식탁에, 옷은 옷장 혹은 사람의 몸 위, 책은 책상 위에 있어야 하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있을 때 가장 보기 좋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느 날 아침, 정원의 호수 한 가운데서 만난 풍금은 그런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 나는 제자리에 있는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곳에서 만난 악기는 그 자리에서 참으로 잘 어울리고 보기에 좋았다.
울림을 막아줄 벽도 바람을 막아줄 지붕도 없는 그곳에서 그는 그곳이 자신의 자리임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 서있는 그 자리. 그곳이 바로 당신이 찾은 제자리라는 것을.
그날의 나의 서투른 말에 상처를 입었을 당신에게 그리고 또 나에게.
김태홍
20대 후반.
경북대학교 학생
생긴것도 곰. 식성도 곰. 덩치도 곰. 그래서 아직도 곰
pentax mx, fed micron
필름은 기분 내키는 대로
자가현상은 무리
재밌는게 좋아요. 즐겁게 지내요.